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42420.html


채널A, 범죄 혐의 연루 정황…“언론탄압으로 보기엔 무리”

등록 :2020-04-28 18:57 수정 :2020-04-29 02:44


[전문가·언론단체, 압수수색 반응] ‘언론 압수수색 신중’ 원칙엔 공감

해당 기자 범죄혐의 일부 확인에도 자료제출 거부·사건 축소에 급급 “부당한 언론권력이 문제” 주장도

기자협회·채널A “언론 자유 침해”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사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종로구 채널A 본사 사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찰이 28일 <채널에이(A)>의 ‘검·언유착’ 및 ‘취재원 협박’ 의혹과 관련해 서울 종로구 본사를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채널에이> 기자들과 일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언론 자유 침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전문가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은 과거 언론사 압수수색 사례들과는 그 의미와 성격이 다르다고 짚는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는 대원칙엔 공감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기자가 직접 범죄혐의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언론탄압’ 논란이 일었던 사례를 보면, 검찰과 경찰, 공안기관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취재 내용과 경위를 밝히기 위해 벌인 압수수색이 대부분이었다. 2009년 <문화방송>(MBC) 압수수색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은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피디(PD)수첩>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앞서 1989년 국가안전기획부의 <한겨레> 압수수색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안기부는 서경원 평민당 의원의 방북을 보도한 것과 관련한 취재 내용을 확보하겠다며 한겨레 편집국을 압수수색했다.


반면, 이번 <채널에이> 사례는 ‘보도’가 아니라 취재기자의 ‘범죄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해당 기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취재원에게 ‘가족에 대한 수사를 막아줄 테니 여권 인사의 비위 사실을 털어놓으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애초 <채널에이> 소속 기자와 성명 불상의 현직 검사를 ‘협박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경욱 기자

김경욱 기자


이번 압수수색과 비슷한 사례는 2018년에 있었다. <티브이(TV)조선> 기자가 네이버 댓글 여론 조작 혐의를 받는 이른바 ‘드루킹’ 김아무개씨의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태블릿 피시(PC) 등을 훔친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티브이조선>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해당 기자는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언론 관련 법률전문가들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압수수색에 언론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조영관 변호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진보·보수를 떠나 언론의 자유와 취재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언론사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이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채널에이의 경우, 소속 기자의 범죄혐의에 대한 사실이 제보 등을 통해 일부 확인된 상황에서 임의(자발적) 제출 등을 통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채널에이>는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해왔다.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비공개 조사에서도 채널에이 경영진은 “소속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해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은 사실이나 사쪽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 또 해당 기자가 접촉한 검찰 인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말을 뒤집는 등 신뢰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문화방송>이 보도한 취재원의 녹취록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로부터 노트북을 제출받아 외부 업체에 의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고, 사건을 풀 중요 실마리가 될 기자의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조사 중”이라고 둘러대는 등 사건 축소와 회피에 급급한 모양새다.


이번 사안은 언론자유 침해나 언론탄압이 아니라 부당한 언론권력의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채널에이에 대한 압수수색은 언론탄압이 아니다. 검-언 유착을 받는 언론이 스스로 투명하게 밝혀내야 할 내용”이라며 “부당한 권력을 행사했음에도 언론만은 성역이라는 식의 태도에 어떤 국민도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검찰과 언론이라는 권력 집단의 범죄 의혹이라는 점에서 증거가 은폐될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자료를 감추거나 제출을 거부하면 권력기관의 비리가 감춰질 수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사법부 판단이 타당했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듯하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보도국에 검찰 수사 인력을 투입해 강압적으로 수색을 시도하는 것은 명백한 언론 자유 침해”라며 “기자에 대한 의혹이 있다면 기자를 조사하고 증거자료를 요청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익명의 취재원을 보호하는 것도 기자의 의무 중 하나인데,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보도국을 압수수색한다면 어느 취재원이 마음 놓고 기사를 제보할 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욱 문현숙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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