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80970


윤 대통령 '반중 외교' 공개 선언, 국익 훼손 가능성 크다

[분석] 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일본과 스크럼 짜고 중국 비판 대열 합류 선언

22.11.16 05:13 l 최종 업데이트 22.11.16 05:15 l 오태규(ohtak)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걷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걷고 있다. ⓒ AP=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색깔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 및 대립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과 짝을 지어 노골적으로 중국을 비판, 견제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및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윤 대통령의 '반중 외교 노선'을 공개 선언하는 외교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중에서 불가피하게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중국보다 포괄적 동맹인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양자택일 상황이 아니더라도 중국보다 미국에 비중을 두고 외교정책을 펼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지금이 과연 그런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지가 일차적인 의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어느 한쪽 편을 확실하게 드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가 뒤따르는 의문이다.


중국 공산당대회와 미국 중간선거 뒤 열린 미중 정상회담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만나고 있다.

▲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만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및 G20 정상회의는 국제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점에 열렸다. '신냉전' 시대의 두 주역인 미국과 중국에서 모두 중요한 국내 정치 행사가 끝난 직후에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샅바싸움을 했다.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0월 16일~22일)에서 3기 연임하면서 권력 기반을 더욱 공고하게 다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고전이 예상되던 중간선거(11월 8일)에서 선전하면서 힘을 받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냉전 시대의 양국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관리해 나갈 것인지를 놓고 정면 대결에 나섰으니 세계의 이목이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도 이번 외교 행사는 매우 중요했다. 한일 두 나라 모두 미-중 경쟁의 향배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두 지도자는 국내적으로 큰 정치적 곤경에 처해 있어 이를 타개할 외교 성과가 절실했다. '지지율 30%의 늪'에 빠져 있는 윤 대통령은 잇단 외교 실책에 '10.29 이태원 참사'까지 더해지면서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기시다 총리도 아베 암살 이후 통일교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지지율 급락 속에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놓여 있다. 


북한 도발 대응보다 눈에 띄는 대중국 견제망 참여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상황 속에서 아세안 정상회의 이틀째인 11월 13일,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 정상이 미일, 한미, 한미일, 한일 정상회담을 잇달아 개최하며 연대를 과시했다. 14일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회담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세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계산에서 이런 일정을 원했을 것이다.


세 나라 간 연쇄 정상회담을 묶어준 표면적인 의제는 '북한의 도발 억제'였다. 북한은 최근 한미일 및 한미 군사훈련에 반발에 탄도미사일 등을 잇달아 발사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이에 관해 세 나라 정상은 개별 또는 3자 회담을 통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판과 경고는 세 나라 정상이 한 모든 회담의 결과를 설명하는 자료의 첫머리를 장식했다.


그러나 회담 설명자료 앞부분의 북한 도발 대응보다 더욱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뒷부분에 있는 한국의 독자적인 인도-태평양전략 설명과 미일 두 정상의 환영이었다. '인태전략'이라는 용어 자체가 중국 견제를 위해 나온 개념이니까 한국의 인태전략 발표는 곧 한국이 대중 견제에 참여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이 미일 두 정상과 회담에서 이를 설명하고 미일 두 정상이 환영했다는 것은, 앞으로 미일과 스크럼을 짜고 중국 견제 대열에 서겠다고 약속한 것과 다름없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인태전략 설명과 함께 '태평양도서국 협력 구상'에도 참여하겠다고 통보했다. 태평양도서국 협력 구상은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영국이 제안해 6월 출범한 기구로, 쿼드, 미영호동맹(오커스), 아시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여러 가지 중국 견제망 중의 하나다. 윤 정부는 취임 직후인 5월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미 바이든 정부가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 참여를 선언했었다.


더구나 한미일 삼국 정상은 북핵 문제 외에 이런 내용을 담은 최초의 포괄적인 공동성명까지 발표했다. 성명에는 중국이라고 명시는 하지 않았지만 "불법적인 해양 권익 주장과 매립지역의 군사화, 강압적인 활동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등 누가 봐도 중국을 겨냥한 문구가 다수 들어 있다.


이런 일련의 윤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종합해 보면, 이번 아시안 순방은 미국·일본 주도의 중국 견제, 중국 포위망에 한국 외교가 본격적으로 가담한 무대였다고 평가해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강제 동원 슬쩍 미루고 정상회담 수용한 일본의 속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2일 토요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5차 아세안-일본 정상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2일 토요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5차 아세안-일본 정상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에 관해 해답을 내기 전에 정상회담은 없다'고 강짜를 부리던 일본이 이번엔 그런 주장을 슬며시 내려놓고 2년 11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에 응한 것도, 한국이 한미일 대중 견제망에 참여하기로 한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최근 북한의 연쇄적인 미사일 도발 때문에 과거사 문제로 한일 정상회담을 마냥 미루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지만, 대북 협력 필요성만이 이유라고 보기 어렵다.


일본이 당면한 최대 안보 문제가 중국 견제이고 그를 위해서는 미일동맹 강화와 함께 한미일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속내라는 점에서 보면, 강제 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강공은 한국을 대중 포위망에 끌어들이기 위한 '마중물 전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하튼 한국의 이전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북한 도발 억제를 이유로 한미일 군사협력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일본이 이를 놓치지 않고 우선순위를 바꿔 중국 포위망에 한국을 끌어들였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 둘 다 낮은 지지율의 늪에 빠져 있는 한일 정상은 어떤 합의가 나와도 국내적으로 동티가 나기 쉬운 강제 동원 문제를 섣불리 건드리기 어려운 처지에 있다.


섣부른 반중국 행보, 중국 곱지 않게 반응할 가능성 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 사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정상회담 하는 윤석열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윤석열 대통령(오른쪽 사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갈수록 선명해지는 대중 견제 전략이 나라의 안전과 발전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다. 분명한 것은 미중 대립 구도가 격화하고 중국 포위망이 거세지는 속에서 중국 반대 진영에 확실하게 몸을 담근 한국에 대해 중국이 곱지 않게 반응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3자 연대 과시 뒤 모두 중국과 정상회담을 했거나 할 예정이다(한국 : 15일, 미국 : 14일, 일본 17일). 그러나 세 나라의 중국에 대한 자세는 모두 다르다. 미국은 세계 패권 경쟁 차원에서, 일본은 동아시아 패권 경쟁 차원에서 중국에 할 말은 하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경쟁과 협력 중에서 경쟁에 더욱 치중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가장 큰 한국은 쉽게 중국에 대놓고 할 말을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나마 윤 대통령이 귀국 직전에 25분의 짧은 시간이나마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의견을 교환한 것은 다행이다.


많은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오랫동안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과 대립·갈등을 지속하겠지만, 과거의 미소 냉전 때처럼 양 진영이 완전히 분리된 경제체제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중 두 정상도 14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대만 등 몇 가지 사안에 관해서는 첨예한 인식 차이를 보였지만 우발적인 충돌 등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소통은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군자표변'이라는 말이 있듯이, 큰 나라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작은 나라 사정을 보지 않고 정책을 급히 바꾸는 경우가 많다.


한국 정부는 이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서 장단기적인 위험 회피 대책을 짤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무역 거래를 중국과 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신중하게 움직이는 게 현명하다.


적어도 기업들이 정책 변화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거나 미중이 어디서 대립하고 어디서 협력하는지를 잘 가려가면서 실리를 찾는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번에 미국과 일본만 쳐다보면서 대중 견제 '몰빵 외교'에 나섰다는 인상을 줬다. 지금이라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돌발 상황에 유연하고 다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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