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작진도 몰랐던 박근혜 뒤 ‘김혜선’
‘힘내요 미스터김’ 제작진 “놀랐다”…“공영방송서 쌓은 이미지 특정후보에 전이 효과”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입력 : 2012-12-07  17:00:57   노출 : 2012.12.08  12:00:21
 
KBS 일일드라마에 고정출연하고 있는 중견연기자 김혜선씨가 돌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유세현장에 등장해 공개지지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KBS 제작진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에서 아침 드라마에 비중있는 역을 맡고 있는 연기자가 대통령선거 공식선거운동이 한창인 때 특정후보를 지지함으로 인해 드라마 출연으로 쌓은 좋은 이미지를 특정후보가 차용하는데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KBS 사내 프로그램 출연 규정상 직원 및 시사프로그램 외부 출연자를 제외하고 여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방송인들의 공개적 또는 노골적인 특정후보 지지행위 자체를 제한할 수 없어 선거 때만 되면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될 소지도 안고 있다.

현재 KBS 1TV 일일드라마 <힘내요 미스터김>에서 해숙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김혜선씨는 지난 6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시장 앞 거리 유세에서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할 때 박 후보 바로 오른쪽 뒤에서서 함께 공개지지 의사를 밝혔다. 명백한 선거운동을 한 것이다.

특히 김씨의 이 같은 모습은 KBS의 자사 메인뉴스 프로그램인 9시뉴스의 ‘(박 후보) “책임있는 변화”…지지호소’ 리포트에서 박 후보가 연설하고 있는 장면과 함께 무려 10여 초간이나 방송에 나왔다.

지난 6일 오후 성남 모란시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유세에 참석한 김혜선 씨(왼쪽)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같은 김씨의 박 후보 공개 지지 선거운동은 KBS 드라마 제작진과 아무런 상의나 협의없이 단독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힘내요 미스터김>을 연출하고 있는 홍석구 KBS 드라마 PD는 7일 “지금 처음 알았다. KBS 뉴스에 방송된 것도 몰랐다”며 “사전에 김씨로부터 전혀 얘기 들은 바가 없었다. 지금 그 얘기듣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홍 PD는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 같다”며 “(당사자 등을 포함해) 우리 제작진에서 얘기를 해봐야 하겠다. (이런 행위에 대해) 기본적으로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이 행위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KBS 드라마에 출연중인 주연급 연기자가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에 특정 대선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전례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KBS 내부의 평가이다. 홍석구 PD는 “이런 전례가 없었다. (적어도 나는 이런 경우를) 경험한 적도 없었다. KBS의 해석이 있어야겠다”고 밝혔다.

김주언 KBS 이사는 7일 “김혜선씨가 다른 드라마도 아닌 일일연속극에서 괜찮은 이미지로 나오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박근혜 후보에게 전이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며 “박 후보가 이런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고, 김혜선씨도 이에 활용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이런 연기자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존중해줘야 하지만 대선이나 총선 등 중대 선거국면에서 이들의 행위와 출연을 하는 데 대한 적절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BS 1TV <힘내요 미스터김>에 출연중인 탤런트 김혜선씨.

윤성도 KBS 새노조 정책실장도 “규정상 출연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겠으나 KBS에 고정출연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도의적으로 스스로 특정후보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며 “연예인이 자신의 신념에 의해 정치적 의사표현을 존중한다 해도 대선 후보가 연예인을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연기자 스스로도 되돌아봐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만이라도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일례로 KBS 출신의 유정아 전 아나운서의 경우 문재인 캠프로 가고 난 뒤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을 바로 내려놓은 반면, 최불암씨는 박근혜 캠프에 합류하고도 ‘한국인의 밥상’ 내레이터를 계속하고 있다”며 “연예인 스스로 이런 행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혜선씨의 소속사 런엔터테인먼트의 김씨 매니저 업무를 맡고 있는 박아무개 실장은 7일 “저는 전혀 아는 바가 없으며, 우리 대표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어떤 경위로 이뤄졌는지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김혜선씨의 의견을 직접 듣기위해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KBS는 박근혜 후보 유세현장에서 지지선언을 하는 연기자도 출연하는데 문제는 없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시사프로그램 출연자가 아닌) 출연자의 경우 기준이 없다보니 제작진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제작진이 프로그램 성격 등을 감안했을 때 큰 문제가 없으면 그냥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 실장은 “KBS가 입장을 정해서 해결할 성질이 아니며 제작진의 자율성을 최대한 살리는 측면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회사가 자르라 마라 할 만한 기준과 규칙과 룰이 없다”고 말했다.

배 실장은 “탤런트 경우 정치적 행위와 사상의 자유를 구속할 수가 없다. KBS에 출연했다가 특정후보 지지선언을 해 시청자에 영향 미칠 수 있다고 해서 출연금지라도 시키면 소송가서 질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KBS에는 박근혜 유세현장에 나가서 지지한 배우라 하더라도 출연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