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적자’ 맥쿼리 등 고율이자 챙긴 탓
등록 : 2012.04.18 08:20 수정 : 2012.04.18 08:56


요금 50% 올리겠다는 민자 지하철 손익구조 보니
작년 영업손실 26억뿐인데 이자로만 461억 써
서울시 “이자율 낮추자” 제안…대주주들 거부

적자 누적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 50% 인상’을 일방적으로 공표했던 지하철 9호선 운영업체 서울시메트로9호선㈜의 운영 적자 상당액은 대주주이자 채권자인 외국계 금융자본 맥쿼리와 신한은행 등 금융권이 챙겨가는 고율의 이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민자사업자가 ‘누적 적자가 1820억원에 이르러 자본잠식 상태’라며 요금 인상을 강행하려는 것을 두고 시민들의 발을 볼모로 고율의 이자만 챙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금융감독원에 낸 ‘2011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업체는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2010년분 운임수입 보조금으로 326억원을 받고도 당기순손실 4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6억원에 불과했지만 이자비용으로 461억원이 들었기 때문이다. 메트로9호선의 대주주들은 회사에 대출금을 조달하고 고금리의 이자를 챙겼다. 메트로9호선에 자금 4960억원을 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신한은행 등 6개 금융기업은 후순위대출 이율 15%, 선순위대출 이율 7.2%를 보장받고 있다. 맥쿼리는 이 법인의 지분 24.5%를, 신한은행은 14.9%를 보유한 2대, 3대 주주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선순위대출은 보통 이자율이 5% 수준이고 15%의 이자율이면 후순위대출이라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하철 9호선에 투자하는 거라면 특별한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 터무니없다”고 평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급 보증을 해주는 대신 이자율을 4.3%까지 낮추자고 협상에서 제안했지만, 민자사업자 쪽은 먼저 운임을 인상한 뒤에야 이자율 변경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주주들이 고율의 이자 수입을 계속 챙기려고 이자율 변경에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메트로9호선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밝힐 입장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아울러 메트로9호선은 각각의 주주들에게 얼마의 이자가 돌아가는지조차 ‘영업비밀’이라며 2년여에 걸친 협상 동안 서울시 쪽에 내놓지 않고 있다. 업체의 운영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가 보조금은 보조금대로 내줘야 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민자사업의 맹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적절한 금융비용을 살피지 않은 채 금융자본에 거액의 이자수익을 보장해주는 사업 구조여서, 요금 인상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금융자본의 이익을 챙겨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류경기 서울시 대변인은 “사업자 중심의 운영구조 때문에 시민 불편과 시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민자사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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