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2조 들여 4대강 훼손하고 2조5천억 들여 생태복원 추진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입력 : 2012-04-03 03:00:00

예산 확보도 않고 ‘병 주고 약 주기’ 황당

환경부가 최대 2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4대강 생태축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의 4대강 사업비 22조원과는 별개의 것이다.

시민단체는 이번 사업이 예산당국과의 협의 없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환경부가 4대강 생태계에 대해 ‘병 주고 약 주기’ 식으로 대처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환경부는 4대강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76곳을 대상으로 4대강 생태축 조성 프로젝트에 대한 공모를 최근 완료했다. 생태환경이 우수한 곳은 보전하고, 훼손된 것은 복원해 단절되는 구간이 없는 생태축을 조성한다는 명분이다.

사업대상 지역은 4대강 양쪽 기슭 1㎞ 이내이다. 올해 10개 지자체를 시작으로 2013년, 2014년 각각 20개 등 총 50개 지자체를 선정해 내년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지자체당 최대 500억원이며, 이 중 70%는 국비, 30%는 지방비로 충당한다는 게 환경부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0일 지자체들로부터 공모안을 받았다. 환경부는 공모안 검토를 거쳐 4월 중 지원 대상 지자체를 선정하고 5월 중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환경부의 이 같은 계획에 따라 낙동강 수계에 위치한 부산 북구, 사하구, 강서구, 사상구 등 4개 지자체에서만 총 32개 사업(사업비 1781억원)을 신청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대해 “백두대간 같은 생태축과 달리 4대강 주변은 도시와 가까운 곳이 많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난개발로 훼손된 4대강 주변을 복원해 생태축을 연결하면 지역 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자체 공모 접수까지 끝났지만 예산 확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내년 신규사업에 관련 예산을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예산을 배정할 기획재정부와는 협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내부적으로 4대강 생태축 조성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협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어 환경부의 계획이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4대강 개발 사업 초기 주변환경이 훼손될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지적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생태계 복원을 강조하는 환경부의 이중적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실장은 “이미 훼손된 4대강 주변 생태축이 인위적인 사업으로 살아날 수 없다”면서 “(이번 사업은) 4대강 유지·관리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지자체를 달래는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태축 조성 사업은 4대강 사업을 안 했더라도 추진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이며, 환경단체들도 사업 계획에 참여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선정된 지자체와 공동으로 예산을 확보할 것이며, 모니터링을 통해 사업 이외의 영역에는 예산을 쓰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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