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판결, <부러진 화살>과 너무 닮았다"
[인터뷰] 4대강 사업 국민소송단 부단장 이영기 변호사
12.02.13 11:13 ㅣ최종 업데이트 12.02.13 11:13  최지용 (endof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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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국민소송단이 낸 '낙동강소송'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하면서도 "낙동강사업은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판결 뒤 국민소송단의 변호인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국가 예산이 26조 원이나 투입된 4대강 사업에 법원이 최근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이명박 정부 임기 중 최대 핵심 사업이 한순간에 '불법사업'이 됐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여론이 높았음에도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정부는 사업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이 시작된 지 2년 만에 '법의 철퇴'를 맞게 됐다.
 
지난 10일 부산고등법원 제1행정부(김신 부장판사)는 '4대강사업위헌·위법국민소송단'(국민소송단)이 국토해양부장관을 대상으로 낸 '하천공사시행계획취소송'에서 낙동강의 4대강 사업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결과는 공익과 다양한 법적 관계의 문제로 사업시행을 취소해 달라는 원고 측의 청구를 기각하는 '사정판결'이 나왔지만 4대강 사업의 위법성을 법원이 처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민소송단 부단장을 맡았던 이영기 변호사(법무법인 산하)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러한 재판 결과에 "사정판결이 아쉽지만 재판부의 용기 있는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며 "꺼져가는 저항의 불씨를 살리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항소심에 와서야 사업의 절차적 위법성이 인정된 것과 관련해 "영화 <부러진 화살>이 보여주는 것처럼, 어떤 법 해석을 하느냐보다 어떤 재판부를 만나느냐가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법까지 바꾼 정부의 '꼼수' 들켰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낙동강 구역의 4대강 사업이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고 언급했다. "500억 이상 국책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도록 돼 있는데, 이를 거치지 않았다"라며 "대규모 국책 사업이라도 국가재정법의 취지를 살려야 하며, 재해예방이라는 이유로 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규모 개발 사업의 시행 이전에 그 타당성을 꼼꼼히 따지는 제도로, 일정 정도의 경제성을 갖추지 못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3월, 4대강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하기 위해 재해예방을 위한 사업에서는 이를 면제 할 수 있게 '국가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시행령'보다 상위법인 국가재정법 자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해예방사업이라 보기 어렵고, 면제시킬 정도로 시급한 사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을 바꿔서라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하려 했던 정부의 '꼼수'가 먹히지 않은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봐도 당연히 위법적인 사안"이라며 "앞선 재판에서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예산 책정 부분이고 공사를 중단하는 행정처분과는 별계라며 기각했는데 이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이 책정돼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데, 어떻게 예산 책정과 공사가 별계일 수 있는가"라며 "예산 책정과정이 잘못됐다면 그 공사 자체도 잘못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소송단은 낙동강을 비롯해 다른 구간 사업에도 대해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한강과 금강 구간은 1·2심에서 모두 기각 판결을 받아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영산강 구간은 현재 고등법원 판결이 남아 있으며, 앞선 이들 재판에서는 모두 "4대강 사업에서 부실한 지점이 있지만 사업을 취소시킬 정도는 아니"라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 변호사는 "정부도 예비타당성이 위법하다는 걸 사전에 감지했고, 그래서 시행령을 개정해 편법으로 공사를 강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불법성이 확인된 만큼 사업의 타당성을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당성이 없는 걸로 결론이 난다면 그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완공 단계에 이르렀지만 관리 비용 등이 수천억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제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또 "위법을 저지른 자들에 대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앞으로 어떤 재앙이 올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엄청난 국가사업을 불법적으로 저질렀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한 대책들을 범국민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며, 그 자리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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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국민소송 항소심 설명회 지난해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4대강사업위헌위법심판을위한국민소송단(국민소송단)이 항소를 제기했음을 밝히는 설명회를 열었다. ⓒ 이미나

다음은 이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처음으로 법원이 4대강 사업이 위법하다고 말했다. 이 판결의 의미는 무엇인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판결로 4대강 사업이 불법공사였다는 게 확인됐다. 정부는 그동안 법치주의를 강조해 왔고, 적법절차를 누구보다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면 사업을 시작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시키면 위법하다는 것도 감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2009년에 시행령을 개정했고 '재해예방 사업의 사전예비타당성 면제'를 집어넣은 거다. 이번 판결로 정부가 편법적으로 공사를 강행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 법원은 "위법하다"면서도 '사정판결'을 내렸다.
"위법성은 확인됐지만 여러 사정에 비춰 사업을 취소하게 되면 엄청난 혼란이 있을 수 있을 때 내리는 행정판결이다.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생겼다. 이럴 때 행정소송법 규정에 사정판결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는 위헌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위법이면 위법이고, 사업취소면 취소지 그걸 법원 재량으로 판결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90%이상 진행된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는 결단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법원은 법적인 부분만 따지고 나머지 부분은 사회적으로 여론을 모아가며 정치적으로 해결하면 될 문제다. 위법하지만 취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법원이 내리는 것 자체가 월권이고 모순이다."
 
- 한강과 금강도 같은 상황이지만 고등법원에서 패소한 상태다. 영산강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는데, 왜 낙동강에서만 이렇게 위법 판결이 났나?
"전적으로 법은 하나다. 법을 해석하는 게 법원인데 어떻게 해석 하냐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판사들이 공통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민감한 사안에 어떻게 동일하게 해석될 수 있겠나. 특히 국책사업이나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각자 생각에 따라서 법을 해석하는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다. 사실 4대강 사업에 절차적 위반이 있다고 확신하는데 고작 국가제정법 하나만 위법성을 인정한 것도 불만이다. 그나마도 굉장한 용기 있는 판결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법원은 정부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 어쨌든 법원에서 사업이 "위법하다"고 말했다. 그 '위법'에 관한 책임은 어떻게 물을 수 있는가?
"당연히 위법을 저지른 자들에 대한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작은 사건에서도 정부가 불법을 저질러서 개인에게 손해를 끼친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앞으로 어떤 재앙이 올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엄청난 국가사업이 불법으로 저질러진 것이다.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사업의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는 상황이고 그 피해를 지금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조금 더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대책을 범국민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부 책임자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책임을 물을 것인지도 같이 검토를 해야 한다."
 
"위법 판결 내려준 재판부에 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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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기 변호사 ⓒ 이재구

- 이번 판결은 국가재정법 상의 위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다른 부분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수도 없이 많다. 사업의 절차와 내용으로 나눠서 위법적인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천법 위반,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지자체와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 수질변화 예측 실험 부재 등이 주요 문제다. 이번 판결에서도 이런 부분은 인정이 안 됐고 국가재정법 위반 부분만 인정이 됐다."
 
-정부에서는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라고 한다. 대법원 판결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상식과 법이 제대로 해석된다면 위법으로 확정이 될 거라 보고 있다. 솔직히 대법원 구성이 보수화 돼 있기 때문에 전망을 밝게 할 수는 없지만 정당한 과정을 밟는다면 위법 판결이 당연하다."
 
-최근 영화 <부러진 화살>과 <도가니>로 사법부 불신 논란이 일고 있다. 4대강 관련한 소송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과정이 있었다.
"안타깝고 어떨 때는 화도 나는 일이다. 석궁 사건이나 여타 다른 사건도 법원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절차와 결과를 따로 생각할 수 없다. <부러진 화살>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충분한 절차를 밟을 수 있었음에도 법원이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한다는 것 아닌가?
 
한강 사업과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한 재판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독일의 하천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1심에서도 안 받고 항소심도 안 받았다. 국내 전문가들도 있는데 굳이 외국 전문가를 끌어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외국 전문가도 필요하다면 부르는 거다. 비용은 우리가 대는 거고. 들어보고 최종 판단은 재판부가 내면 된다. 증인요청을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음에도 그렇게 했다.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모양새만 잡아 가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아쉽기는 하겠지만 소송을 제기한 지 2년여 만에 성과를 얻었다. 소감은 어떤가?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 나머지 부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있지만 일부라도 위법하다고 선언한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위법하다고 판단해준 재판부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 재판부가 그런 용기를 가지고 국책사업을 판단 할 수 있다면 사회 발전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법원이 법치주의와 법관으로 양심에 입각해 판단할 때 국민들에게 힘이 되고 역사를 바로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다시 한 번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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