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점령자들] 광장을 시민에게, 내성천을 강의 생명에게
입력 : 2012-04-01 12:39:29ㅣ수정 : 2012-04-01 12:39:29

시청앞 서울광장의 강모래 

핵안보 정상회의 직전, 시청 서울광장에 난데없이 모래를 가득 실은 15톤 트럭 몇 대가 세워졌다. 강모래는 바닷모래와 다르게 짠 내가 나지 않고 조개가 섞여 있지 않다.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게 쳐 놓은 줄 안으로 손을 내밀어 트럭이 쏟아낸 모래를 한 줌 쥐어보았다. 밀가루처럼 고운 입자의 강모래는 낙동강에서도 구미 이후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강의 선물이다. 서울광장에 쌓인 그 고운 모래는 어디에서 온 것이었을까? 지금 낙동강 본류에는 넓고 끝없이 펼쳐졌던 모래사장이 4대강 사업으로 거의 다 사라졌는데, 서울 시청광장에서 강에서 온 모래를 만나다니 초현실적이었다. 모든 것들이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자정이 넘은 추운 밤, 달빛 아래 서울광장에 달 모래를 토해내는 15톤 트럭을 보고 있자니, 낙동강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2010년 1월, 2월 낙동강 본류가 시작되는 상주, 그리고 그 밑의 낙동강 구간은 그야말로 생지옥 같았다. 밤 열 시가 지나고 기온이 마이너스 15까지 내려가는 날에도 강에서는 포클레인이 쉴 새 없이 모래를 퍼 올리고 콘크리트를 부어 보를 만들었다. 지금 보에 물이 새는 구간 대부분은 그때 마이너스 기온에서 콘크리트를 때려 박은 부분이다. 남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전 구역에서 포클레인이 모래를 퍼 올리고 15톤 트럭은 쉴 새 없이 모래를 날라 논과 밭에 퍼부었다. 그 맑던 강이 사라지는 데는 몇 달이 걸리지 않았다. 그 장면은 나의 세계를 구축하던 모든 '이성'과 '지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강을 그대로 포기할 수 없었고, 여러 사람과 함께 낙동강의 마지막 남은 자연하천 내성천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공공성이 사라진 광장 

강에서 온 고운 모래로 덮인 시청광장은 원래 서울시의 것이 아닌 모두의 장소였다. 고운 모래 위에 지금은 잔디를 심어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해 놓았는데, 잔디가 뿌리를 내리는 중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잔디가 다 자란 후에도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기란 쉽지 않을듯하다.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 광장은 왜 만들었을까? 

잔디를 새로 입힌 서울 시청광장을 경찰들이 둘러싸고 있다.

서울 오큐파이 운동은 여러 소외된 의제들을 한곳에 모아 사회에 울림을 만들고자 하는 운동일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공공장소'를 100%를 위한, 열린 장소로 되돌리기 위한 '공동성' 회복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서울 오큐파이 운동에 참여하게 된 사람들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청소년 권리, 기본소득 논의의 확장, 대학생들의 문제 등등 다양한데, 필자는 4대강의 이야기를 도시 사람들과 하기 위해서 시청광장의 오큐파이를 함께 하게 되었다. 오큐파이를 계기로 서울광장에 텐트를 치고 여럿이 공연을 즐기고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회를 하는 행위는 오랜만에 느끼는 '공공장소'의 '공동성' 회복이었다.

도시학자 고소 이와사부로(Sabu Kohso)는 그의 저서 '유체도시를 구축하라'에서 '공공의 장소'가 모두 '공동의 장소'는 아니라고 서술하고 있다. 뉴욕은 거의 모든 공원이 '기업의 사유재산'이며 뉴욕의 공공장소들은 기업들에 의해 민중이 모이기 어려운 형태로 점점 디자인을 바꿔 갔다고 한다. 공공장소에서 공동성을 제거해 나간 것은 서울도 마찬가지이다.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시청의 서울광장은 모든 이야기가 모이는 진정한 공동의 장소이자 공공의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 이상이 모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08년 촛불정국 이래로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는 '집시법'이 생겼고, 광장은 시민의 것이 아니라 서울 시청의 것이 되었다. 외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면 다들 믿지 못한다. 참으로 엽기적인 자유국가이다. 

내성천 운동도 마찬가지로 강의 주인을 '국가'가 아닌 '강의 생명들'에게 돌려주려는 움직임이다. 강은 강 주변 주민의 것들도 아니고, 해당 시의 것도 아니고, 국가의 것도 아니다. 강은 여기 우리가 살기 전부터 존재했고 동시대 사는 우리가 국가에 잠시 위탁한 것뿐이다. 우리의 국가는 지나치게 오만하고 어리석었다. 

얼마 전 4대강 공사의 일부로 내성천 하류에 계획 중이던 낙동강 35공구 '삼강보' 계획이 전면 백지화했다. 백억이 넘는 예산이 책정되어있고 문화재 지표조사 및 환경영향평가까지 완료된 시점에서 공사가 취소된 것은 유네스코에서 문화재로 지정되어 공사할 수 없었던 '하회마을' 앞 38공구 이래 4대강 전 구간 중 처음 있는 일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는 상식을 상식으로 만드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많은 사람의 애정과 헌신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아직 내성천 상류에는 영주댐이 건설 중이고, 낙동강 본류는 4대강 공사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4대강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에도, '광장'이 모두의 것이라는 상식을 다시 상식으로 돌려놓는 데에도 시간은 걸릴 테지만 민중의 힘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필자는 '리슨투더시티'라는 예술 디자인 액티비즘 그룹을 해나가면서 2009년부터 4대강, 그리고 도시문제를 같이 다루어가고 있으며 연구공간 수유너머N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리슨투더시티'의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려면 누리집(보러가기)을 자주 체크해 주시길 바란다.

리슨투더시티 박은선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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