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22210.html 

감히 우리를 건드려? 검찰의 ‘교묘한’ 보복
등록 : 2012.03.06 16:24수정 : 2012.03.06 16:26

검찰개혁 추진 이인기 주성영 의원 연이어 소환 통보
언론에 소환사실 흘리기도…주 의원 “반드시 개혁해야”

새누리당의 공천 심사를 위한 경북지역 1차 여론조사가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이뤄졌다. 조사를 며칠 앞둔 17일 성주·고령·칠곡의 예비후보인 이인기 의원은 대구지검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할 게 있으니 22일 나와달라는 소환 통보를 받았다.

“누군가 신고를 했으니 수사기관에서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라고 처음엔 생각했어요. 그래서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해 29일 이후에 나가겠다고 답변했지요.” 이 의원은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받은 답변은 일정 연기가 아니라 홍수처럼 쏟아진 검찰발 언론보도였다. 22일 저녁 한 지역방송을 시작으로 다음날부터 주요 신문과 방송에서 일제히 이 의원의 소환 사실이 보도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역 선관위의 수사의뢰에 따른 수사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역 선관위에서는 이 의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거나 고발한 사실이 없다.

이 의원은 이를 “검찰의 교묘한 언론 플레이의 결과”라고 확신했다. “여론조사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선관위가 수사의뢰를 했다고 보도가 됐으니 일반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어요. 이인기의 정치인생이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나중에 경위를 알아봤더니 대구지검 한 간부가 기자들과 저녁자리에서 얘기를 했더군요. 서울쪽에서도 소환 사실을 검찰이 따로 언론에 흘린 흔적이 강하고요.”

검찰이 문제삼고 있는 사안의 위법성 정도도 모호하다. 성주 선관위 등에 따르면 이 의원은 2월2일 성주군 대가농협 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면서 “이인기가 인기없는 것 알고 있다.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당시 현장에 있던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는 발언”이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이 관계자는 6일 “의정활동 보고나 단순한 축사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해 현장에서 경고를 했다”며 “하지만 심각성이나 지속성 면에서 다른 조처를 취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인 이 의원쪽은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쪽 편을 든 게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검경 수사권 조정 때와 연말 대통령령 개정 때 경찰에도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지난 1월말에는 경찰의 수사권을 아예 형법에 담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의원실 한 관계자는 “형법 개정안을 마련한 직후 검찰에서 언제 발의하느냐, 누가 동의했느냐 등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면서 “이 의원이 검찰의 힘을 줄이려고 하는 데 대한 앙갚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 사안으로 검찰이 이 의원에게 소환장을 보낼 정도라면 그동안 고소고발되거나 선관위가 수사의뢰한 다른 사람들에 관한 보도는 왜 전혀 나오지 않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선관위가 19대 총선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한 것만 해도 97건에 이르지만, 이 의원의 경우처럼 별도로 소환 통보를 받았다는 보도는 한건도 없었다.

검찰의 ‘플레이’는 최근 불출마 선언을 했던 주성영 의원의 경우에도 발견된다. 주 의원도 지난달 23일 오전 대구지검에서 전화를 받은 뒤 다음날 익일특급우편으로 소환 통보를 받았다. 성매매 혐의와 관련한 진정 사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23일 저녁 대구의 한 시의원한테서 “주 의원이 검찰 소환을 받았다는데 사실이냐고 묻는 기자가 있다. 맞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24일 저녁에 서울의 유력언론의 간부 등 기자들한테서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시의원한테서 전화를 받고는 아, 검찰이 작업에 들어가는구나하는 것을 느꼈어요. 이전부터 검찰 주변에서 ‘주 의원, 조심하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17대와 18대 국회 내내 법사위에 있으면서 검찰 개혁을 추진했던 저에 대한 검찰의 보복이지요.” 6일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주 의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실제로 주 의원은 검찰개혁에 여당에서 누구보다 앞장섰다. 17대 국회 때는 검찰이 싫어하는 공판중심주의를 지지해서 관철시켰으며, 지난해 3월에는 사법개혁특위 여당 간사로서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안에 대해 야당과 단일안에 합의했다. 검찰개혁안은 일부 검찰 출신의원들의 집요한 반대와, 검찰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무산됐다. 당시 검찰개혁안에 앞장섰던 이주영 법사위원장과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은 검찰로부터 계좌추적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결국 지난달 25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아무런 물증이 없는데 성매매 혐의의 진실이 밝혀지겠어요? 그리고 검찰은 이미 ‘작업’을 시작했는데 또다른 것 가지고 덤벼들겠지요. 그것이 무서워서라기보다 주변에 줄 피해가 우려돼 내가 그만두는 쪽을 택했던 거지요.” 그는 6일 성매매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쨌든 주 의원의 불출마선언으로 검찰의 플레이가 의도된 것이라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나를 낙마시켰으니 검찰의 시도가 일단 성공한 것이지만 이게 계속될 수 있겠어요?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구악이 검찰아닙니까? 검찰 개혁은 앞으로 반드시 이뤄야 합니다.” 주 의원의 말은 19대 의원들에게 하는 당부로 들렸다.

애초 5일로 예정됐던 이인기 의원에 대한 새누리당의 공천 여부는 일단 보류됐다. “여론조사를 앞두고 다분히 다른 목적으로 소환한 것을 언론에 노출시킴으로써 억울한 사정이 있음을 감안해 달라”는 탄원서를 당 지도부에서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이 의원은 6일 “당의 공천은 검찰이 뿌린 재를 거둔 뒤에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권력 분산 차원에서 검찰 개혁과 검경수사권 재조정이 다음 국회에서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두 의원에 대한 소환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검찰은 현재까지 추가 소환통보나 일정조정 요청을 전혀 하지 않았다. 양쪽 의원실 관계자는 “자기들 목적이 달성됐는데 다시 오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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