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atidx=58873 

달 한쪽만 보이는 이유? 우연 아냐
회전속도 줄어들며 브레이크 작용해
2012년 03월 12일(월)

달은 언제나 한 쪽 면만 보여준다.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커질 때도 다시 그믐달로 작아질 때도 밝은 부분이 넓어지고 좁아질 뿐 전체 모양은 동일하다. 달의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같이 때문이다.

▲ 달은 언제나 한 쪽 면만을 보여준다. 최근 그 이유를 밝힌 논문이 천체학술지에 게재되었다.  ⓒImageToday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달이 한 쪽 면만 보여주는 이유에 대해 “그저 우연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최근 천체학술지 이카루스(Icarus)에 게재된 논문에서 그 이유가 밝혀졌다. 지구 중력에 이끌려 현재의 궤도에 붙잡히는 과정에서 달 내부에 수축과 팽창 현상이 반복되었고, 이것이 브레이크로 작용해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09년 미국 나사가 발사한 달 궤도탐사선(LRO, Lunar Reconnaissance Orbiter)을 이용해 진행되었다. 연구에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의 오데드 애헌슨(Oded Aharonson) 교수와 페터 골드라이히(Peter Goldreich) 교수,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의 레엠 사리(Re'em Sari) 교수가 참여했다.

달은 왜 한 쪽 면만 보여줄까?

밤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으면 어렴풋한 형상이 보인다. 사람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하다. 나라마다 민족마다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며 갖가지 이야기를 담아왔다. 

동양에서는 달나라에 토끼가 산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중국 초나라의 시를 모은 ‘초사’에는 달에 토끼가 산다는 구절이 있다. 대한제국 시대에 의전행사에서 쓰인 직각삼각형 모양의 의장기 중 천체를 나타내는 ‘일기’에는 둥근 해가 ‘월기’에는 달과 토끼가 그려져 있다.

서양에서는 미소를 띤 채 약간 기울어진 어른의 얼굴이 지구를 바라보는 것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보는 사람에 따라 연인이나 조상의 얼굴을 대입하기도 하고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물론 달의 형상은 실제로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낮고 평평한 지형이 더 어둡게 보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데 달은 언제나 한 쪽 면이 고정적으로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지구 어느 곳에서도 달의 뒷면을 보지 못한다. 달은 여느 행성처럼 빠르게 회전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자전의 속도가 공전주기와 1대1로 동일해서 항상 같은 면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천체학 용어로는 ‘동기궤도(synchronous orbit)’라 부른다.

정확히 말하면 달의 정확한 절반을 보는 것은 아니다. 달의 공전궤도는 약간 타원형을 이루고 있어서 공전속도가 시기마다 약간씩 다르다. 또한 태양의 중력으로 인해 자전축이 기울어진 정도도 조금씩 변한다. 이러한 칭동(liberation) 현상으로 인해 실제 보이는 달의 면적은 전체의 50퍼센트가 아닌 59퍼센트 정도다.

그래도 달의 앞뒤가 바뀌는 경우는 없다. ‘달의 바다’라 불리는 어두운 색깔의 평탄 지형 쪽이 언제나 지구를 향하고 있고, 뒷면의 산악 지형은 지구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이유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서 ‘동전 던지기’처럼 우연에 의해 결정되었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미국과 이스라엘 공동연구진이 최근 그 원인을 밝혀냈다. 지난달 말 천체학술지 ‘이카루스’에 실린 논문 ‘달 속 사람 얼굴이 항상 보이는 이유(Why do we see the man in the moon?)’에 따르면, 지구의 중력과 조력으로 인해 달이 타원형으로 찌그러지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브레이크로 작용해 지금의 궤도에 붙들리는 과정에서 회전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내부 마찰력이 브레이크로 작용해 속도 느려져

달은 완벽한 동그라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식축구공처럼 앞뒤가 약간 긴 모양으로 되어 있다. 40억년 전 달이 아직 뜨겁고 물렁하던 시기에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면서 타원형이 되었고 그대로 식어 굳어진 것이다. 

다만 긴 축이 지구 쪽을 향하고 있어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달에 사는 토끼는 고도가 높은 지역 즉 중심에서 먼 쪽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그런데 타원형이 된 달에 또 다른 혹이 만들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지구의 밀물과 썰물 현상으로 인해 인력이 강해지면서 달 표면이 조금 더 불룩하게 솟아나는 것이다. 달이 회전하는 바람에 지구의 위치가 달라지면 혹의 위치도 그에 따라 이동한다. 연구에 참여한 골드라이히 교수가 1960년대에 최초로 주장한 이론이다.


▲ 물리학적으로는 융기지형이 많은 달의 뒷면이 지구를 향해야 정상이지만, 지구의 인력으로 인해 독특한 현상이 생기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NASA

인력으로 인해 혹이 생기면 달 내부에서는 구성물질이 으깨지고 변형이 가해지며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고 마찰력이 커진다. 물리학 용어로는 ‘산일과정(dissipative process)’이라 부른다. 마찰력이 커지면서 브레이크로 작용해 달의 자전 속도가 느려졌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물리학적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높은 산맥과 융기 지형이 많아 질량이 더 높은 달의 뒷면이 지구를 향해야 정상인데 실제로는 그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논문은 “회전 속도가 줄어드는 비율에 따라 어느 면이 지구를 향할 것인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산일과정 중의 브레이크 현상으로 인해 달의 회전 에너지가 얼마나 빠르게 소모되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전 에너지가 100배 더 빠르게 소모되었다면, 다시 말해 자전 속도가 100배 더 빨리 줄어들었다면 달의 현재 앞면이 지구를 바라볼 확률은 50퍼센트 수준으로 낮아진다. 실제로 벌어진 현상대로 계산하면 확률이 66퍼센트 수준까지 올라간다.

연구진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에너지 소모 속도를 조절하자 지구를 바라보는 달의 면이 계속 바뀌었다. 달의 자전과 공전 비율이 동일해 한 쪽 면만 보이는 것이 ‘동전 던지기’ 같은 우연이라면, 동전의 무게를 조작함으로써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애헌슨 교수는 나사의 발표자료에서 “진정한 우연은 달의 현재 앞면이 지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며 “달의 회전 에너지가 소모되는 비율이 정확히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낼 정도였다는 것이 놀라운 우연”이라고 설명했다.

달이 형성되던 초기에는 외부의 인력과 내부의 구성물질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구의 중력에 끌려 지금의 궤도에 붙들리고 인력이 작용해 회전 속도가 느려지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힘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가해졌기 때문에 달의 한 쪽 면만을 보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달 궤도탐사선이 보내오는 데이터를 더욱 면밀히 관찰하면 달에 숨겨진 비밀이 속속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임동욱 객원기자 | im.dong.u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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