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707874 

<개콘>서 사라진 MB 풍자...박성호 '직구'가 필요하다
'정치 풍자' 유행 속에 변화구 위주의 정치 풍자로 수위 낮춘 <개그 콘서트>
12.03.12 16:25ㅣ최종 업데이트 12.03.12 16:29ㅣ하성태(wood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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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콘서트> 'K잡스타'에서 대통령과 영부인으로 등장한 박성호와 박지선 ⓒ KBS

"저도 1년 후엔 청와대에서 잘리게 됩니다."
 
진짜 '용감한 녀석들'은 "이명박"을 외친 정태호가 아니라 박성호였다. 지난 2월 KBS <개그콘서트> 'K잡스타'에 '영부인' 박지선과 홀연히 나타나 이명박 대통령을 모사했던 박성호의 코너가 2회 만에 자취를 감췄다. 그가 단 2주 동안 쏟아낸 어록들은 눈부실 정도였다.
 
"일거리 창출을 외쳤던 제가 이제 제 일거리가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내일 날씨는 전국적으로 맑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겠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저희 기상청 아유회날 매번 비온 거 아시죠?"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중국음식을 배달하며) 귀하께서는 저희집 짬뽕을 시켰기에 이 짬뽕을 수여하는 바입니다. 이 짬뽕 국물, 다 청계천에서 퍼 온 거 아시죠?"
 
"저흰 항상 정직합니다. (일기예보 중) 강원 산간 지역에 산사태가 우려됩니다. 여보세요? 지금 산 다 깎으라고 지시해. 설악산 다 깎아. 그리고 도심지역에서는 웅덩이가 패일수 있으니... 산에다 깎은 거 거기다 메꿔. 남산에다 설악산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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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3일 오후 서울 KBS 여의도 연구동 인근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입방식 행사 모습. ⓒ KBS

화제의 'K잡스타'는 왜 서둘러 자취를 감췄을까
 
'불패의 애국대오'를 외치며 1980년대 운동권을 희화화하고,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며 강기갑 의원을 패러디했던 박성호의 촉수가 현직 대통령에게까지 뻗쳤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단골메뉴인 "이게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라는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주메뉴로 탑재했다.  
 
그러니까 저 세 문장 안에는 현직 대통령의 4대강과 토건주의 비판, 청계천 수질 논란, 일자리 창출로 대변되는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줄줄이 엮여 있다. 거기에 박지선과 함께하는 박성유 특유의 슬랩스틱 개그가 결합되면서 웃음의 강도는 배가 됐다.
 
그러나 '아슬아슬하다', '파격수위'란 폭발적인 반응을 뒤로 하고 이 'K잡스타' 코너는 소리소문 없이 막을 내렸다. 현직대통령에 대한 모사와 함께 SBS < K-POP스타>의 심사위원인 보아, 양현석, 박진영의 심사소감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것까지 부담으로 작용했을까?
 
<개그콘서트> 내에서 끊임없이 대통령을 희화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 <비상대책위원회> 코너다. '안 돼!' 김원효와 '구뤠?' 김준현을 스타로 만든 이 코너는 청와대 비상벙커에서의 대책회를 연상시키는 가운데 이야기 말미 엉뚱한 군경 간부들에게 더 무능한 대통령을 연기한 김준호가 타박을 받으며 마무리된다.
 
예컨대 청와대 마크를 단 양복을 입은 박성호나 "군면제자 군통수권자"란 비아냥을 들었던 천안함 사태 비상벙커 회의를 연상시키는 김준호나 풍자하는 대상은 다르지 않다는 얘기란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통령과 위에 언급된 이 개그맨들을 한자리에서 만나지 못하게 했던 인물이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었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20일 청와대는 '사랑의 나눔' 송년행사에 박성호를 사회자로, <비상대책위원회> 팀을 출연자로 섭외했다 김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취소한 바 있다. 자신을 풍자하는 개그맨들을 행사에 초대하겠단 이명박 대통령의 통 큰 배려가 취소된 것은 사뭇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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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24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2011 KBS연예대상에서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뽑힌 개그콘서트팀이 구호를 외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이정민

풍자코미디라는 장르엔 다양한 구질이 필요하다
 
안철수·문재인·박근혜,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MBC <나는 하수다>나 MBN <개그공화국>의 <쉐프를 꿈꾸며>에 모사 대상이 되고 있다. 강용석 의원의 최효종 고소 사건을 전후해 봇물처럼 터져나온 것이 정치풍자, 풍자시사코미디였다. 그리고 이후 <개그콘서트>의 풍자가 '쫄지' 않았음을 확실하게 확인시킨 장본인이 바로 박성호였다. 
 
사실 대통령과 <비상대책위원회>팀의 만남의 불발은 그리 아쉽지 않다. 비교하자면, tvN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코리아>의 장진감독이 날리던 뉴스 형식의 촌철살인은 신속성에 비해 웃음의 강도가 떨어졌다. 반면 박성호의 패러디는 저간의 정치풍자 중 초스피드 직구에 가까웠다. 그리고 많은 시청자들이 그의 안위를 걱정했던 것처럼 < K잡스타> 코너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렸다.
 
지금도 <개그콘서트>가 보여주는 풍자의 결은 다채롭다. 차별에 대해 토로하는 <네가지>는 순항 중이고, 신종 독설과 폭로와 함께 "국회의원 출마자들의 공약을 안 믿는다"는 <용감한녀석들>은 물론이요, 'XX녀' 시대를 꼬집는 최효종의 전방위 풍자도 여전하다. 미시적인 사안부터 시의성 넘치는 사회적 현안도 비켜가지 않는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개그콘서트>는 그러나 직구를 꺼리는 모양새다. 고소사건 이후 '일수꾼' 최효종이 '동혁이형' 장동혁을 대체할 수 있을까. 큰 반향을 일으켰던 박성호의 현직 대통령 패러디가 사라진 것 또한 의문이다.
 
상원의원 시절 직접 출연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실정을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중인 미국의 생방송 코미디쇼 < SNL >의 풍자수위를 요구할 생각은 없다. 연예인 게스트의 빈번한 출연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변화구 위주의 풍자와 함께 직구도 필요한 법이다. 부디 '입방식'까지 참석하는 김인규 KBS 사장의 눈치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 박성호의 "이게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란 성대모사가 벌써 그리워지는 지금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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