출처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2401

인근 병원장도 “ㄷ클리닉 연회비 1억 맞다”
나경원 전 의원이 출입한 피부클리닉 원장의 동료가 운영하는 클리닉에서 상담을 받았다. 이 클리닉 의사는 3개월에 1800만원을 제시하며, 나 전 의원이 다녔던 곳의 연회비가 “1억원이 맞다”라고 확인해주었다.
기사입력시간 [230호] 2012.02.10  09:34:15  허은선 기자 | alles@sisain.co.kr  

<시사IN>은 2월1일 홈페이지를 통해 2분27초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2011년 10월18일 기자가 서울 청담동의 ㄷ클리닉 ㄱ원장과 면담한 과정의 일부가 담겨 있다. 동영상을 보면 의사가 20대 여기자에게 신체를 ‘전부’ 다 관리해야 한다고 진단한다(애초 기자는 ‘얼굴 피부가 고민인 아나운서 지망생’을 가장해 찾아갔을 뿐 신체 부위는 상담을 요청하지 않았다). 아직 젊다는 이유로 항노화 프로그램은 제외됐다. 이어 진료실 밖에서 만난 간호사는 “받게 될 프로그램은 ‘토털 케어’이고 금액은 5000(만원)”이라고 말했다.

5000만원짜리 토털 케어는 어떻게 이뤄져 있을까. ㄷ클리닉은 소아청소년과·내과·피부과를 겸한 의원이다. 피부관리실이나 피부과·성형외과 등 특정 과목을 전문으로 하는 시중 병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간의 제보와 기자가 직접 상담 받아본 결과를 종합하면 ㄷ클리닉의 ㄱ원장은 ‘주치의’ 역할을 한다. 고객의 외모뿐만 아니라 건강, 생활 습관을 ‘토털’로 관리하는 것이다. 10월18일 상담 당시 그는 1시간여에 걸친 상담에서 “나는 참견을 많이 한다. 운동하고 일찍 자라. 나머지는 내가 다 한다. 작품이 훼손되는 걸 원치 않으니 자신 없으면 시작도 하지 마라” 하고 수차례 강조했다. 

ㄷ클리닉 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이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의 한 피부클리닉에서 잠입 취재한 기자들이 치료 견적서(위)를 받았다. ⓒ시사IN 윤무영

진료에는 기상천외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원장은 눈과 눈썹 사이의 폭을 좁히고 두상 윗부위의 수직 길이를 줄이는가 하면 귀의 위치를 옮겨주겠다고 했다. 아나운서 지망생이라는 기자에게 TV 화면에 손이 크게 나오지 않도록 손 크기도 줄여준다고 했다. 
그는 위의 시술이 모두 칼을 대지 않고 주사로만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 주사 시술은 ㄱ원장이 최초로 개발한 이른바 ‘더모톡신’이다. 더모톡신이란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을 근육이 아닌 피부에 소량 주사하는 기법을 말한다. 시술 부위에 따라 주입 깊이와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의에게 시술을 받는 것이 필수이다. 허벅지 비만에는 ‘브리트니 주사’로 알려진 PPC 주사를 부작용이 없도록 묽게 희석해 쓴다고 말했다.

3개월에 1800만원, 시술 1회에 100만원 이상

‘나경원 전 의원의 연회비 1억원대 피부과 이용설’이 사실 무근이라고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2월1일, 기자는 다시 한번 서울 청담동을 찾았다. 이번에는 ㄷ클리닉 ㄱ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ㄴ씨가 대표원장으로 있는 한 클리닉에 손님으로 위장해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ㄷ클리닉에서 ‘토털 케어’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피부뿐만 아니라 체형도 함께 상담을 요청했다(여전히 20대인 기자의 키·몸무게·피부 상태에는 변동이 없다). 20대 여성 인턴 기자도 동행했다.

이 클리닉은 ㄷ클리닉보다 접근하기가 수월했다. 홈페이지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하고 찾아가면 원장과 상담할 수 있었다. ㄷ클리닉은 지난해 10월 정확한 위치를 묻고자 전화를 걸었을 때나 의원을 방문했을 때, “어떻게 알고 전화하셨어요?” “누구 소개로 오셨어요?”라며 새로운 손님을 경계했다.

ㄱ원장과 친분이 있다는 ㄴ대표원장은 만날 수 없었다. 대신 동료 원장에게 40여 분에 걸쳐 인턴 기자와 함께 진료를 받았다. 진료실에서 나오자 자신을 ‘이사’라고 소개한 여성이 예상 관리 비용을 종이에 적어줬다. 기자는 3개월에 1800만원, 동행한 인턴 기자는 6개월에 2100만원 견적이 나왔다. 초기에는 시술을, 후반에는 관리를 하기 때문에 관리 비용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시술 건별로 계산할 경우 가격은 복부 1세트(앞·뒤) 200만원, 허벅지 1세트(앞·뒤·좌·우) 300만원, 팔 1세트(좌·우) 200만원이었다. 상담실장은 “효과를 보려면 3~5세트는 해야 한다. 당장 이번 달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일반인이니까 3개월, 6개월씩 끊는 거고, 연예인 고객은 1년이나 2년 단위로 결제해놓는다. 그러면 우리가 프로그램을 짜준다”라고 말했다. 

“ㄷ클리닉은 우리보다 비싸다”

이 클리닉 원장은 상담 중 ㄷ클리닉이 ‘더 비싼 곳’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이 클리닉의 ‘ㅅ보톡스’라는 시술이 ㄷ클리닉의 더모톡신과 비슷한 것인지를 묻자 원장은 “맞다. 그런데 나경원 의원처럼 매달 가서 맞을 필요는 없다. 거기 사모님들은 거의 1, 2주에 한 번씩 가서 맞는다. 1억씩 내고”라고 답했다. 이에 기자가 “(경찰 발표에 따르면) 1억이 아니라던데”라고 반문하자 “아니다. 연회비 1억 맞다. 대신 1억만 내면 아무거나 맞을 수 있다. 그 병원 주 종목이 그거다”라고 말했다. 병원을 나오면서 이사에게 ㄷ클리닉에 대해 묻자 “(거기는) 비싸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이는 <시사IN>에 나경원 의원의 ㄷ클리닉 출입을 제보했던 이들의 진술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한 제보자는 “(ㄷ클리닉) 연회비가 1억원에 이르며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곳이어서 가격 흥정은 상상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일대의 피부·체형 관리 프로그램 가격은 전화 통화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었다. ㅅ의원은 ‘웨딩 D-100일 프로그램’ 가격으로 2000만원을 제시했다. 프로그램을 등록하면 팔·등·복부·뒤허리 레이저 시술 각 2회와 얼굴 리프트레이저 시술 3회, 웨딩드레스 위로 드러나는 등과 가슴 부위 스케일링 2회를 받을 수 있다.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5% 할인도 가능했다. 이곳의 더모톡신 시술비는 1회에 100만~150만원 선이었다. 서울 강북과 수도권 일대 ‘더모톡신’ 시술비는 1회에 30만~100만원이 일반적이다. 

1월30일 서울경찰청은 수사 결과 ㄷ클리닉 이용자 중 연간 최고 이용 액수가 3000만원이었고, 나 전 의원은 지난해 10여 차례 이곳을 출입하면서 총 550만원을 썼다고 밝혔다. 또 ㄷ클리닉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피부관리 비용은 한 차례 25만~30만원 선이고 연회원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월30일 <시사IN>의 반박 보도와 2월1일 공개한 취재 동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간호사 입에서 5000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연 최고가가 진짜 3000만원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10회 550만원 받은 게 사실이라면 왜 1억짜리 피부과가 특정 정치인에게 터무니없이 할인 혜택을 주었는지,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라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비판했다. 

취재 도움:박소영 인턴 기자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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