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77450


정견모주설화(正見母主說話)

2016년 김헌선(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가야와 금관가야의 시조를 낳은 여산신에 관한 설화.


내용


정견모주 설화는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권29 「경상도慶尙道」 고령현高靈縣 건치연혁建置沿革)을 통해 전승되는 이야기이다. 종래에 널리 알려진 신화는 난생 신화를 핵심으로 하는 육가야 시조 신화이다. 정견모주 설화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맥락의 신화를 전승하고 있다. 정견모주는 가야산의 산신이었으며, 천신 이비가지(夷毗訶之)에 응감한 바 되어 대가야의 왕 뇌질주일(惱窒朱日)과 금관가야의 왕 뇌질청예(惱窒靑裔)를 낳았다고 하는 것이 핵심 설정이다. 이러한 신화적 설정은 재래의 관점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


정견모주의 설화에 대한 전승은, 다음과 같은 핵심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첫째, 여산신 신화의 전승 계보를 환기하게 된다. 여산신이 한국 신화에서 주목할 만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신에서 남신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이러한 재래의 전승 신화가 건국 신화로 채택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신라 건국 신화에서 선도산 성모인 사소의 신화와 혁거세 알영 신화를 조합하여 남매의 어머니인 사소의 문제를 별도의 전승으로 하고 있는 점은 시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지리산 천왕성모 신화의 맥락도 같은 관점에서 재론할 수 있다.


둘째, 정견모주의 설화는 여신의 정체성을 환기하면서 이것이 육가야의 난생 신화로 대체되었음을 알려 주는 준거가 된다. 여신이 중심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신화의 구조적 위상 속에서 그 맥락을 상실하고 있는 점이 흔히 발견된다. 정견모주의 설화, 가야산 여산신의 전통 신화적 맥락이 그러한 점에서 종래에 잘못 요해되었거나 그 의미를 망실한 신화로 의미 부여해야 할 신화 가운데 하나임을 알게 된다. 웅녀, 유화, 부소산 여산신 등의 신화와 전혀 다른 존재로 그 위상을 확인하면서 오히려 지리산의 성모천왕, 죽령 다자구할머니, 갱구할머니 등과 나란하게 병치하여 보아야 할 존재들임을 재인식할 수 있는 신화적 주체이다.


의의와 평가


정견모주 설화는 종래에 우리가 알고 있던 신화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환기를 요구하는 면모가 적지 않다.



참고문헌


『신라와 가야의 건국신화』(박상란,한국학술정보(주),2005)

한국고대의 건국신화와 제의 (김두진, 일조각, 1999)

「가야의 건국신화와 제의」(남재우,『한국고대사연구』 39,2005)

「가야 건국신화의 재조명」(백승충,『한국 고대사 속의 가야』,혜안,2001)

「가야의 개국설화에 대한 검토」(백승충,『역사와 현실』 33,1999)

「대가야의 세계와 도설지」(김태식,『진단학보』 81,1996)

「대가야의 신앙과 제의」(최광식·노중국 외,『가야사연구: 대가야의 정치와 문화』,한국고대사연구회,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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