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창올림픽 유치하면서 뒷전에선 투기판 벌였나
등록 : 2012.02.28 19:21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에서 벌어진 땅투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제 재벌닷컴이 일부 공개한 주요 기업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평창 일대 토지재산 현황을 보면, 평창올림픽이 투기꾼의 탐욕을 채워줄 장터로 변질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재벌닷컴이 주요 기업의 자산현황을 조사한 결과, 롯데와 지에스(GS) 등 대기업 총수와 가족, 계열사 고위임원 등 22명이 2000년 이후 평창군 일대의 노른자위 땅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땅을 산 뒤 5~7년 만에 값이 10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땅 매입 시기는 올림픽 유치전이 시작되면서 투기바람이 불 때와 겹쳤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투자로 보기 어렵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토지 매입자의 상당수가 올림픽 유치 공식후원사로 참여한 기업의 대주주이거나 고위임원이라는 사실이다. 유치활동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계열 연구기관을 동원해 평창올림픽 개최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적게는 21조원에서 많게는 65조원으로 추정하는 등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반면에 얼마나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환경훼손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드는지는 무시했다. 즉 근거도 뚜렷하지 않은 기대효과는 잔뜩 부풀리고 국민 모두가 부담해야 할 엄청난 비용에 대해선 애써 눈감았다. 앞에선 평창 일대의 강원도민은 물론 온 국민을 들뜨게 하고, 뒤로는 시세차익을 챙기려고 땅투기에 열을 올린 게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급이 원천적으로 제한된 땅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원이다. 이를 이용 목적이 아니라 투기 목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무한정 허용하면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평창의 경우에도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투기로 주민의 주거불안을 부추기고 농민의 생업기반도 허물어뜨리는 등 벌써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더 악화하기 전에 투기세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과세를 서둘러야 한다. 시장경제를 모범적으로 발전시킨 나라들은 토지만큼은 공공성에 입각해 소유를 제한하거나 개발이익을 환수한다.

2009년 이후 평창 일대에 20억원 상당의 땅을 매입한 강호동씨가 문제의 땅을 사회에 기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투기 의혹을 받자 지난해 11월 스스로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뜻이었다. 이런 최소한의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자세를 대기업 대주주나 고위임원에게서는 보기 힘든 현실이 서글플 따름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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