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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없고, 박근혜만 있는 이상한 정치철학 
impeter 2012/03/08 07:40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이제 명실상부한 올해 대선주자들입니다. 특히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권을 대표하고, 보수와 진보의 성향을 가진 이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기도 합니다. 

평소에 현안에 대해 잘 이야기를 하지 않던 박근혜 위원장이 요새 문재인 이사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이는 그만큼 문 이사장의 지지율과 파급력이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찾아온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그 관심이 단순한 정치인에 대한 주목이 아니라 박근혜식 정치철학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박 위원장이 문재인 이사장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 박근혜 위원장의 정치철학을 살펴보겠습니다. 

'문재인의 정치철학이 무엇인가?'

박근혜 위원장은 3월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 이사장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이날 박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문재인 이사장의 잠재력을 묻는 말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이 분의 잠재력을 제가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어떤 기준을 갖고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문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표적 비서실장이었고,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분이다. 그런데 최근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이런 부분을 이해하기 어려우며, 도대체 정치철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박 위원장의 공격에 문재인 이사장을 다음과 같이 반박했습니다. 

'문재인의 정치철학은 분명하다. 한미FTA 관련 독소조항이 있으니 재협상을 통해 독소조항을 삭제 또는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군기지의 경우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입지가 ‘평화의 섬’ 제주라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설령 적절하다 할지라도 기존의 항구를 확장하는 방안 등이 있다. 생짜배기로 군항 건설하는 것이 적절하냐? 아름다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어떤 부분을 두고 정치철학이 없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미FTA나 제주해군기지나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귀를 열고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정치철학이다. 거꾸로 그냥 무시하고 마구 밀어붙이는 것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치철학인지는 모르겠다. 

미국이 원하면 양보해서 재협상도 하면서 우리는 안 된다는 말이냐? 제주해군기지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도지사가 보류요청까지 했다.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는 것이 옳은 태도이냐? 소통을 거부하는 권위주의 정치철학이 아니냐?' 

박근혜 위원장이 문재인 이사장은 정치철학이 없다고 공격하는 근거는 말 바꾸기입니다. 그런데 박 위원장은 말 바꾸기보다 더 무서운 '말 안 하기'의 달인입니다. 박 위원장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 아예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정치인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말을 하면 그 말에 대한 각기 다른 지지층의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아예 말을 하지 않으면 지지층 사이에서 어떤 말도 들을 수 없습니다. 

대신 박근혜에게는 무서운 무기가 있는데, 바로 측근 이용하기입니다. 누군가를 공격하려면 측근이 슬쩍 말을 합니다. 또한, 박근혜를 공격하면 측근이 대신 나서 몸으로 막습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를 질타하자 나온 이정현 의원의 말 출처:이정현 의원 트위터


박근혜 위원장을 향해 누가 말을 하면 박 위원장은 침묵을 지킵니다. 대신 박근혜 위원장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측근들이 나서 대신 말을 해줍니다. 사소한 공격이나 비판,비난은 물론이고 커다란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박근혜 위원장은 입을 열지 않습니다. 

이런 정치철학은 공격 당하지않는 장점도 있지만, 과연 이 사람이 대통령감이라고 믿을 수 있느냐는 의문을 들게 하기도 합니다. 

'박근혜만의 사람 다루기 비법(?)'

박 위원장의 정치철학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녀가 측근을 어떻게 다루는가를 봐야 합니다. 박근혜의 가장 큰 사람 다루기 원칙은 '2인자를 두지 않는다'입니다. 

박근혜 측의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많지만, 딱히 박근혜계의 2인자라고 불릴만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 이유는 어느 한 사람이 나서는가 싶으면 다른 사람이 또 나서는데, 그것은 한 사람에게 권한을 몰아주기 싫어하는 박근혜 위원장의 성향 때문입니다. 

박정희를 죽이는 장면을 재연하는 김재규


사실 박근혜 위원장의 이런 용병술은 부친이었던 박정희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박정희도 자신의 측근들을 내부적으로 경쟁시키면서 자신의 위치를 지켰습니다. 이런 모습을 봐서 자란 탓인지 박근혜 위원장도 자신의 사람들을 서로 경쟁시켜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행동대장 역할을 스스로 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부친 박정희가 자신의 최측근에게 죽었기에 최측근이라고 절대 믿지 않습니다. 그런 탓에 박근혜계 사람들은 늘 전전긍긍합니다. 언제 박근혜에게 내쳐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의 사람 다루기의 실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 김무성 의원과의 사건입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김무성,박근혜 의원 출처:동아일보


김무성 의원은 오랫동안 친박계의 좌장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김무성 의원이 세종시 이전 중재안을 내놓았을 당시 그를 향해 '한마디로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자신의 측근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야기를 하면, 아예 침묵을 통해 표정으로 말하거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이런 것을'하면서 아예 말이 말 같지 않다는 표정으로 차단합니다. 

김무성 의원의 발언을 가치가 없는 이야기로 하면서 그가 친박계의 좌장으로 여겨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결국, 이 말은 자신은 절대로 2인자를 용납하지 않고 친박계는 2인자라는 자리조차 없다는 박근혜식 정치철학을 말하는 것입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권력의 중심부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아서 깁니다. 그리고 알아서 챙겨줍니다. 그러다 한마디 하고 내쳐버립니다. 

이것은 당연히 소통이 아닌 명령이고, 군왕처럼 절대왕권을 휘두르는 왕정정치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정치적 행태입니다. 


'정수장학회와 박근혜의 은밀한 관계'

문재인 이사장은 박근혜 위원장을 향해 '정수장학회'는 장물이라는 표현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수장학회가 장물이라는 이유는 이 글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저 한 편의 글만 읽으면 왜 정수장학회가 장물이고 문제인지 아실 것입니다. 

[현대사] - 장물 정수장학회를 알면 박근혜가 보인다.

박 위원장은 정수장학회 관련'이것이 장물이고, 여러 가지로 법에 어긋난다거나 했으면 오래전에 해결이 끝장이 났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박근혜 위원장의 모습은 그녀가 가진 한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우선 법적으로 보겠습니다.

▲정수장학회 관련 법원 판결 출처:MBN


정수장학회의 모태였던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의 유족이 낸 '주식 반환 소송'에서 법원은 정부가 강압으로 주식 증여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식을 반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의사결정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가 아니다,주식증여 취소 관련 기간이 소멸됐다'였습니다. 이것을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의사결정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를 보자면

○ 인질만들기
박정희의 사주를 받은 중앙정보부는 김지태의 부인 송혜영을 다이아몬드 반지와 카메라 밀수혐의로 잡아 가뒀습니다. 부인이 중앙정보부에 연행되자 김지태는 신병치료차 해외에 있다가 급거 귀국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을 피해 있으려는 김지태를 국내에 불러오게 한 인질작전이었고, 이는 당연히 성공했습니다. 
(보통 영화 속에서 악당들이나 현실에서 조폭 사채업자들이 아들이나 부인을 잡아 놓고 돈 내놓으라고 하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 조작된 기부동의서
김지태가 부일장학회의 기부동의서에 서명한 날짜는 원래 중앙정보부에 갇혀있던 6월20일입니다. 그런데 도장을 찍은 날짜가 갑자기 6월30일로 바뀝니다. 중앙정보부에 갇혀 있던 사람에게 받은 도장은 강제로 보일 수 있으니, 날짜를 조작한 것입니다. 

결국 의사결정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했던 사실을 은폐한 조작과 인질 사건을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누가 봐도 명백히 강압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기간이 지났다는 의미는 장물이나 강도질을 해서 취득한 재산을 범죄자가 갖고 있어도 된다는 이상한 법의 논리입니다. 

박근혜 위원장은 법의 판결에서도 부당하다고 판결한 사안에 대해 법적으로 떳떳하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법의 맹점을 이용한 논리에서는 그녀가 이겼을지 몰라도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출마할 사람의 도덕적 가치관은 아니라고 봅니다.

▲20년 동안 필리핀의 독재자로 군림하다 미국으로 망명했던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의 3,000컬레 구두


박근혜 위원장은 가족들과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 않은 지저분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돈 때문입니다. 그녀가 관여했던 육영재단을 비롯해 박정희가 남긴 재산이 10조가 넘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본인이 돈을 번 것도 아니고 아버지 박정희가 독재와 강도질로 벌어 놓은 재산을 가지고 각종 재단 이사장을 역임하며 살았던 박근혜는, 장물이 시간이 지나면 재산으로 변한다는 굳고 한 신념으로 삼은 정치철학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독재자 박정희 기념관을 둘러보는 박근혜 출처:연합뉴스


박근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신 독재와 유신체제 시절의 인권유린에 대해 한 번도 잘못된 것이 있다고 시인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녀가 볼 때 박정희 시절은 한국이 성장하는 시절이었겠지만, 민주주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본다면 억압과 고통, 그리고 민주주의가 말살됐던 암흑의 시기였습니다. 

문재인은 없고 박근혜만 있던 가장 큰 정치철학은
독재와 민주주의를 동일하게 여기고, 장물도 시간이 지나면 재산이 되고, 죽기 싫어 2인자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그녀의 독특한 정치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대통령으로 나오겠다고 하는 세상이니 문재인처럼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을 보면 진짜 짜증이 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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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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