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292214065&code=940701 

수공, 홍수 막는다던 4대강 ‘홍수 가능성’ 인정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긴급 연구용역 발주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일부 지역의 홍수 피해가 공사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해왔으며 홍수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4대강 16개 보는 4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수자원공사연구원은 지난 2월 초 ‘(4대강) 16개 보별 세부 운영기준 개발’이란 제목의 연구용역을 긴급 발주했으며, 한국수자원학회를 낙찰자로 29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용역비는 2억3000만원으로 연구기간은 10개월이다. 

연구원은 용역 지시서에서 “4대강 본류의 일부 구간은 보 설치 및 관리수위 유지에 따라 4대강 사업 전에 비하여 평상시 수위가 상당히 상승하게 된다”면서 “4대강 지류 중에는 이러한 구간으로 유입되는 것들이 있으며, 이들 지류 유역에 국지적인 홍수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원은 또 수자원학회에 4대강 지류 유입 지점 중 4대강 공사 후의 평상시 수위가 사업 전에 비해 현저히 상승하는 곳들을 조사하고,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들을 선정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조사를 한 뒤 피해 위험 지역 수위를 낮추기 위한 보의 운영 방안을 수립하겠다는 것이 용역의 목적이다. 

연구원의 용역 발주는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홍수 피해를 인정한 것이다. 특히 본류가 아닌 지류 홍수에 따른 피해를 염려하고 있다는 점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학계의 주장과 일치한다. 

한국방재협회가 2008년에 낸 보고서를 보면 전체 홍수 피해액 가운데 국가하천에서 발생한 비율은 3.6%에 불과하며, 홍수 대부분이 지방하천이나 소하천 같은 지류에서 발생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본류는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비교적 안전했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고 홍수가 집중되는 지류는 오히려 더 위험해졌다는 점을 수자원공사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역 이후 세부 운영기준을 만들어도 홍수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홍수가 났을 때 낙동강에 있는 8개 보를 기계처럼 유기적으로 운영한다는 건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면서 “1개라도 보의 수문을 제때 열지 못한다면 하천 바닥을 위로 들어올리는 효과가 생겨 홍수 피해가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4대강 준설로 전반적인 홍수위가 낮아졌고, 국지적인 홍수 피해는 기우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홍형표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부본부장은 “홍수위 저하는 이미 지난해 여름 우기를 겪으면서 검증됐고 홍수가 예상되면 수문을 모두 열기 때문에 지류에서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서 “수자원공사연구원의 연구용역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보 운영 매뉴얼을 보다 상세화하기 위해 4대강추진본부와 협의해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지시서에서 밝힌 홍수 피해는 구체적인 연구를 근거로 한 내용이 아니며, 개연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제방이 넘치는 큰 홍수가 아니라 고수부지가 잠길 정도의 중간 규모 홍수를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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