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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이 명품백 선물? 시계 기념품 받은 난 기분 나빠”
등록 : 2012.03.13 20:31수정 : 2012.03.13 20:32

<문화방송>(MBC) 김재철 사장이 지난 7일 오후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을 걸어가고 있다. 파업중인 노조원들이 이날 항의집회를 하며 내건 “김재철 퇴진” 글귀가 적힌 펼침막이 보인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문화방송에서 다수 인기작 집필한 유명 드라마 작가
“명품백·화장품 선물은 풍자소설에나 나올 얘기”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업무용으로만 썼다”는 해명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노조가 지난 6일 김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문화방송 감사국이 김 사장의 법인카드 용처에 대한 업무관련성 파악을 위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감사가 끝나면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결과가 보고될 계획이다.

김재철 ‘7억 법인카드’ 유용 의혹
전 사장 “1년에 1억정도 써”…3배이상 사용한 꼴
휴일 결제건수 42%…“사적으로 썼을 여지 많아”

문화방송 감사국 관계자는 13일 “사장 법인카드 용처를 규명하기 위한 특별감사가 시작 단계에 있어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만약 업무관련성이 없는 잘못된 게 나온다면 주주인 방문진 조처에 따라 (김 사장)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 방문진에 자료 제출 계속 미뤄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세차례에 걸쳐 △2년 동안 7억원가량 사용 △명품과 귀금속 구입 1300만원 사용 △국내 호텔 188건 1억5천만원 사용 △본인 명의 법인카드 2억2천만원 중 휴일에만 5300만원 사용 △해외출장 때 면세품 1700만원어치 구입 등에 대한 김 사장의 구체적 해명을 요구하며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명품과 귀금속, 고급 화장품은 작가나 연기자 등에게 감사선물을 준 것이며, 호텔 사용이 잦은 것도 협찬 유치와 케이팝 행사 관련 외부 손님 접대가 많아서라고 해명했다. 휴일 결제 건수가 40%를 넘은 데 대해서는 휴일에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고가의 구입 물품을 줬는지는 “영업비밀”이라며 밝히지 않고 있다.

사쪽은 카드 사용 구입품의 용처에 대한 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감사국 쪽 관계자는 “감사가 진행중이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진숙 홍보국장은 “문제가 있다면 감사에서 드러날 것”이라고만 했다. 한상혁 방문진 야당 쪽 이사는 “애초 14일 열릴 이사회에 (용처 자료를) 제출하겠다던 사쪽에서 다시 법인카드 감사가 끝나면 제출하기로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 2년간 업무추진비가 6억9천만원? 

방송계에서는 직원이 1600명인 문화방송의 김 사장이 2010년 3월부터 2년간 본인 명의 법인카드(2억2천만원)와 비서진이 계산한 법인카드(4억7천만원)를 통해 업무추진비로 6억9천만원을 쓴 데 대해 “액수가 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방송 사장을 지낸 한 인사는 “내 명의와 비서진 법인카드를 합쳐 1년에 1억원 정도 썼다”고 밝혔다. 직원 회식 때 음식값을 내주고 외부 손님 식사대접 하고 직원 격려금과 부조금으로 1억원가량 썼다는 것이다. 김 사장이 쓴 액수의 3분의 1이 채 안 된다. 엄기영 사장은 2009년 4월부터 3개월간 1100만원을 썼다고 노조는 밝혔다. 한달에 400만원도 쓰지 않았다.

국회 결산 감사를 받는 <한국방송>(KBS) 사장의 경우 2010년 한해 본인 명의 법인카드 사용액이 4847만원이었다. 한국방송은 직원도 4800여명으로 문화방송의 세배다. 한국방송은 사장과 부사장, 감사 등 3명 법인카드의 월별 사용총액이 누리집에 공개돼 있다.

문화방송은 상법상 주식회사로 분류돼 있어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다. 내부의 문제제기가 없으면 카드 사용 내역에 대해 내부 감사도 받지 않는다. 사장이 쓸 수 있는 법인카드 한도액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윤상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는 “사기업 회사 오너를 제외한 모든 임원은 법인카드 한도가 정해져 있고, 공적 소유구조인 엠비시도 한도를 규제받거나 공적 감사를 받는 게 맞다”고 말했다.

■ 명품백·귀금속 작가·연기자한테 선물했다? 

사쪽은 김 사장이 직접 드라마 연기자와 작가에게 명품백·귀금속·고급화장품을 선물하고, 프로그램 협찬도 챙겼다고 밝혔다.

문화방송에서 다수의 인기작을 집필한 한 유명 드라마 작가는 “엠비시 사장을 무수히 겪었지만 명품백·화장품 선물은 풍자소설에나 나올 얘기”라며 “그게 사실이라면 손목시계와 허리띠 같은 공식 기념품만 받은 난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상파 3사 중 ‘드라마 대박’을 가장 많이 터뜨린 <에스비에스>(SBS) 드라마기획 쪽 고위 관계자는 “드라마 협찬과 섭외 관련해서는 대부분 외주사와 드라마본부에서 알아서 하고 있다”며 “사장이 같이 배우 만나 술 먹고 할 때 도와달라 얘기는 하지만 직접 고가의 선물을 챙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의 한 전임 사장도 “드라마 출연진이나 작가 선물은 담당부서에서 준비했고, 통상 (명품백과 같은) 고가의 선물을 사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방송 쪽 고위 관계자도 “연기자에게 감사의 선물을 사줄 때는 드라마국 쪽에서 공식 비용으로 지출한다. 사장이 쓸 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휴일 결제건수가 41.7% 

김 사장 법인카드 내역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휴일 결제 건수가 41.7%에 이른다는 점이다. 문화방송의 한 전직 사장은 “휴일 결제는 사적으로 썼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화방송의 한 부장급 피디는 “주말에 법인카드를 쓸 경우 사용내역에 빨간줄이 뜬다. 사장이 법인카드로 엄청난 돈을 쓰면서 용처를 제대로 남기지 않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종훈 회계사는 “휴일에 쓴 돈이 개인용도가 아니라는 걸 하나하나 증명하지 못하면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간주돼 국세청 세무조사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숙 홍보국장은 “내부 감사가 진행중이니 지금으로선 어떤 것도 답하기 어렵다. 감사 결과를 보고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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