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친일... MB정부 부끄럽다"
만신창이 3·1정신 살리는 길
12.03.01 10:38 ㅣ최종 업데이트 12.03.01 11:30  김삼웅 (solwar)

▲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 개관식을 앞두고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회원들이 건물 입구에서 '박정희 기념관 폐관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제93주년 3·1절을 전후하여 3·1정신과 배치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3·1정신을 기대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최근 나타난 현상은 너무 지나치다.
 
혈서를 쓰고 일본군에 지원한 박정희의 호화기념관이 마침내 개관되고, 경제주권과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3월 15일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일본 우익단체가 주일 한국대사관 앞에 독도가 일본땅임을 알리는 '다케시마비'를 세우겠다고 공언하는 시점에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 외교 전문은 이 대통령이 일본 후쿠다 총리에게 독도땅 표기를 "기다려달라"고 말한 것으로 나와있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인수하기로 했던 전시작전지휘권을 별다른 고민의 흔적도 없이 주한 미군사령관에게 또다시 떠맡겼다. 유엔가입 200여 개 독립 국가 중 전작권을 외국군사령관에게 맡긴 나라가 또 있을까. 한국은 명실공히 경제력 세계 10위권이고 국방력도 비슷한 수준이다. 북한의 국가총예산이 우리 국방예산 수준에 불과한 처지에 언제까지나 군사주권을 외국에 맡겨야 하는가. "어른이 되고서도 유모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있다"고 한 어느 미국인의 독백이 부끄럽다.
 
3·1정신의 첫 번째 키워드는 자주독립이다. 1919년 3월 방방곡곡에서 떨쳐 일어난 선열들은 자주독립을 외쳤다. 무자비한 일제의 총칼에 맞서 조선의 자주독립을 요구하다가 수만 명이 살해ㆍ부상당했다. 지금 우리는 당당하게 자주독립국가라고 말할 수 있는가.
 
두 번째는 신분·직업·종교·소득을 뛰어넘은 국민의 총체적 저항이었다. 3·1운동 당시 빈부귀천이 따로없었다. 모두 한덩어리가 되어 싸웠다. 국민통합의 3·1정신이 지금 어떤가. 99대 1의 양극화 구조가 되었고 서민대중의 가계빚이 900조에 달할만큼 서민의 생활은 참담하다.
 
세 번째는 평화정신이었다. 선열들은 총칼에 맞서면서도 비폭력저항을 계속했다. 지금 남북관계는 6·25 이후 가장 악화된 상태다. 연평도 포격으로 전쟁일보전까지 갔다. 외적에게도 평화정신을 보였던 민족이 동족 간에 '전쟁불사'를 외치게 되었다.
 
네 번째는 민주공화주의정신이다. 3·1운동을 계기로 태어난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민주공화제를 정체성으로 삼아 간난 27년을 싸우고 마침내 대한민국정부수립으로 이어졌다. 지난 4년 동안 '민주공화'는 형해화되었다. 민간인이 총리실의 불법사찰을 받고 중앙선관위가 집권당원들의 디도스공격을 당했다. 검찰은 권력의 하수기관이 되고 족벌신문과 공영방송은 정부의 홍보기관으로 전락했다. 고위공직은 측근 비리의 온상이 되고 비판자들은 사법의 올가미가 덮쳤다.
 
선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가
 
▲ 지난해 3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92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낭독하는 이명박 대통령(자료사진) ⓒ 청와대

"뼛속까지 친일·친미"라는 자가진단을 받은 이명박 정부에서 3·1정신이 가장 심하게 상처입은 부문은 공공연하게 친일세력을 옹호하고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을 폄하하면서 교과서를 입맛대로 개악하는 등 역사왜곡이었다. 이승만·박정희 등 독재자들의 망령을 찬양하고 백선엽 등 일본군 출신들을 '모범한국인상'으로 선전했다.
 
3·1절 행사장에서도 어김없이 독립선언서의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자주민임"이 선언될 것이다. 그리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경축사가 나올 것이다. 선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가. '반 3·1정신'의 패악이 자행되고 있는 이땅에서 '3·1정신 계승운운'은 선열에 대한 배신이고 당대에 대한 모독이고 후손에겐 사기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공천자 심사에 영일이 없어보인다. 친일파를 옹호한 사람, 과거청산을 범죄시한 인물, 남북화해를 저해한 냉전주의자,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추종하는 극우인사, 공화제를 파괴한 독재자의 대리인, 외세지향의 사대주의자들을 골라냈으면 한다. 공천을 잘못하면 주권자가 투표장에서 이들을 배제해야 한다.
 
93년 전 선열들은 생명을 걸고 외적과 싸웠다. 대한민국의 정신적·법적 근원이고 가치인 3·1정신을 제대로 실천하여 내년 3·1절에는 선열들에게 당당한 대한민국, 한국인임을 보였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입니다. 이 글은 1일자 <경향신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Posted by civ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