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vop.co.kr/A00000480186.html

[기고]4대강의 몸살, 어떻게 재판부에 알릴 것인가?
낙동강 사업 위법 판결을 받기까지③
이정일 변호사  입력 2012-03-02 16:37:57 l 수정 2012-03-04 11:18:48

지난 10일 4대강 사업의 하나인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절차적인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2월10일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낙동강 사업에는 위법사유가 없어서 사업을 취소할 수 없다는 원고 패소판결을 하였다. ‘국민소송대리인단’이 즉각 부산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하면서 얻은 '첫 4대강 사업의 위법' 판결 결과였다.

4대강의 몸살, 어떻게 재판부에 알릴 것인가?

강은 강을 끼고 살아온 사람들과 수많은 생명들에게 젖줄역할을 하면서 말없이 흘려왔다. 5.7억 톤의 모래 준설과 16개의 보 건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강은 역사 이래로 가장 거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사업의 경제성도 없고, 홍수예방 목적도 달성할 수 없는 4대강 사업이 초래할 생태계 파계와 환경재앙을 우려해 사업을 반대해 온 환경운동 활동가들은 강이 변화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들은 때로는 언론 보도로, 각 지역 현장에서 몸짓으로, 법정에서, 때로는 교회, 성당 및 사찰에서 그들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4대강 사업 취소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 중에 강에서 피해 상황이 발생하면 누구보다 먼저 현장 활동가들이 그 소식을 전해왔다. 우리 ‘국민소송대리인단’은 그 소식이 갖는 의미를 ‘환경영향평가법위반 또는 행정처분의 재량권일탈 남용’ 등의 법률적 언어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하였다. 

2011년 5월경, 우기가 진행되면서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할 것 없이 강들이 몸살을 앓기 시작하였다. 현장 활동가들은 직접 사진을 언론사에 보내고, 성명서도 작성하며, 침수, 붕괴 현장에서 피켓도 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바빴고, 강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절절하게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속도전으로 전개되는 4대강 사업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점들. 이러한 문제점들이 어느 지점에서 ‘국가 재정법위반’이 되고, ‘환경영향평가법위반’이 되며, ‘행정처분의 재량권일탈 남용’이 되는 것인지는 현장 활동가들과 ‘국민소송대리인단’에게 넘겨진 과제였다. 

현장 활동가들이 낙동강 현장에서 일어나는 환경 피해들을 모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처럼 ‘국민소송대리인단’도 낙동강 현장 상황을 항소심 재판부에 생생하게 전달해야 했다. 낙동강 사업이 진행 된 이후 발생한 역행침식, 재퇴적, 지천 피해, 상주보 제방붕괴, 왜관철교 및 남대대교의 붕괴 등이 사업으로 인하여 직접 발생하는 피해인지, 그 피해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인지, 그 피해가 법 위반으로 평가할 정도의 피해인지 등을 평가하여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이 ‘국민소송대리인단’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국민소송대리인단’은 정부 측 소송대리인단의 반박 논리에도 대응해야 했다. 

현장검증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단 15분...백문이 불여일견!

‘국민소송대리인단’은 낙동강에서 벌어진 제방 및 교각 붕괴, 역행침식, 재퇴적 현상을 보기 위한 현장검증장소로 상주보, 병성천 합수지점, 회천 합수지점, 황강 합수부, 남지대교 상판 침하 지점을 신청했다. 이는 현장 활동가와 하천 전문가 교수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다. 

정부 측은 ‘상주보 공도교’와 ‘담소원(談笑園)을 현장검증 장소로 신청했다. ‘백 번 듣는 것 보다는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라는 격언처럼 ‘국민소송대리인단’은 실제 현장검증을 진행하기 전에 ‘현장검증 리허설’을 하기로 하였다. 현장 활동가들이 첨병 역할을 하였다. ‘현장검증 리허설’에 참여한 활동가는 여주환경운동연합에 이항진, 대구환경운동연합에 정수근, ‘라디오 인’에 김병건 등이다. 그리고, 상주보에서 남지대교까지 약300km 이상 구간을 함께 하면서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분들도 많았다. 

1차 작업은 제방 및 교각 붕괴, 역행침식, 재퇴적 등에 관한 많은 현장 사진 중에서 현장검증을 할 때에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진을 가려내는 것이었다. 가려낸 사진 중에서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크기를 결정하고, 이를 판넬화 작업을 하였다. 판넬 작업 후 활동가들과 ‘국민소송대리인단’ 소속인 나는 현장검증 전날에 실제 현장검증이 실시될 시간에 맞추어 상주보로 갔다. 대구에서 9시 즈음에 출발하여 10시 40분 즈음에 상주보에 도착하였다.

상주보 바로 하류 지점. 실제 현장검증 때에는 각 현장검증 지점에서 ‘국민소송대리인단’이 주장할 수 있는 시간은 약15분이고, 이 15분 이내에 현장의 문제점을 재판부에 전달해야 했다. 

다음은 상주보 직하류 지점에서 벌어지는 ‘현장검증 리허설’ 장면이다. 

설계, 시공의 하자, 환경영향 평가의 부실이 문제다

이정일 변호사는 상주보 직하류 지점에서 제방 붕괴가 일어난 상황에 대해서 판넬 현장 사진을 제시하면서 요약 설명한다. 현장사진의 모습과 실제 제방 모습, 상주보의 모습 대조 설명한다. 제방 붕괴의 원인 등이 상주보 설계상의 하자, 시공상의 하자, 환경영향 평가를 부실하게 하였던 것에 그 원인이 있음을 설명한다. 상주보가 완공 된 후에도 끊임없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당장 공사를 중단하여야 한다. 

1
상주보 바로 아래 제방 붕괴 전후 모습/재퇴적 비교. 2011년 4월 30일 제방완공 및 준설 후(왼), 2011년 5월19일 재퇴적 및 제방붕괴 모습(오른) ⓒ이정일

이항진 활동가는 정부 측 논리를 펼치는 역할을 하였다. 즉, 제방붕괴는 원래 제방이 노후가 되었던 것일 뿐인데, 비가 일시적으로 많이 왔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원래 실시설계서에서 정한 콘크리트 호안보호공을 설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김병건 대표는 판넬을 들고 있을 위치, 판사 및 상대방 변호사의 위치 등을 고려하여 이정일 변호사에게 가장 효과적인 위치 선정을 자문해 준다. 

1급 수질 자랑하던 상주보 지역 , 수질 악화 우려

상주보 공도교 지점. 이 지점에 대해서는 정부 측이 현장검증 장소로 신청한 지점이었다. 이항진 활동가는 정부 측을 대변하여 상주보는 홍수예방과 용수확보를 가뭄에 대비하는 기능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상주보 상류 지점에 ‘오리섬’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고 말한다. 부가적으로 상주보는 소수력발전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정일 변호사는 보 자체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홍수소통 공간을 축소하기 때문에 오히려 홍수위험을 증대시킨다고 설명한다. 용수확보는 필요한 물을 공급받을 지역이 필요한데, 상주보 주변 지역에는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지역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상주보 상류 지역은 1급 수질에 해당하는 수질을 유지하였는데, 보로 인한 물의 정체 현상으로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오리섬’은 주위 도동서원과 어울려 이미 천연 생태공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인위적인 개발로 오히려 유기적인 생태공간의 기능을 상실시킬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개발 이전에 ‘오리섬’에는 고라니 등이 물을 먹고 얕은 숲에 휴식 공간을 찾았으나, 보로 인하여 물이차고 연결 다리로 인하여 단절된 형식적인 생태공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침식과 퇴적의 반복은 홍수 예방에 전혀 도움 안 돼

병성천과 낙동강 합류 지점. 이 지점은 역행침식과 재퇴적 문제를 모두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낙동강 본류를 6미터 깊이로 모래는 파내는 공사를 진행하자 낙동강 본류와 낙동강 본류로 유입하는 지류 하천과 사이에 높이차가 발생하였다. 홍수기에 지류 하천에 모인 강물은 낙동강 본류로 급히 유입된다. 낙동강 본류로 유입되는 강물이 일으키는 침식작용은 낙동강 본류와 지천 사이의 높이차 때문에 극대화된다. 이 침식현상으로 지천 상류로부터 모래가 끊임없이 낙동강 본류로 유입된다. 모래는 다시 낙동강 본류에 퇴적된다. 

역행침식이 지천 상류로 진행되면서 지천의 제방을 붕괴시켜 홍수위험을 야기 시키고, 지천에 설치된 교각하단부의 안정성을 위협하여 교각을 붕괴시켰다. 이러한 역행침식 현상은 낙동강 본류와 지천 사이의 평형상태가 유지될 때까지 반복된다. 역행침식 현상은 홍수 예방 사업이 오히려 지천의 홍수위험을 드러내는 것이고, 역행침식의 결과로 낙동강 본류에 모래가 다시 퇴적되는 현상은 홍수예방 수단으로서의 모래 준설이 효용성이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2
병성천 지천 역행침식 과정. 2011년 4월30일 준설 완료 후 병성천 합류지점(왼), 2011년 5월19일 강우 직후 역행침식 모습(오른) ⓒ이정일

김병건 대표는 역행침식과 재퇴적 현상을 조망할 수 있는 지점을 선정한다. 그 지점에서 다수의 활동가들이 판넬 사진을 들고 선다. 이정일 변호사는 판넬사진, 현장 모습을 통하여 역행침식과 재퇴적을 설명한다. 합류지점의 하상유지공이 떠내려가 효용성이 없음을 설명한다. 역행침식으로 합수부 주변 제방이 붕괴되었음을 설명한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를 부실하게 한 것이 주요 원인이고, 4대강 사업의 목적도 달성되기 어려움을 설명한다. 당장에 4대강 사업이 중단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항진 활동가는 정부 측을 대변하여 역행침식 현상과 모래 재퇴적 문제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함을 설명한다. 보에 물을 담수하게 되면 낙동강 본류와 지천 사이의 수위차가 사라질 것이므로 역행침식 현상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정일 변호사는 다시 정부 측 논리에 대한 반박을 펼친다. 즉, 이정일 변호사는 보 운영원칙이 갈수기에는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만 홍수기에는 가동보를 모두 열어 보의 물을 사전에 빼내는 것임을 설명한다. 홍수기에 여전히 낙동강 본류와 지천 사이의 수위차가 발생한다. 따라서, 역행침식은 홍수기에 반복하여 계속하여 진행 될 현상임을 설명한다. 

현장 활동가들과 이정일 변호사는 이외에도 역행침식으로 인한 제방 붕괴의 높이, 재퇴적 면적을 산정하기 위하여 물에 들어가거나 또는 줄자를 갖고 길이를 재면서 현장검증 시에 판사에게 현장감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누구도 찾지 않는 곳까지 국민의 혈세 쏟는 정부

담소원(談笑園). 정부 측이 신청한 현장검증 장소이었는데, 4대강 사업을 ‘왜 하는지’ 의아함을 심어주는 상징적인 장소이었다. 낙동강을 수업이 답사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활동가도 담소원이 어디인지 몰랐다. 네이버 지도 또는 다음지도 등에서도 검색되지 않았다. 물어물어 확인해 본 결과 정부 측이 낙동강 수변 생태환경구역으로 조성한 곳이고, 새롭게 지역 명을 부여한 곳이라 어느 누구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담소원’이라고 새롭게 이름 지어진 곳은 경북 고령교 바로 밑을 말하는 것이었다. 

3
황강-낙동강 합수부 준설 직후 및 재퇴적 모습 비교. 2010년 5월28일 준설완료 직전(왼), 2011년 6월2일 재퇴적후 준설공사 반복(오른) ⓒ이정일

정부 측이 왜 ‘담소원’이라는 곳을 현장검증 장소로 신청하였는지 궁금하여 현장을 찾아갔다. 낙동강 본류를 따라 넓게 펼치진 하천 제외지 공간에 코스모스와 같은 꽃들이 만발하였고, 몇 곳에 원두막처럼 생긴 벤치가 만들어져 있었다. ‘담소원’은 지명도도 낮고, 접근성도 용이하지 않으며, ‘담소원’의 주변 5km 이내에는 농경지 및 농촌지역 밖에 없었다. 

꽃들이 피어있는 공간 주변에는 번식력이 강한 엉겅퀴들이 여기저기에 자라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 사는 대구시민 어느 누구도 찾아볼 매력이 없는 곳이었다. 오히려 관리를 소홀하게 하면 담소원은 금방 엉겅퀴 등 잡풀로 뒤덮일 곳이었다. 우리 모두는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출해야 할 국민의 혈세를 생각하면 씁쓸하기 짝이 없었다. 

남지대교 5~6 교각 하단 지점. 이 현장검증 장소에 도착한 시간은 해가 진 저녁 6시이었다. 현장 활동가들과 이정일 변호사는 마지막 현장검증 장소의 ‘현장검증 리허설’을 하였다. 이정일 변호사는 남지대교 교각 중 5~6번 교각이 아래로 침하된 이유는 낙동강 본류 준설로 인하여 역행침식과 세굴현상이 진행된 결과임을 설명한다. 2011년 포르투갈 다리 붕괴 원인 모래 준설로 인한 역행침식의 결과임을 설명한다.

이 원인을 분석한 미국하천 전문가 컨돌프 교수가 경고한 직강화 된 강과 준설의 위험성을 소개한다. 이항진 활동가는 정부 측을 대변하여 남지대교 5~6 교각 지반이 연약하여 일부 침하된 것이지 낙동강 본류 준설과 전혀 무관함을 설명한다. 

'현장검증 리허설'이 4대강 복원의 첫걸음이었다

‘현장검증 리허설’을 마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약10시간, 대구에서 상주보, 상주보에서 남지대교, 남대대교에서 대구 등으로 500km이상을 차로 이동하였다. 모두가 아주 힘든 하루였다. 저녁을 먹고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실 2층에서 잠을 청하기로 하였다. 모두가 모여 ‘현장검증 리허설’을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에 관한 토론을 하였다. 현장 시 사용할 판넬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작업도 하였다. 

12시가 넘어서자 한 사람씩 차례로 잠을 청하였다. 오늘은 ‘현장검증 리허설’이어서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지만, 다름날은 판사와 상대방 소송대리인들이 참가하는 실제 현장검증이 실시되기로 했다. 효과적으로 문제점을 전달하지 못하면 현장검증을 신청하지 아니한 것보다 못하게 된다는 생각에 매우 긴장되었다. “변호사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열심히 연습해서 내일 잘 될 것입니다” 나는 이항진 활동가의 말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실제 현장검증에서 ‘국민소송대리인단’은 정부 측 소송대리인단 보다 훨씬 훌륭하게 변론하였다. 

이렇게 ‘현장검증 리허설’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4대강을 옛 모습으로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은 특정 누구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부산고등법원 항소재판부는 낙동강 사업의 위법성을 ‘국가재정법’에서 찾았다. 그러나, 낙동강에서 벌어진 현장 활동가들이 생생하게 전달한 낙동강 사업의 문제점을 부산고등법원 항소부도 생생하게 보았기 때문에 ‘국가재정법’ 위반을 판단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정일 변호사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