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4대강이 무너지고 있다
박창근 | 관동대 교수·토목공학  입력 : 2012-04-01 21:10:13ㅣ수정 : 2012-04-01 21:10:13

지난달 28일 국토해양부는 4대강 특별점검단의 입을 빌려 ‘4대강 보 안전 재확인’이란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4대강 사업을 찬동했던 전문가들이 기자들의 동행취재조차 허용하지 않고 그들만의 조사를 했다. 예상대로 국토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강변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보에서 물이 새고 강바닥이 파이고 바닥보호공이 유실됐는데, 그것 자체가 잘못된 설계로 인한 부실공사의 흔적이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해 보의 안전등급을 평가한 결과 ‘불량(E등급)’한 보는 구미보, 칠곡보, 강정보,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이상 낙동강), 승촌보(영산강), 세종보(금강) 등 8개이다. 댐인데 보라고 우기면서 댐을 보로 설계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보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현 정권이 만든 시간표에 떠밀려 밀실에서 급조된 4대강 사업은 속도전으로 주요 사업인 보 건설과 준설이 지난해 10월께 대부분 완료됐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 많은 보에서 부실에 대한 하자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함안보에서는 추가 세굴을 방지하기 위해 레미콘 차량 1000대에 해당하는 콘크리트를 강에 부었다. 합천보, 강정보, 달성보에서도 물속에 콘크리트를 대량 퍼부었다. 가물막이를 설치해 물을 빼내고 불량한 보에 대한 보강공사를 해야 하는데, 보강공사도 기본적 절차마저 무시한 속도전이다.

 

영산강의 승촌보에서는 부등침하가 발생해 보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했다. 교과서적으로는 이미 무너진 보이다. 달성보와 강정보에서도 부등침하가 관찰됐고, 함안보와 합천보에서도 부등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보에서는 모래 때문에 수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달성보에서는 베어링이 부러져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많은 보에서 수문의 무게가 500t이 넘는데, 홍수 시 수문을 들어 올리다보면 수문을 지지하는 구조물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

보는 본체, 물받이공, 바닥보호공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보에서 바닥보호공이 유실되었는데, 이는 보가 이미 훼손되었다는 뜻이다. 특히 구미보, 달성보, 강정보 등에서는 물받이공이 유실된 것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했다. 보 본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 본체에서 균열이 진행되고 있고, 시공 이음부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고,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땜질한 지점에서 또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이대로 두면 보가 무너질 것이다.

현재 4대강에서는 물의 색깔이 진한 갈색 또는 녹색을 띠게 하는 조류가 대량 번식하고 있다. 보로 인해 유속이 초당 1∼2㎝ 정도로 거의 정체 상태가 되다보니 물이 썩고 있고, 오염물질을 저감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모래를 하천에서 준설했다. 대규모 녹조 발생에 대비해 황토를 대량 비축하고 있고 정수장에서는 활성탄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녹조현상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이다.

재퇴적된 현장은 추가준설하지 않을 계획인데, 헛준설을 한 셈이다. 잘못된 설계와 그로 인한 부실공사를 보완하기 위해 들여야 할 추가 공사비가 얼마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고, 홍수를 막겠다는 4대강 사업으로 오히려 올 여름 홍수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홍수시 보 운영계획도 마련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6월께 준공할 계획인데,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이상이 4대강 사업의 진면목이다. 22조원의 예산이 강물에 속절없이 떠내려갔다. 유지관리비가 적게는 2000억원, 많게는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실패한 국책사업이 주는 교훈을 배우는 데 너무 많은 수업료를 지불했다. 4대강 시간표를 만든 개념없는 정치인, 교과서와 반대되는 논리를 제공한 전문가, 영혼없는 공무원, 역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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