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999


우한교민 아이 사진과 ‘텅빈 아산’ 보도

[기자수첩] 뉴스통신사 책임 가볍지 않아… ‘우한교민=불청객’ 시각 강화하는 언론 보도는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승인 2020.02.01 15:18


감독 봉준호의 영화 ‘괴물’은 재난에도 기사라는 ‘상품’을 파는 언론의 습성을 잘 보여줬다. 괴물과 접촉한 사람은 바이러스에 전염된다는 소문으로 고초를 겪던 강두(송강호 분)의 가족을 보도하는 언론은 선정성 그 자체였다.


언론은 강두 가족에 ‘보균자 딱지’를 붙이고 국민적 감시를 쏟게 한다. 강두 가족이 병원을 탈출한 뒤 언론은 전국체전 동메달리스트인 남주(강두 동생·배두나 역)를 ‘신궁’이라 치켜세운 뒤 “신궁에서 도망자로”, “괴바이러스 감염자 어제 도주…” 등 제목으로 사건 프레임을 전환한다. 


이 순간 강두 가족은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해를 끼치는 존재로 인식되고 세간의 이목은 이들이 언제 체포되는지에 갇히게 된다. 


▲ 영화 ‘괴물’에서 주인공 강두(송강호 분)의 가족들이 사실을 왜곡하는 방송뉴스를 보고 있는 장면. 사진=영화 ‘괴물’

▲ 영화 ‘괴물’에서 주인공 강두(송강호 분)의 가족들이 사실을 왜곡하는 방송뉴스를 보고 있는 장면. 사진=영화 ‘괴물’

 

국내 재난영화에서 언론은 재난 피해자 고통보다 경제 악화 상황을 부각하거나 ‘감염자 vs 비감염자’로 편을 나누는 대국민 사기 집단으로 묘사되곤 한다. 


우리는 이를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 직접 체험했다. 사고 당일 학생 사망 보험금을 계산한다거나 세월호 인양에 과도한 세금이 들어간다고 훈수를 두는 언론. 국민 뇌리에 깊다.


‘기레기’ 여론 뭇매에 언론 자성도 적지 않았으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도 여전히 언론 비판은 거세다. 발병 진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방역망을 뚫고 탈출한 자사 기자의 칼럼을 ‘우한 탈출기’로 실은 자칭 ‘1등 신문’ 조선일보는 차치하고라도 뉴스통신사들 몇몇 보도는 많이 아쉽다. 


통신사가 고객사 언론에 기사와 사진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서 이들 보도 영향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한 교민들이 충남 아산에 격리 수용된 상황에서 뉴스1은 1일 “전철 타고 온천손님 쏟아졌는데..아산 ‘텅빈 불금’”이라는 제목으로 “교민들의 수용으로 아산 지역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퍼지면서 지역 상인들의 입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손님들이 호텔 객실 예약을 취소해 평소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라거나 겨울철 인기인 온천탕도 한산하다며 “원래 이 시즌엔 전철이 미어터지도록 손님이 온다”는 온천탕 직원 발언을 제목으로 뽑았다. 포털 댓글은 기사에 비판적이다.  


다음 아이디 ‘여기에서’는 “다른 곳도 다 그렇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 모이는 곳은 모두 기피하는 중”이라고 썼고, ‘레몬법을만들자’는 “경기 불황이라 장사 안 된다더니 꼭 이럴 때는 호황이였대”라고 비꼬았다. 


▲ 연합뉴스는 지난달 31일 “창밖 내다보는 우한 귀국 교민 어린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보도했다. 우한에서 귀국한 어린이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진이다. 사진=포털 사이트 다음 갈무리.

▲ 연합뉴스는 지난달 31일 “창밖 내다보는 우한 귀국 교민 어린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보도했다. 우한에서 귀국한 어린이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진이다. 사진=포털 사이트 다음 갈무리.

 

연합뉴스는 사진 보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31일 “창밖 내다보는 우한 귀국 교민 어린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보도했다. 우한에서 귀국한 어린이가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진이라는 설명이다.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이지만 “기자 본인이 같은 상황이라면 기꺼이 사진 찍혀도 좋은가”, “이 사진에 무슨 공익이 있나요” 등 비판 댓글이 적지 않게 달렸다. 아이가 태블릿PC를 들고 베란다에 나오고 있다는 사실 외의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물음이기도 하다. 


사실을 전한 보도라도, ‘우한 교민들은 불청객이고 한국사회에 짐이 되고 있다’는 시각에 힘을 더한 것은 아닌지, 격리 수용 상태인 교민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주목이 단순 호기심만 자극하는 것 아닌지, 보도가 편 가르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재난영화 속 언론처럼 조롱 받거나 풍자될 것이다. 


뉴스통신법은 “뉴스통신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성별·연령·직업·종교·신념·계층·지역·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을 둬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뉴스통신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명시한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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