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520214.html 

황당하고 꼼꼼한 ‘나꼼수 제보자 색출작전’
등록 : 2012.02.22 08:05 수정 : 2012.02.22 08:10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

군인 수백명, 통화내역서 떼러 간 까닭은?
6포병여단 ‘나꼼수 금지 제보자 색출작전’

“지난주 휴대전화 통화내역서를 떼러 온 군인들이 갑자기 크게 늘어났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수백명은 될 듯하다.”(에스케이텔레콤 의정부지점 관계자)

“통화내역을 떼는 군인이 어찌나 많았던지 창구 여직원이 ‘동두천에 있는 군인은 다 온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케이티 동두천중앙지점 관계자)

일부 군부대가 ‘나는 꼼수다’(나꼼수) 등을 ‘불온 앱’으로 지정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최근 한 부대에서는 이런 사실을 밖으로 알린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며 한바탕 소동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집단적인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와 사실상 임의 압수수색이 이뤄져 파장이 예상된다.

6군단 예하 6포병여단(여단장 오원진·준장 진급 예정자)은 지난주 예하부대 모든 간부(장교와 부사관)들로 하여금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제출하도록 했다. ‘나꼼수’ 등을 금지한 공문의 존재를 외부에 알린 이를 색출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연천과 동두천, 포천 등 전방지역에 흩어져 있는 10여개 예하 포병대대들은 버스로 간부들을 의정부와 동두천의 통신회사 지점까지 실어 날랐다. 통화내역은 본인만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공문을 촬영했는지 확인한다며 대다수 간부들로부터 스마트폰을 제출받아 삭제 복구 프로그램을 돌렸다. 부대 관계자는 “조사 전후로 통화내역 제출과 삭제된 파일 복구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받았다”며 “서명을 거부하면 제보자라고 자인하는 셈인데 누가 거부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6포병여단 쪽은 “휴가자 등으로 인해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의 77%까지만 조사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런 검열·색출 작업에는 여단 지휘부가 총동원됐다. 6포병여단은 간부 800여명을 상대로 이런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대 관계자는 “지난주 부대 모든 공식 일정이 취소되다시피 했으며 몇몇 대대는 혹한기 훈련도 대충 끝냈다고 한다”며 “여단장이 ‘내가 책임지겠다’며 제보자 색출을 독려했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현장에서는 ‘장관이 제보자 색출을 지시하지 않았느냐?’고 되묻는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전 간부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회하고 스마트폰을 걷어 검열하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며 “장관은 문제가 있는 앱은 듣지 말도록 교육하고, 공문 외부 유출은 문제니 책임자를 가려 적절한 지휘조치 하라고 지시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앞서 6포병여단은 지난달 말에도 군단장 지시사항이라며 예하 부대에 대대장 이하 전 간부들의 스마트폰을 수거·조사한 뒤 ‘나꼼수’ 등 삭제 현황을 종합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부대 관계자는 “이번 검열에서 신혼인 어떤 간부 스마트폰에서는 부부 사이에서나 공유할 민망한 사진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그 가족에게는 얼마나 큰 치욕이겠느냐?”며 “주변 단기복무 장교들끼리 전역한 뒤 관련자들을 형사 고소하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자는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누군가의 범죄 혐의를 특정한 뒤 추궁하는 게 아니라 전 간부의 스마트폰을 검열했다면, 형식상 서명을 받았다 하더라도 강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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