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판 트윗했다고 경찰 조사
후보자 비방죄로 경찰 조사 받은 시민… 내사 종결 처리된 이후 또다시 경찰 출두 명령 받아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입력 : 2012-12-06  17:54:02   노출 : 2012.12.06  18:15:07
대구에 사는 이 모(50)씨는 지난 2월 당황스런 일을 겪었다. 평생에서 경찰 조사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경찰 수사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라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이씨를 조사하려는 이유는 이씨가 올린 트윗 때문. 이씨가 올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트윗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에 해당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씨에 따르면 경찰은 출두조사 명령도 통보하지 않고 자택에 찾아왔다. 하지만 집에 아무도 없자 이씨의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왜 박근혜님에게 비판글을 올리느냐, 중대한 죄다. (남편이)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윽박을 질렀다. 경찰은 이씨와의 통화에서도 ‘만약에 출두를 안하면 회사로 잡으러간다. 숨어서 도망가면 전국수배로 너만 손해’라고 협박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씨의 자택에 찾아온 경찰은 부산강서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소속 수사관 2명. 결국 이씨는 당일 대구성서경찰서로 출두해 부산강서경찰서 소속 수사관으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씨가 경찰로부터 받은 조사 내용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트위터에 올린 글들이다.

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증거로 제출한 이씨의 글을 보면 "지금 남해고속도로 진영휴게소에서 떠돌이 노점삐끼들이 검증되지도 않은 홍삼엑기스를 팔고 있다. 검증되지도 않은 약이나 식품을 함부로 구입말자. 국민의 건강을 해친다. 한나라당도 믿지말자 국민에게 해를 준다", "북한 독재자 패족 김정일 자식 김정은 호화생활에 인민은 배고픈 고통받는다. 남한 박정희 독재자 딸 패족 박근혜 호화생활에 무능한 3류정치로 국민들은 가난에 고통받는다" 등이다. 이씨는 또한 "박원순 시장에게 폭행하는 보수단체 아주머들 경찰은 뭐하나? 만약에 박근혜 대가리 때려볼까? 참자..먼지와 악취만 날것 같다"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은 이씨의 글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으로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를 비방했다는 이유를 들면서 정당 가입 여부와 글을 쓴 배경 등을 조사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는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안 좋은 글을 올리면 젊은 유권자들이 당신의 글을 보고 이미지가 실추돼서 표를 안 찍으면 당신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소시민이 정치인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부인에 전화를 걸어 겁을 먹고 밤잠도 못 이루고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지 억울할 뿐"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연합뉴스
 
당시 이씨를 조사했던 부산강서경찰서 사이버 수사팀 관계자는 "저희들이 무작정 조사를 한 것은 아니다"면서 "자체 모니터상 탐문 정보를 바탕으로 공직선거법상 비방죄 혐의가 있어 수사에 착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출두명령서를 보내지 않고 자택을 찾아와 이씨와 이씨 부인에게 협박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칙상 서면으로 하는 것이 맞지만 출석 요구는 여러 형태로 할 수 있다"면서 "사모님에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유선을 통해 출석이 가능하냐고 묻고 동의를 얻어 퇴근 후 조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경찰은 상대방을 비방하지 않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 없다는 이씨의 진술을 받아들여 내사 종결 처리 됐다. 그러나 이씨는 사건이 내사 종결 처리됐는지조차 통보받지 못했다.

이씨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구성서경찰서는 지난 5일 "18대 대통령 후보자에 대하여 트위터상 글을 올린 것에 대하여 확인코자 한다"면서 경찰서 출두를 통보했다.

대구성서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박근혜 후보자의 비방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직선거법상 비방죄로 허위사실인지 왜 올린 것인지에 대해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인터넷에서 대선에 나온 후보자를 비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대구 시민이 박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니까 말조심하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죄니 허위 사실 유포니 하는데 비판과 비방은 잘 구분할 수 없다"면서 "판례를 보더라도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비방으로 보고 있고, 어떻게 보면 사실이더라도 비판을 세게 하면 처벌을 받는 건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대선 직전 수사기관에서 후보자 비방죄와 같은 혐의로 사이버 수사를 벌여 대선 이후 대규모 범법자가 양산될 것”이라면서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되는 등 시대적 상황에 맞춰 후보자 비방죄 규정 역시 반드시 개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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