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 증거인멸 지시 짙어진 의혹
등록 : 2012.12.05 06:45

김진모

최종석 전 행정관 목격·진술
“김진모 민정2비서관·장석명 증거인멸 시점 이영호 만나 그 이후 바닷물·배터리 얘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검찰 재수사 기록을 통해 다시 커지고 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증거인멸에 나설 무렵, 김진모(사진) 당시 청와대 민정2비서관(현 부산지검 1차장)과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찾아왔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영호 비서관은 증거인멸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올해 5월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은 검찰 조사에서 “(지원관실 하드디스크 영구삭제가 이뤄진) 2010년 7월7일 무렵 김진모·장석명 비서관이 고용노사비서관실로 찾아와 이 비서관을 만났고, 그즈음에 이 비서관이 저에게 ‘바닷물, 배터리’ 등의 말을 했다. 김·장 비서관이 이 비서관을 만나는 것을 본 적이 있는 터라 솔직히 민정수석실에서 증거인멸과 다소 관여돼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영호 비서관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최 행정관과 진경락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에게 민간인 사찰 관련 문건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바닷물에 30분 동안 담가라. 배터리로 지져라”는 등 ‘물리적인 처리’를 지시했고, 그 결과 장진수 지원관실 주무관이 하드디스크를 디가우싱(영구삭제)한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최 행정관의 주장대로라면 증거인멸의 진짜 배후는 이영호 비서관이 아닌 민정수석실이 된다. 최 행정관은 “이영호 비서관이 ‘어차피 지원관실에 관련된 국가기관은 다 문제 된다. 민정·검찰 등 관련 국가기관도 (자료 삭제를) 다 이해한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김진모 비서관과 장석명 비서관을 비공개로 소환 조사했지만, “증거인멸 의혹을 부인하고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이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한편 민정수석실에서 민간인 사찰 사건의 피해자인 김종익씨의 사법 처리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진술도 나왔다. 전아무개 지원관실 주무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영호 비서관의 지시사항인) ‘김종익을 구속시켜라’라는 문구가 있는데…그 무렵(2009년 4월) 민정수석실에서도 김종익씨의 사법처리에 대한 의견을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물어와서, 1팀에서 기소해야 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같은 해 3월 김종익씨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이 사건을 배당받아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있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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