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 “파업 동참 이유는 가슴이 울어서…”
등록 : 2012.03.04 19:44수정 : 2012.03.04 23:05

김태호 PD

[조국의 만남] ‘MBC 파업’ 김태호 무한도전 PD
“무도 결방으로 돈 못받는 작가들 때문에 슬퍼요” 
방통위 소명갔더니 한 위원이 “초등학교는 나왔냐”

조국(47)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한겨레>의 인터뷰어로 나섰다.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논객 조 교수가 앞으로 우리 사회 현안의 중심에 선 인물을 격주로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첫번째로, <문화방송>(MBC)의 김태호 <무한도전> 피디를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사옥의 파업 현장에서 만났다.

-악센트를 가미한 클래식 패션 멋집니다. 과거 레게 머리를 생각하면 대단한 변신인데요. 한국 사회에는 복장에 대해서도 문화적 억압이 있지 않습니까. 김 피디는 이런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라 참 좋습니다.

“저에게 패션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한 방편이죠. 과거 귀걸이 하고 반바지 입고 다닐 때는 눈총깨나 받았지요. 최근에는 남성 패션의 세계적 트렌드가 클래식으로 갔기에 몸으로 실험해보고 있는 중입니다.(웃음)”

-문화방송 노조가 1월30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으니까 30일이 넘었군요. 김태호 피디도 파업에 동참하고 있고…, 인터뷰를 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고 들었습니다.

“저 외에 파업에 동참한 사람이 매우 많고, <무한도전>도 저 말고 약 100명의 사람들이 같이 만듭니다. 그런데 제가 인터뷰하면 저 혼자 다 하는 것처럼 전달될 것 같아서요. ‘조국이 만난 사람’ 첫 회에 등장하게 되어서 설레면서도 부담이 됩니다. 제가 말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한국 사회에서 김 피디 같은 사람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는 권위주의와 결합된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인간을 규격상품 찍어내듯이 길러왔어요. 여기서 벗어나면 불량품 취급하고 말입니다. 저는 규격화를 거부하는 김 피디가 멋집니다. <무한도전>이 4주째 결방됐는데,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이번 파업은 거의 4년 이상 누적돼왔던 곪았던 것이 터진 것입니다. 엠비시만의 문제도 아니고요. <한국방송>(KBS)과 <와이티엔>(YTN) 노조도 파업에 들어가잖아요. 언론으로서 마땅히 다루어야 할 것을 못하게 하고, 그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억압하려 하고 있어요. <피디수첩> 피디가 경기도 용인에 있는 세트장 담당 부서의 관리직으로 쫓겨났잖아요. 엠비시는 경영 상태나 광고 판매가 좋다 하면서 덮어왔는데,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한 거지요.”

-2008년 언론관계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 때 김 피디는 미니홈피에 ‘저희는 밥그릇 싸움이 아닌 미래…, 여러분을 위한 밥그릇 싸움입니다’라고 쓴 바 있습니다. 지금도 파업을 비난하는 이들은 ‘기자나 피디들 돈 많이 버는데 왜 파업하냐, 더 많이 받겠다고 그러냐’, 이러지 않습니까?

“알아야 할 사실이 시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전달되더라도 왜곡되거나 누락되어 전달되면 시민이 세상일에 대하여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습니다. 잘못된 언론의 최대 피해자는 시민이기에, 언론사 파업은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입니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만들 수 없으니 선택권이 없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언론종사자가 나서는 겁니다. 현재 기존 언론에 문제가 있으니까 ‘나는 꼼수다’, ‘뉴스타파’ 등 대안매체가 생겨나잖아요. 오히려 기존 언론보다 더 언론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요. 물길을 막아도 물길이 사라지지 않잖아요. 또 어딘가로 흘러가지요.”

-이번에 엠비시 예능 피디 중 노조원 전원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압니다. 사회 통념상 예능 하면 정치나 사회 참여에 관심 없이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예능 피디들이 파업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능 피디들은 논리적으로 이게 이렇고, 저게 저렇고 하나하나 따지고 계산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저도 그렇고요. 이성이나 논리에서는 상당히 약하죠. 대신 감성이나 가슴이 발달한 사람들이 많아요.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치밀한 계산이나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여 보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포인트 하나가 시청자들과 소통이 되면 그걸로 끌고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능 피디의 파업 참여도 가슴이 울었기 때문입니다.”(4면으로 이어짐)

-제 직업이 법학 교수다 보니 논리적·이성적 이미지가 많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논리로만 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가슴이 뛰고 설레고 몸이 떨리는 쪽을 그냥 선택했거든요. 궁금한 게 있어요. <무한도전> 결방 상태에서 <무한도전> 팀은 뭐 하고 있나요?

“파업 때문에 목요일 날 촬영하던 <무한도전> 시간이 비니까, 다른 프로그램에서 게스트 섭외가 많이 오나 봐요. 그렇지만 <무한도전> 출연진들은 그쪽으로 가지 않고, 연습실을 마련해 목요일마다 모여서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걱정하는 이들은 작가 분들이에요. 프리랜서라서 방송이 진행되어야 수당이 입금되니까요. 그분들의 어려움 때문에 가슴 아파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사옥에서 김태호 <무한도전> 피디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기존언론 문제 있어 ‘나꼼수’ 등 매체 나와
우린 같이 느끼며 고민하는 프로그램 만들어
‘무도’ 멤버, 파업중 딴일 않고 아이디어 짜

-이제 <무한도전> 얘기로 들어가 봅시다. 한국 최고 예능 피디의 예능 철학은 무엇입니까?

“과거나 지금이나 예능도 뭐 해야 한다며 ‘계몽’하려 들어요. 제목부터 그런 게 많잖아요. ‘아침밥 먹읍시다.’ 그런데 저는 뭘 그렇게 가르치려 들까 거부감이 들었어요. 프로그램의 근본은 시청자와의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처지에 서서 그들이 가장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해요. 우리도 ‘계몽’을 하지요. 그러나 전 그 방법을 달리하고 싶었어요. 과거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거나 식당을 개보수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그런데 항상 그 이전에 일종의 거래가 있어요. ‘너의 슬픈 사연을 들려다오. 그러면 내가 무언가를 주마.’ 요즘 오디션 같은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무한도전>의 경우 이런 요소를 부각시키지 않으려 노력해요. 언젠가 설날에 한 해 출연료 수천만원을 모아 승합차를 사서 정말 필요한 분에게 드리는 일을 했어요. 그렇지만 이 선물을 받는 분들의 눈물 나는 사연을 보여주는 대신, 그분이 차를 보면서 터뜨린 외침 “오 하나님”으로 마무리했어요.”

-피디건 교수건 법률가건 ‘나는 진리를 안다’고 생각하며 대중을 깨우쳐 주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잖아요. 우리는 각자의 가설이나 부분적 진리를 가지고 만나서 싸우고 화해하고 배우며 살아갈 뿐인데요. <무한도전>은 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딱 결론을 정해놓고 가지 않는 것도 좋아요. 그리고 <무한도전> 시청자들은 ‘꺼벙한’ 사람들이 좌충우돌하며 과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공감하고 즐거워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 피디가 생각하는 ‘무도(무한도전) 정신’은 무언가요?

“과거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엠시(MC), 게스트, 패널들이 나와서 말을 주고받다가 특급 게스트가 나오면 우와 하다가 끝나지요. 허탈했어요. 저는 출연 멤버들한테 주인의식을 가지도록 만들었어요. 멤버가 피디 역할까지도 하는 주인의식. 예컨대, 추격전을 하면서도 각 멤버들은 어떻게 해야 가장 재미있을까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움직이거든요.”

-전체 포맷은 피디가 설정하지만, 거기서 자기가 무엇을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가는 각 멤버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발휘한다는 거지요? 그 속에서 원래 설정과 다른 길, 더 재미있는 길이 만들어지기도 하겠네요.

“예. 멤버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주는 일이 제 일이에요. 이 마당에서 멤버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노느냐, 얼마나 진심으로 몰입하느냐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해요. 그리고 우리는 시청자들과의 공감과 소통을 제일 중요시해요. 그냥 쟤들은 한 시간 나와서 시시덕거리고 놀다 가면 돈 많이 번다, 그런 이야기 듣기 싫었고요. 예능 출연자도 최선의 노동을 하며 애쓴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우리도 이 시대를 예능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인식시켜 주고 싶었고요.”

-<무한도전>의 궁서 자막이 히트를 많이 쳤지요. 이명박 대통령의 국밥집 광고를 패러디해 ‘나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자막을 넣는가 하면, ‘에프티에이(FTA) 협상 노홍철을 추천합니다’, ‘기가(GB)가 뭔지, 메가(MB)가 뭔지 알아요?’ 등등. ‘제8의 멤버’라고도 불리더군요.

“궁서 자막을 두고 제가 정치적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주입하려 한다고 비난하는 분도 있나 봐요. 저는 특정 장면을 보는 보통의 시청자가 바로 무엇을 떠올릴까를 생각하고 그것을 쓴 것뿐이에요. 정형돈이 이상한 춤을 췄어요. 그럼 시청자는 무슨 생각을 떠올릴까요. ‘놀고 있네’ 아니겠어요.(웃음) 그리고 시청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촉수를 세우고 그런 것들을 언급하면서 우리도 이런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궁서 자막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 제재를 받았고, 김 피디가 직접 방통심의위에 소명하러도 갔지요?

“제일 기분이 나빴던 건 ‘초등학교는 나왔어요?’라는 어떤 위원의 말이었어요. 전체 일정이 늦어져서 자막 작업에 오타가 여러 개가 나왔어요. 우리가 실수했죠. 그러면 그것만 지적하면 되잖아요. 저는 ‘궁금하시면 제가 졸업증명서를 떼어 드릴까요?’라고 답했지요.(웃음) 지난해 ‘차량 폭발’ 관련하여 불려갔을 때는 어떤 위원이 저보고 ‘당신은 테러리스트다. 테러의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웃음) 당시 영화전문가 모셔놓고 안전거리 다 측정하고 소화 장치 준비해놓고 했거든요. <무한도전> 방송 중 누군가 험한 이야기 하면 유재석씨가 그러지 말라고, 그러면 ‘양복 입고 어디 가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이는 심의위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예요. 심의위 갈 때 제가 양복 입고 가니까요. 그런데 이 발언도 지적받았지요.(웃음)”

-<무한도전>이나 김 피디를 싫어하는 분들은 예능이 왜 사회참여 메시지를 던지느냐, 웃음만 주면 되지 하고 말하려는 거 아닐까요?

“우리가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발언한 건 최근의 ‘스피드 특집’밖에 없어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것을 말했지요. 저는 아무리 뛰어난 대본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리얼리티라고 생각해요. 예능에 사회 현실이 반영되는 건 당연하지요. 시청자들이 삶에서 느끼는 고통을 외면한 채 억지웃음만 던져준다고 진정으로 웃진 않을 거거든요. 우리가 처음부터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게 있어요. 우리가 해결책을 제시해주진 못하지만, 듣고 보고 같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거예요.”

-지난해 말에 종합편성채널(종편) 문제를 다룬 ‘티브이 전쟁 특집’을 했지요?

“그 특집은 종편만이 아니라 지상파와 케이블방송 등을 다 포함하여 언론 내부의 반성을 보여주려 한 것이었어요. 7명이 벌이는 경쟁을 통해서 시청률 전쟁을 보여준 것이고요. 당시 우리는 제일 중요한 건 콘텐츠다, 이 점을 알리려 했어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언론의 소유 문제가 콘텐츠 문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까. 말 나온 김에 중앙종편에서 30억원을 제안하며 오라고 했는데 가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었지요. 왜 안 가셨어요?

“액수가 부풀려졌네요.(웃음) 갚아야 할 대출이 있거나 가족을 위해 집을 사야 한다면 갈 수도 있겠지요. 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제안에 끌려가는 느낌이 싫었어요. 남은 내 인생에서 ‘주권’을 빼앗기는 기분도 들었고요. 현재의 작업 환경이 불만스럽지도 않았고요. 어딜 가더라도 지금 이 즐거움을 대체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종편에서는 그런 것을 줄 수 없으니 돈을 제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물론 저는 종편으로 옮기는 선택을 했던 분들을 무시하거나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이유는 존중되어야 하니까요.”

대본보다 재밌는건 우리사회 리얼리티
팟캐스트·영화 등 도전도 하고싶은 생각
방송이건 정치건 올해의 화두는 진정성

-김 피디의 패션이나 철학을 보면 창의, 도전, 개척 등의 단어가 생각납니다. <무한도전>에도 그것이 반영되어 있고요. 일상 삶에서 성격은 어떠세요?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시끄러운 곳 안 좋아하고, 사인해 달라고 하면 거북하고. 대학 때도 과대표 뽑거나 노래나 촌극을 할 때는 나가서 하긴 하는데, 나가기 전까지는 고민을 많이 해요. 그런데 막상 안 시켜주면 섭섭해했어요.(웃음) 과거 방송에 제 이름을 ‘TEO’라고 넣었어요. 지금은 못 넣게 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죠. ‘김태호’가 아닌 ‘TEO’로 살고 싶은가 봐요.”

-은밀한 인정 욕구가 있었군요.(웃음) 개성 만점의 김 피디도 ‘김태호’란 이름 아래 억압된 무엇이 있었고요.(웃음) 트위터 프로필 보니 ‘커피 공부중’이라고 딱 한마디가 적혀있던데, 실제 커피 공부 중인가요?

“제가 커피를 좋아해요. 바리스타 학원도 알아보고, 커피 종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어요. 100살을 산다고 했을 때 50~60대까지는 방송 일을 한다고 치면 그 이후에는 어떤 것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커피를 택한 것 같아요.”

-커피 알을 갈 듯이 내면을 갈고 커피 액 뽑듯이 내면을 농축하려는 것인가요?

“일주일에 한나절 정도 저 혼자 정리할 시간이 없으면 다음 일주일이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도 들떠 있으면 중심을 못 잡아요. 내면에서 자신이 있어야 들뜰 수 있다고 봐요. 끝까지 봐달라고 하려면 알맹이가 있어야 하니까요. 방송 현장에서 연기자들이 들떠 있어요. ‘우리가 이걸 왜 하느냐’라고 했을 때 바로 ‘이래이래서 해야 해’라고 답할 수 있으려면 밑바탕에서부터 생각을 하고 있어야 되거든요. 그래서 꾸준히 책을 읽으려 해요. 빨리는 못 읽어요. 활자 이해가 상당히 느리거든요.”

-평소 시청하는 다른 프로그램이 있나요?

“<케이팝스타>(SBS)가 좋았어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랑 달리 누가 노래를 제일 잘하느냐만 보여주거든요. 투수가 공으로만 승부하듯이. 그게 솔직해서 좋았어요. 본질보다 이런저런 드라마틱한 요소를 결합시키다 보면 공감을 잃고, 그러면 프로그램이 오래 못 가거든요.”

-질주해 왔는데 좀 쉬면서 재충전하고 싶지는 않나요?

“그러고 싶어요. 제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노홍철이 ‘형, 왜 그렇게 고민을 해. 즐거운 것이 제일 좋은 것인데’라고 하더라고요. 흔한 말이지만 노홍철이 하니까 의미있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리고 저 개인만이 아니라 방송 종사자 모두가 재충전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해요. 예전에는 토요일 출근해서 그다음 주 토요일 퇴근하는 식으로 살았어요. 후배들은 그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사람이 빈껍데기만 남거든요.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좋은 방송 환경이 필요해요.”

-<무한도전>을 넘어 김 피디는 또 어떤 도전을 계속할 건가요?

“토요일 저녁에 85분 동안 할 수 있는 도전은 많이 해본 것 같아요. XY축을 그려놓고 그래프를 그렸을 때 극과 극을 치닫는 모든 도전은 해봤는데, 이게 멀리서 봤을 때는 결국 선이고 평면이잖아요. 선과 면을 뛰어넘는 입체적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방송매체를 뛰어넘는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시즌제 도입, 팟캐스트나 영화 시도 등이 될 수도 있어요. 한편 방송이건 정치건 올해의 화두는 진정성일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눈을 현혹시킬 장치보다 조금 더 본질적인 것을 건드리는 작업을 하려 해요. 파업이 끝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20대 친구를 만나 고민을 들어보는 거예요. 대한민국 5000만 모든 국민이 가슴에 화를 안고 있는 것 같은데, 그 화를 어떻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정리 허미경 정환봉 기자

김태호 피디는 무리한? 무모한? 8년째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가 2009 <문화방송>(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 상을 받으며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한겨레> 자료사진

김태호 피디는 2002년 <문화방송>에 입사했다. <섹션티브이 연예통신>, <느낌표>를 거쳐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요리왕’ 꼭지를 맡았다가 “폭삭 망한” 뒤 2005년 말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꼭지인 ‘무리한 도전’을 시작했다. 개그맨 유재석 등과 의기투합해 ‘루저들의 외인구단’ 콘셉트로 시작한 이 꼭지는 ‘무모한 도전’, ‘무한도전-퀴즈의 달인’을 거쳐 <무한도전>으로 발전했다. ‘시사풍자 리얼 버라이어티’로도 불리는 <무한도전>은 한국 예능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꼭짓점이다. 그가 8년째 연출하고 있다.

김 피디는 “어떤 상황이나 맥락을 기억할 때 모든 걸 이미지로 기억한다”며 “<한겨레>를 다 읽는 데 6시간이 걸릴 정도로 문자 해독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조국의 말>

조국의 만남

그동안 ‘인터뷰이’였는데 이제 ‘인터뷰어’가 되었다. 내 말을 하기보다는 묻고 듣는 일에 방점을 두고자 한다.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이슈와 관련된 사람, 신념과 원칙을 가지고 세상을 돌파하려는 사람, 낮은 곳에서 낮은 목소리로 소통하는 사람들을 만날 생각이다. 첫 대상자로 문화방송(MBC)의 김태호 <무한도전> 피디를 잡았다. 엠비시 파업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 사람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만나 보니 모차르트 같은 사람이었다. 총기와 재기가 번뜩인다. 그런데 동시에 이면에는 성찰과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 이 점에서 그의 무한도전은 무한할 것 같다. “양계장에서 고기용으로 팔려고 내놓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을 응원하고자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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