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4대강 사업과 언론의 포퓰리즘 논란, 국민들만 서럽다
입력시간 :2012.03.05 08:10

[이데일리 이승형 산업부장] 지난주 한 일간지에서 흥미로운 기사가 보도됐다.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4대강 사업 의 기회 비용에 관한 분석 기사였다. 총 예산 22조2000억이면 국립대 등록금 면제 17년 혹은 고교 무상교육 11년이 가능하고, 전국 소득하위 노인 70%에게 연금을 6년동안 지급할 수 있으며, 만 5세 누리과정의 20년치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대목에서 새삼스럽지만, 국민들은 또 한번 “왜 우리의 어마어마한 혈세를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집과 일자리 등에 지원을 하지 않고 4대강에 퍼부은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다. 

하루하루 사는 것도 버거운 서민들에겐 강변 모래를 파내고, ‘공구리’를 치고, 자전거 도로나 만드는 일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다른 사안을 제치고 국정과제 1순위로 추진돼야 할 사업이었을까.

물론 국가가 치수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느 정부든 물관리에 당연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이 4대강 사업은 과하고 또 과했다. 애초에 국민적 합의라곤 없었던 사업이었다. 천문학적인 예산은 지금 세대가 감당한다 쳐도 매년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유지비용, 끊이지 않는 환경 파괴 논란 등은 다음 세대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돼버린 것이다. 

더욱이 완공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부실공사 논란까지 일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나가게 될’ 한 정권의 통치행위라며 그냥 넘어가기엔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국민들을 더 힘빠지게 했던 것은 최근 벌어진 정치권과 언론의 ‘포퓰리즘’ 논란이었다.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한 대다수 언론들은 정치권의 복지 공약을 놓고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며 몰아붙였다. 

그러나 22조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간 4대강 사업에는 암묵적 동조를 하던 언론이 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정부에서 양극화 해결을 위해 내놓았던 정책 ‘비전2030’에 대해서는 세금 논란만 부추기며 망각하게 만들었던 언론들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더군다나 그동안 국민들은 대단한 복지 혜택을 받은 적도 없어서 포퓰리즘 논란 자체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국민들은 서럽다. 대운하 사업이 반대에 부딪히자 4대강 사업으로 둔갑해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추진된 것도 서럽고, 정작 복지 혜택은 별반 받아본 적도 없는데 언론이 포퓰리즘이니 뭐니 떠드는 것도 서럽다. 더군다나 이 모든 것이 국민들의 호주머니에 나온 돈으로 쓰였거나 쓰여질 예정이어서 더 서럽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무엇이든 자연과 민심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을 할 경우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지난 4년간 국민 돈을 쌈지돈처럼 물쓰듯 썼던 사람들과 이를 방조한 사람들은 이제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들을 서럽게 만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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