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로 물건값 싸진다꼬? 누굴 원숭이로 아나”
등록 : 2012.03.15 14:18수정 : 2012.03.15 14:18

1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부두에 하역된 미국산 포드자동차들을 평택국제자동차부두 직원이 검수하고 있다. 13일 오전 선박을 통해 수입된 포드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는 15일 통관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평택/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5일 0시 FTA 발효…잠못 이루는 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자폭탄이 낙하산에 매달리가 떨어질 때, 히로시마 주민들도 그냥 늘 떨어지는 폭탄 또 하나 떨어지는 갑다 카고 멀뚱멀뚱 쳐다봤다 안 카나.”(김영삼 전 대통령 패러디 계정. @PresidentYSKim)

한-미 FTA가 15일 0시를 기해 공식 발효되었다. 2007년 4월 협상을 타결 이후 4년 11개월 만이다. 그동안 FTA 협정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전사회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FTA 발효를 놓고도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트위터(@kita_net)에 “오늘 3월 15일부터 드디어 한미 FTA가 발효된다”며 “세계 최대, 최고의 시장이 활짝 열린 셈”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한국무역협회는 한미 FTA를 적극 활용할 방안을 안내하기 위해 ‘FTA 무역종합지원센터’를 열어 놓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장은 “이제 중요한 것은 한미 FTA를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만드는 일”이라며 “한미 FTA가 가지고 있는 빛과 그림자를 균형 있게 살피면서,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우리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 인사들은 일제히 우려의 뜻을 밝혔다. 대표적인 FTA 반대론자인 정동영 의원은 전날 트위터(@coreacdy)에 “오늘 밤 12시 굴욕적인 한미 FTA가 발효된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역사적 과제를 한번도 그냥 넘긴 적이 없다”며 “3·15는 발효 첫날이 아니라 폐기를 향한 첫날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정배 의원(@jb_1000)도 “한미 FTA 발효를 4시간여 앞두고 폐기를 위한 끝장 촛불집회가 시작됐다”며 “주권침해협약은 어떤 일이 있어도 무효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도 “오늘 밤은 가장 어두운 밤이 될 것 같다. 한미 FTA라는 국민의 뜻을 거스른 경제헌법이 대한민국에 발효된다”며 “그러나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다. 4.11총선에서 국민의 뜻으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한미 FTA 반드시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우위영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오늘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 발효 강행은 오히려 또 하나의 독재적 폭거로 기록될 것”이라며 “4.11총선을 앞두고 우리 국민들에게 이명박-새누리당 심판 의지에 기름을 붓는 어리석은 행위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한미 FTA 협상을 무효화하라는 민심을 받들어, 야권은 전국적 포괄적 야권연대를 성사시켰다”며 “통합진보당은 전체 야권과 함께 19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한미 FTA 발효를 무효화하기 위한 국민적 명령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서는 FTA 관련 찬반 주장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등 논란이 뜨거웠다. 트위터 이용자 @matiz1***는 “드디어 오늘부터 한미 FTA가 발효된다. 경제영토 세계 3위의 위상을 갖는 것”이라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위대한 첫 발걸음이 시작됐다. 자유 대한민국에 영광이 깃들길 기원한다. 경축 한미 FTA 발효”라고 기대를 표했다.

@twt_NewsF***도 “한미 FTA는 지난 시절 야당에서 적극 추진하던 사안인 만큼 이제 와서 바꾼다는 게 매번 하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FTA는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진보성향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15일은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작가 공지영(@ congjee)씨는 이날 새벽 “한미 FTA가 발효 된 지 2시간 30분 지났네요”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유정이 내일 있을 윤수의 사형 집행 소식을 듣고도 잠깐 졸지요. 그래요. 저도 자겠습니다. 어쨌든 내일도 해는 뜰 테니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QuoVadisKo***는 “FTA 발효된다고 바로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암처럼 조금씩 파먹기 시작하는 것이라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암도 어느 정도 커질 때까지는 의사들도 찾기 어려운 것처럼, 그래서 사람들이 FTA가 발효되었어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devin***는 “와인 때문에 기대했던 칠레 FTA, 실제 와인값과 FTA가 아무런 관계없다는 것이 산지 가격과 관계없이 매년 오르는 칠레산 와인값을 보고 알게 되었다”며 “미국과의 FTA가 국내 물가를 낮출 수 있단 말은 그냥 개소리로 들린다”고 썼다.

김영삼 전 대통령 패러디 계정을 운영하는 @PresidentYSKim도 “미국에 의류 수출하는 지인이 단가 때문에 장사 안 된다고 한탄했었는데, 한미 FTA 덕 좀 보냐고 물었더니, 중국 제조라서 아무 상관없다는구나. 요새 누가 국내에서 옷 만들어 수출하냐 카네”라고 FTA 효과에 의문을 던졌다. 그는 “FTA로 물건값이 싸진다꼬? 싸지는 만큼 관세 수입이 줄어든다 아이가. 그러믄 그만큼 세수부족분은 또 다른 데서 뜯어 가겠재? 이거 진짜로 싸진 거라꼬 생각하나? 누구를 원숭이로 아나, 이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성향 트위터 이용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FTA 심판론’을 거론했다. FTA 찬성 의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등이 적힌 표와 FTA 심판 의원 명단 등이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rhdnsskf***는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바로잡는 일,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정당을 가려 뽑아야 한다”고 심판론을 제기했고, @balto***는 “1960년 3.15 부정선거는 ‘불의에 항거한 4.19’로 응징했다”며 “2012년 3.15 한미 FTA 발효는 4.11 총선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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