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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앞잡이들, 무슨 염치로 출마하나”
이동관·박형준·진성호·강승규 등 예비후보 등록… 정권 부역 언론인 낙선운동 돌입
류정민 기자 | dongack@mediatoday.co.kr   입력 : 2012-02-17  10:05:20   노출 : 2012.02.17  10:05:47
 
언론인은 다른 직업군보다 사회적인 책임감이 부여되는 직종이다. 언론인 정치 참여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정치 입문 과정부터 이후 활동까지 반듯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2012년 4월 11일 19대 총선에도 언론계 출신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은 가운데 언론계 출신 인사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으며, 앞으로 어떤 길을 가려는 것일까. /편집자 주

“저는 이곳에서 87년 민주화 현장을 최루탄을 맞으며 취재했고, 역대 정권의 부침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바타’로 불리던, 언론장악 논란의 당사자 중 하나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간판으로 서울 종로구 출사표를 던지며 전한 말이다.

▷“이동관 출마? 흥부가 기가 막혀”=이동관 전 홍보수석이 이렇게 주장하자 인터넷과 SNS에서는 냉소의 댓글이 이어졌다.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선거캠프’에 합류한 뒤로 대변인, 홍보수석, 대통령 언론특보까지 줄곧 ‘MB의 입’으로 활동했다.

언론생태계 파괴 과정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 언론·홍보 라인의 고위직에 있었던 인사들이 총선 출마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여권에서도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4·11총선 공천신청 접수를 시작한 지난 6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 설치된 접수처에서 대리인 등이 신청서를 접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한 때 친이명박계 실세로도 불렸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동관이 출마하기 위해 입당했다고? 흥부가 기가 막혀! MB정부 실정 주역들의 용퇴론이 나오는 마당에 주범 중의 주범이 무슨 염치로… 내 참 흥부가 기가 막혀!”라는 글을 올렸다.

▷야권 강세지역 피해 간 ‘MB 홍보라인’=논란의 대상은 이동관 전 홍보수석뿐만이 아니다. MB 핵심참모 역할을 했던 박형준 전 대통령 정무수석은 자신의 원래 지역구인 부산 수영구 출마를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황이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박형준 전 수석은 청와대 홍보기획관을 지내는 등 이동관 전 수석과 함께 핵심 중 핵심 참모로 불렸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박선규 전 KBS 기자는 원희룡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양천갑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양천갑은 대표적인 새누리당 강세 지역이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권력을 누렸던 인물들이 여당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편안한 곳’을 찾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현실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강남 출마를 포기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서울 종로는 1988년, 1992년, 1996년, 2000년, 2004년, 2008년에 이르기까지 13~18대 총선 모두 새누리당 쪽에서 승리를 가져간 대표적인 강세 지역이다.

▷‘조중동 방송법’ 주역, 국회의원 될까?=‘조중동 방송법’으로 불리는 국회 미디어법 처리 과정을 주도했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새누리당 언론인 출신 의원들도 다시 국회의원이 되고자 출사표를 던졌다. 진성호 의원은 서울 중랑을, 강승규 의원은 서울 마포갑에서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불법 투표로 점철된 ‘조중동 방송법’은 결국 종합편성채널을 탄생시켰다. 종편 사업은 이명박 정부 언론정책 가운데 최대 실책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중동 방송법’ 주역들의 국회 재입성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공천부터 만만치 않고 공천을 받아 총선에 나서더라도 야당의 거센 바람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진성호 의원의 서울 중랑을은 참여정부 대통령 홍보기획관을 지낸 양정철 예비후보와 국회부의장 출신인 김덕규 예비후보 등이 민주통합당 공천 경쟁을 벌이는 지역이다.

▷시민사회, 총선 감시운동 본격화=강승규 의원이 출마하는 서울 마포갑은 ‘4대강 문제점’을 파헤쳐온 김진애 민주통합당 의원과 MBC 노조위원장 출신 노웅래 전 의원 등이 민주통합당 공천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진성호 강승규 의원 등은 공천을 받더라도 야권의 만만찮은 경쟁자와 맞붙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 언론·홍보라인의 핵심 인물과 국회 문방위에서 언론정책을 주도했던 언론계 인사들은 시민단체의 낙선 운동이라는 변수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19대 총선미디어연대’ 추혜선 집행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에 부역한 언론인 출신 인사들은 큰 틀에서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되는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라면서 “이와 함께 언론 시민사회 진영의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품으로 들어간 언론인=19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에서 집권세력 쪽으로 건너간 언론인들은 과거 선거에 비해서는 많지 않은 편이다. 언론인 프리미엄도 예전 같지 않고, 총선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신문 박대출 전 논설위원이 새누리당 간판으로 경남 진주갑 지역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황이다. 이곳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국회 문방위 최구식 의원의 지역구다. 최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방해 사건이 불거진 이후 당을 떠난 상황이다. 전광삼 전 서울신문 기자도 새누리당 간판으로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과정에서 여권에 합류했거나 18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 뛰어든 후보들도 19대 총선에서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허용범 전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서울 동대문갑, 홍지만 전 SBS 앵커는 대구 달서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규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인천 중·동·옹진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고,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도 인천 부평을 국회의원을 꿈꾸고 있다.


언론인 출신 야권 후보는 누구
박광온·이태복·권영만·이백만·윤원석 등 출사표

민주통합당이 후보 공천 등록을 마감한 결과 최근까지 현직 언론인으로 있다가 공천을 청한 인물은 박광온 전 MBC 보도국장 정도가 눈에 띈다.

민 주통합당 공천을 신청한 언론인 출신 인사들은 대부분 과거부터 정치권에 몸담았던 인물이거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다. 서울 용산에서는 박인환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과 조순용 전 KBS 사건 25시 앵커가 민주통합당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박찬희 전 조선일보 기자는 신계륜 전 민주당 사무총장 지역구인 서울 성북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동아일보 기자 출신 김재홍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서울 서대문을에서 김상현 전 의원 아들인 김영호 지역위원장 등과 공천 경쟁에 나섰다. 

열 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이부영 전 의원은 서울 강동갑 공천을 신청했고,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인 김기만 전 동아일보 기자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지역구였던 전주 덕진에 출사표를 던졌다. 열린우리당 수석부대변인을 지낸 이평수 전 한국일보 기자는 전남 순천에서 공천을 신청했다. 

이태복 전 노동일보 회장이 민주통합당 간판으로 충남 보령·서천 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과 복지노동수석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시사저널 발행인을 지냈던 신중식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남 고흥·보성 공천을 신청했다.  이밖에도 권영만 전 EBS 사장이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고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언론노보 출신)은 서울 중랑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한 편, 통합진보당에서는 한국경제TV 보도본부장을 지낸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지역구인 서울 도봉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여사가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범야권 단일후보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정당 조직기반이 탄탄했던 경기도 성남 중원구는 ‘민중의 소리’ 윤원석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내일신문 기자 출신인 양순필 전 국민참여당 대변인은 경기 광명갑에서 통합진보당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진보신당 쪽은 한겨레 기획위원 출신 홍세화 대표가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비례대표 출마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류정민·박새미 기자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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