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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광주 복합쇼핑몰’ 무산…정말 민주당 반대 때문일까?

등록 :2022-02-18 17:28 수정 :2022-02-18 18:28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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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세계, 2015년 축구장 48개 규모 호텔·쇼핑몰 추진

특혜제공 의혹과 상인 반발, 골목상권 이슈화되며 무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 앞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 앞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광주에서 공약한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과 관련한 공방이 커지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6일 전통시장인 송정매일시장에서 “광주시민들이 복합쇼핑몰을 아주 간절히 바란다. 왜 광주에만 (복합쇼핑몰이) 없나. 이 유치를 누가 반대하나. 민주당이 반대해오지 않았나. 민주당 독점 정치가 지역민을 위해 한 것이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몇년간에 걸친 복합쇼핑몰 논란을 복기해 보면 이런 주장은 정치공세 성격이 짙다.


2015년 복합쇼핑몰 구상 어땠기에


광주광역시와 광주신세계가 광주에 특급호텔 건립 논의를 시작한 때는 2015년이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을 앞두고 당시 윤장현 광주시장은 특급호텔 건립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사업을 밀어붙였다.


광주신세계는 광주신세계백화점 옆 이마트 터와 인근 나대지를 포함한 2만6634㎡ 터에 지하 7층 지상 21층 규모의 특급호텔과 복합시설(연면적 34만1360㎡)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광주시와 신세계가 ‘지역친화형 랜드마크 복합시설 개발’을 위해 투자협약(MOU)도 체결했다. 하지만 특급호텔 및 복합시설 건립안에서 특급호텔 면적은 7.9%에 불과했고 백화점·면세점·마트 등 판매시설이 더 많은 면적을 차지했다. 이에 인근 금호월드 상인들은 “신세계 계획은 사실상 축구장 48개 규모의 초대형 쇼핑몰을 짓겠다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신세계가 시에 제출한 건립계획안에 시유지인 도로가 포함돼 특혜의혹도 제기됐다. 광주신세계는 이마트와 나대지(매입) 사이에 있는 시 도로의 절반(1321㎡)을 사업 대상 터로 포함해 지구단위계획구역 제안서를 제출했다. 대신 나대지 옆 금호월드상가 쪽에 사업 터로 편입된 도로를 대체할 신규도로를 건설해 시에 기부채납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저지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마트와 나대지 필지가 합해지면 결국 신세계가 매입한 나대지 땅값이 상승한다. 이것이 특혜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러한 논란이 일자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시에 투자협약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고, 결국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도 2017년 “(대기업의) 복합쇼핑몰이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의 밥그릇을 빼앗고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킨다”라며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는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잠식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했던 때였다. 대형 할인점 영업규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등 규제를 도입한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 규제를 위해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제한하는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바뀌는 여론에 민주당도 갈팡질팡


하지만 대형 복합쇼핑몰 건립을 둘러싼 여론은 점차 바뀌고 있다. 지난해 7월 <무등일보>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광주시민 81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58%가 ‘복합쇼핑몰 적극 유치’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특히 30대는 77.4%, 20대는 72.3%가 찬성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광주복합쇼핑몰 공방을 두고 찬반 설전이 일고 있다. 회원 수 10만명 규모 광주지역 한 부동산 온라인카페엔 17일 ‘윤석열이 복합쇼핑몰 추진한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찬성하는 쪽에선 “맞는 말이다. 시민이 원하는데 정치인이 왜 막냐”라며 호응하지만, 반대하는 쪽에선 “동장 선거도 아니고 쇼핑몰 하나로 대통령 뽑아주냐”며 반대하는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광주 복합쇼핑몰을 두고 민주당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송갑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17일 “민주당 광주광역시당은 복합쇼핑몰 유치에 반대한 적이 없다. 시장 상인들 앞에서 복합쇼핑몰 공약을 하는 장소의 부적절성에 대해서 어처구니없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복합쇼핑몰 유치는 시장이 시민들의 뜻을 받들어 잘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역 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더 시급한 민생문제를 챙기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광주시민단체 쪽에서는 ‘재미없는 도시’(노잼 도시)를 극복하기 위해 복합쇼핑몰 건립이 대안인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문제가 제기된 배경과 방식에는 의구심을 가진다. 광주시민단체 한 인사는 “국민의힘 쪽에서 광주의 20~30대 젊은층을 파고들기 위한 선거전략으로 보인다. 복합쇼핑몰 유치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것 자체가 광주에서 세대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학)는 “시민들이 요구하면 복합쇼핑몰을 유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윤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복합쇼핑몰 공약을 한 것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민주당까지 국민의힘의 복합쇼핑몰 프레임에 걸려 표를 좇아 움직이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바로가기 : 광주신세계, 시 도로까지 쇼핑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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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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