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16143


아수라장이 된 사전투표소... 난 그 현장 참관인이었다

[마초의 잡설 2.0] 기표된 용지 나오면서 고성 터져 나와... 해프닝으로 봐야 하는 이유

22.03.07 13:20 l 최종 업데이트 22.03.07 13:33 l 조마초(machobat)


사전투표 출력 시스템은 운영 전과 종료 후 투표관리관과 투료참관인의 서명이 된 특수봉인지가 훼손 없이 붙어 있어야 한다.

▲  사전투표 출력 시스템은 운영 전과 종료 후 투표관리관과 투료참관인의 서명이 된 특수봉인지가 훼손 없이 붙어 있어야 한다. ⓒ 조마초

 

대한민국헌법 제67조 ①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공직선거법 제151조(투표용지와 투표함의 작성) ②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서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 <개정 2004. 3. 12.>


지난 4일~5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본투표 3월 9일) 사전투표가 진행됐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격리자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나는 앞서 한 장애인 생활공동체의 거소투표소 참관인으로 참여했다(http://omn.kr/1xlh8). 


투표참관인은 공직선거법 161조에 따라 선거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후보자·정당의 추천을 받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교육받은 후 투표용지의 교부 및 투표상황 등을 참관한다. 그러나 선거사무원의 인원이 한정되다보니, 현장에 투표자가 갑자기 몰릴 경우 관리관이 요청하면 유권자 통제, 기표소 안내 등 규정 내에서 돕기도 한다.


사전투표는 본 선거일과 진행은 같지만, 손가락을 이용한 전자서명과 투표용지 현장 출력이 다르다. 투표소 내 진행, 확인, 출력 등은 지역 공무원인 선거관리관과 선거사무원이 진행한다.

 

관외 투표함에는 투표용지가 담긴 회송용 봉투에 담겨 우체국을 통해 각 주소지 담당 선관위로 배송된다.

▲  관외 투표함에는 투표용지가 담긴 회송용 봉투에 담겨 우체국을 통해 각 주소지 담당 선관위로 배송된다. ⓒ 조마초


나는 3차 접종까지 마쳤고, 확진·격리자들도 피해자들이라고 생각했기에 거부감 없이 확진·격리자 대상 사전투표 참관인으로 자원했다. 오후 4시 50분쯤 투표관리관 및 사무원 서너 명과 전신 보호복과 안면 보호구, 장갑, 마스크를 갖추고, 주민센터 옆 공간으로 나갔다.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 확진·격리자 대상 사전투표장소는 옥외에 마련됐다.


확진·격리자용 본인 여부 확인서에 참관인 서명을 준비하며 선거관리관에게 확진·격리 유권자 수를 물으니 정보가 없어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명단 등 사전 정보가 없어 확진·격리자는 담당 보건소에서 받은 문자나 입원·격리 통지서로만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표소 설치, 투표 절차안내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벌써 한쪽으로 확진·격리자들의 줄이 빠르게 늘어났고, 언뜻 보니 늦게 도착한 일부 비확진자가 그 줄로 섞이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안내할 선거사무원도 없어 내가 우선 근처 오른편 빌라촌 골목 끝까지 오가며 길게 이어진 확진·격리자 줄에 섞인 비확진자를 일일이 확인하고 분리해 일반 투표소로 안내했다. 이후 옥외투표소로 돌아오는 길에 고성이 들렸다. 


한 중년 여성과 남성은 선거관리관에게 받은 '관내선거인용 임시기표소 투표지 운반'만 인쇄된 기표 봉투 속은 확인하니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기표된 용지 1장과 빈 투표용지 1장이 나왔다고 주장하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우선 선거관리관의 말을 들어보라"는 나의 목소리와 "잘 조정해서 투표를 계속하고 집에 가자"는 일부 확진·격리자의 목소리도 흥분한 열댓 명의 고성에 바로 묻혔다. 일부는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상황을 촬영하며 중계했다.


그들은 선거관리관과 사무원을 향해 "제대로 대답을 못한다"면서 윽박을 지른 뒤 욕설을 했고, 말리는 나에게까지 와 침을 튀기며 막말을 쏟아냈다. 이날의 소란은 한 투표소의 투표함은 한 개로 정해져 있는 법과 그래서 일반적인 투표 방식과 달리 확진·격리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게 된 것이 발단이었다.

 

공개된 투표 용지에는 붉은색 [공개된 투표지]와 [관리관 도장]이 찍혀 무효 처리된다.

▲  공개된 투표 용지에는 붉은색 [공개된 투표지]와 [관리관 도장]이 찍혀 무효 처리된다. ⓒ 조마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제20대 대선 투표관리 특별대책'에 따르면 확진·격리 유권자는 사무원에게 투표 안내 문자나 입원·격리 통지서를 제시하고 본인 여부 확인서를 작성한 뒤 신원을 확인한다. 사무원은 제출받은 신분증을 들고 사전투표소로 이동해 투표용지 1장을 출력해, 임시 기표 봉투 1장과 같이 유권자에게 주면, 유권자는 임시 기표소에서 기표 후 용지를 기표 봉투에 넣어 사무원에게 전달한다. 사무원은 이 봉투를 다시 일반투표소로 가 참관인 입회하에 봉투에서 투표지가 공개되지 않도록 꺼내 투표함에 넣는 복잡한 대리 전달 방식이다.


일부 확진·격리자들이 이런 투표 방식은 투표용지가 이동 과정에서 교체, 누락 가능성이 있다고 반발하는 상황에 한 기표 봉투에서 1번에 기표된 투표용지까지 나오자 부정 선거 가능성까지 주장했다. 누군가는 경찰과 당에 신고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잠시 뒤 '2번', '윤석열', '국민의 힘' 등이 적힌 붉은 옷을 입은 한 무리가 도착했다. 그들은 고성을 지르며 실내 일반 투표소로 진입하려 했고 선거사무원 등이 그들을 막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투표 진행이 더 어려워졌고 난장판으로 변했다. 나는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자 3층 일반투표소로 올라왔다. 그렇게 주민센터 앞마당에서 대치와 논쟁이 이어졌고, 방송 카메라 조명도 보였다.

 

아래 상자에서 분리한 투표함을 뒤집어 투명 비닐봉지로 감싼 후 봉인스티커를 붙이고 자기들 서명까지 하는 촌극을 했다.

▲  아래 상자에서 분리한 투표함을 뒤집어 투명 비닐봉지로 감싼 후 봉인스티커를 붙이고 자기들 서명까지 하는 촌극을 했다. ⓒ 조마초

 

은평구 선관위 관계자는 그즈음 도착했다. 일반 투표소 마감 한 시간 후인 7시께 논의 끝에 추운 날씨에 2시간 가까이 떨며 기다리던 일부 확진·격리자가 일반 투표소로 와 일반적인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거부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국민의힘 사람들이 막아서 일반 투표소로 못 가지고 왔던 확진·격리자의 기표된 기표 봉투 수십 장은 8시가 지나 국민의 힘, 선관위, 은평구 관계자 등이 합의 끝에 3층 일반 투표소로 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기표 봉투 1장에서도 기표가 된 투표용지 2장이 나와 무효 처리됐다. 나머지 투표용지는 관내 투표함에 넣고 봉인했다. 국민의 힘 관계자들이 아래 상자에서 분리한 투표함을 뒤집어 투명 비닐봉지로 감싼 후 봉인스티커를 붙이고 자기들 서명까지 했다. 그리고 관외 투표함을 열고 봉투 개수를 확인해 전용 상자에 넣고 봉인하는 것도 같이 확인했다.


나를 포함한 참관인 2명, 선거관리관, 사무원, 무장경찰관 2명, 국민의힘 관계자 2명은 차량으로 우체국으로 이동 후, 관외 전용 상자를 열고 봉투 숫자의 일치를 확인한 후 발송했다. 그리고 이어 선관위에 도착하니 기다리던 각 당 관계자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영상을 찍어 댔다.  


(원칙적으로 참관인의 일인데) 동행한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직접 문제의 투표함을 들어 24시간 감시카메라가 작동하는 투표함 보관공간에 넣는 것을 참관한 후, 선관위 관계자와 투표 진행 관련 서류 등을 확인했다.

 

선관위 내 외부인 출입금지인 24시간 감시카메라가 작동하는 투표함 보관공간

▲  선관위 내 외부인 출입금지인 24시간 감시카메라가 작동하는 투표함 보관공간 ⓒ 조마초

 

선관위를 나오니 그제야 사전투표일 참관인 임무가 끝난 거 같았다. 집 앞 주차장 가로등 아래에 서서 찬바람에 떨며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해 음성을 확인하고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지났다. 그제야 저녁을 못 먹었단 사실이 떠올랐다. 


코로나 팬데믹 초입에 치러진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체온 37.5도 이상 등 유증상·자가격리자의 경우 외부 임시 기표소에서 기표한 투표지를 봉투에 넣어 선거사무원이 대신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었다. 


이번에 그때와 달리 확진·격리자들이 일반인과 접촉하는 것을 막기 위해 투표함까지 대신 전달하는 방식을 만든 것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올해 들어 확진·격리자들이 계속 증가했는데 외출 가능 시각인 오후 5시부터 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해 선관위가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비판 받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사실 일종의 해프닝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사전투표용지는 투표소에서 출력하기에 절대 미리 1번에 기표할 수가 없다. 일부 야당의 주장대로 여당이 부정선거를 기획했다면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기표된 복수의 기표용지를 넣어 무효표로 만드는 어리석은 행위는 안 하지 않을까?

 

[1장의 관내선거인용 임시기표소 투표지 운반]이 인쇄된 확진·격리 유권자 용 기표 봉투에서 나온 2장의 투표 용지.

▲  [1장의 관내선거인용 임시기표소 투표지 운반]이 인쇄된 확진·격리 유권자 용 기표 봉투에서 나온 2장의 투표 용지. ⓒ 조마초

 

신사1동 확진·격리자 대상 사전투표소 현장에 참관인이었던 나는 "사무원이 옥외 확진·격리자가 준 기표용지를 3층 일반 투표소로 뛰어 올라가 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에 넣고 내려오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기표가 된 용지가 들어있던 기표 봉투와 투표용지를 준 단순 실수"라는 선관위의 해명에 동의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선거는 비밀투표다. 그래서 투표소에서 비공개로 기표하고, 직접 투표함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그 투표함은 봉인돼 개표 날에 공개된 장소에서 개봉해 개표한다. 이 조건이 안 지켜지면 불필요하게 부정선거의 의혹을 받는 것이다.


사실 유권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확진·격리자들과 현장에서 고생은 다 하고 욕먹은 선거관리관과 선거사무원은 이번 첫 확진·격리자 대상 사전투표의 대표적 희생자들이다. 


일부의 '부정선거 프레임'은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선관위는 계획과 관리 부재를 인정하고 사태에 책임져야 한다. 이와 별개로 유권자들은 이런 점을 침소봉대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불순한 집단을 제일 경계해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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