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정치 관심 없다고? '멱살잡이'도 한다"
[현장] 이틀 연속 투표소 붐벼... "젊은층 위주로 늘었다"
12.12.14 16:51 l 최종 업데이트 12.12.14 18:03 l 권우성(kws21)김동환(heaneye)이주영(imjuice)

[3신: 14일 오후 5시 25분]
[서울 대학가] "내가 지지하는 사람 대통령 만들려고 왔다" 

▲  14일 서울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2층에서 진행된 부재자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학생회관 바깥에서 우산을 쓴 채로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이날 이곳에서는 투표 종료시간인 4시를 한참 넘긴 5시 10분까지 투표가 이어졌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투표 대기자 번호를 501번까지 발급했다. ⓒ 김동환  

"지금 (1, 2위 후보가) '박빙'이잖아요. 제가 지지하는 사람이 대통령 되게 하기 위해서는 투표 꼭 해야죠." 

대기번호 495번. "올해 처음 투표권을 갖게 됐다"는 강지수(19)씨는 왜 그렇게 투표하려고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되레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강씨는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지적에도 "내 주변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14일 오후 4시 10분. 부재자투표 시간이 종료됐지만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2층에 설치된 투표소에는 500여 명의 인파가 길게 줄을 늘어섰다.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선거 홍보물과 숫자가 적힌 대기번호표를 든 모습이었다. 

오전까지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던 이곳은 오후 들어 빗줄기가 약해지면서 투표를 원하는 시민들이 급격히 몰리는 양상을 보였다. 서대문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대기 인원이 줄어들 기미가 없자 아예 오후 3시 50분부터 번호표를 배부했다. 투표시간 종료 후에도 번호표를 받은 시민까지는 투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날 배부된 대기 번호표는 모두 501개. 줄을 선 시민들은 대부분 이 학교 학생들이었다. 기표소 다섯 개에 3명의 선관위 직원이 신분증 대조작업을 진행하는 특성상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이 350명이라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의 세세한 설명에도 줄에서 이탈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함에도 학생들이 투표에 열을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주에서 온 이 학교 학생 최호성(23)씨는 그 이유로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투표 안하면 (정치에 대해서는) 말 못꺼내는 분위기"라면서 "20대가 정치에 관심 없다고 하는데 요즘 얘기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  14일 서울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2층에서 진행된 부재자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학생회관 1층에서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이날 이곳에서는 투표 종료시간인 4시를 한참 넘긴 5시 10분까지 투표가 이어졌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투표 대기자 번호를 501번까지 발급했다. ⓒ 김동환

"MB 정부 비판하려면 투표부터 하라고 해서..." 

이날 마지막 부재자투표를 실시한 서울시내 다른 학교들도 이 학교 학생들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고려대 4·18 기념관 앞에서 만난 학생 이수영(22)씨는 "투표를 안 하면 스스로 창피해하는 그런 게 좀 있다"면서 "투표 안 하겠다고 하면 주변에서 왜 안하냐고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오빠 이아무개(27)씨 역시 같은 대학교 학생. 그는 "2002년과 2007년 두 번의 대선을 부재자투표로 치렀다"면서 "2007년에는 귀찮아서 투표 안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확실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전주 출신인 경희대 학생 권아무개씨(24) 역시 "2007년 대선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07년에는 사실상 이명박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투표가 그냥 자기 확인을 하는 정도의 의미였지만 지금은 치열하게 접전중이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여론조사 오차범위 안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황이 '투표장 흥행'을 부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부재자투표소로 지정된 경희대학교 매우관에서는 투표 후 '투표 인증샷'을 찍는 학생들이 다수 보이기도 했다. 경희대 학생인 강한나(21)씨는 "(속해있는) 동아리 회장님이 투표 인증샷 찍어오는 학생이 많으면 춤을 추겠다 공약해서 다들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표를 즐기는 분위기였지만 목적은 분명했다. 강씨는 "집이 서울이지만 다음 주부터 시험이라 부재자투표를 신청했다"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좋게 바라보지 않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런 의견 밝히려면 투표부터 해라'고 해서 투표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부재자 투표소 설치에 실패한 학교 학생들이 인근 학교에서 부재자 투표를 하는 풍경도 보였다. 대구 출신인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 이원형(24)씨는 이날 투표를 위해 인근에 있는 경희대를 찾았다. 이씨는 '요즘 20대 학생들 정치에 관심 없다는데 왜 이렇게 많이 오는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치 얘기하다 격해지는 경우에는 멱살잡이 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봤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학생들의 의견이 분명하게 갈리는 이유로 두 개 거대 정당의 약점이 보완이 안 되는 점을 꼽았다. 이씨는 "민주통합당은 안보가 약하고, 새누리당은 현 정권 하던 짓을 그대로 하려고 한다는 게 약점인 것 같다"면서 "그래도 젊은 쪽은 진보성향인 친구들이 조금 더 많다"고 말했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대선후보 TV토론을 보고 투표장으로 나왔다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립대에서 만난 원성희(20)씨와 이혜수(20)씨는 "TV토론을 보고 표를 줄 후보를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토론이 마치 토론이 아닌 것 같았다"면서 "다들 말을 못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그나마 나은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올해 첫 투표라는 원씨는 노년층에서 부는 '박근혜 바람'에 대해 나름대로 절박한 심정을 솔직히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대선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나이드신 분들과 젊은 세대가 지지하는 후보가 극명히 갈리지 않느냐"면서 "(젊은 세대인) 저희가 정치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데 그런 현상을 보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2신: 14일 오후 5시 23분]
[동작구청] 하루만에 총선 부재자투표수 2배... "인해전술 같다" 

▲  제18대 대통령선거 부재자투표 마지막날인 14일 오후 겨울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작구청 지하 1층에 마련된 투표소앞에 20~30대 젊은이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 권우성

"앞으로 밀착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세 줄로 서주세요." 

14일 오후 2시 40분께 서울 관악구의회 1층 로비는 18대 대통령선거 부재자투표를 하러 온 유권자들로 붐볐다. 원래는 로비 바깥으로 줄을 서야 하지만, 비오는 날씨 때문에 이날 온 유권자 모두 로비 안에서 줄을 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현장에서 질서 유지를 돕고 있던 관악구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김 아무개씨는 한숨을 쉰 뒤 "어제는 더 많이 왔다, 그래서 기표소도 10곳이나 마련했다"고 귀띔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4.11 총선 때는 이틀 동안 총 4000여 명이 부재자투표에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하루 만에 지난 총선 부재자투표 참여인원이 달성됐어요. 한 통에 약 1700표가 들어가는 투표함도 어제 벌써 3통을 썼고, 오늘도 2통을 다 쓰고 3통 째 쓰고 있다니까요. 이 정도로 부재자투표에 많이 참여하는 모습을 처음 봐요."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 부재자투표의 선거인단 수는 108만 6687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었다. 2007년 17대 대선 부재자 신청에 비해 34%가 증가했다. 

이날 오후 4시를 기점으로 종료된 관악구의회 부재자투표 참여인원은 지난 13일까지 합해 총 1만 193명. 관악구 선관위가 예상한 8000명보다 2000명은 더 많은 수치다. 이주명 구 선관위 관리계장은 "부재자투표 신고자 수 자체가 지난 17대 대선과 이번 19대 총선에 비해 두세 배 가까이 늘었다, 증가한 인원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같은 부재자투표 열기의 주축이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구 선관위 관계자는 "이 지역 부재자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대부분은 서울대학교 학생·교직원과 신림동 학원가 수험생들"이라며 "나머지 3% 정도가 일반 지역 주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젊은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전쟁 치르는 마냥 투표를 하고 간다, 인해전술 같다"고 빗대기도 했다. 

관악구의회 부재자투표소에서 만난 박 아무개(25)씨는 "민주주의의 근간은 투표인데 이를 안 하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거라 생각한다"며 투표 참여 이유를 밝혔다. 여미영(34)씨는 "지난 17대 대선 때는 원하는 후보의 지지율이 너무 낮아 자포자기 심정이었다"며 "이번에는 여야 후보가 박빙이다보니 투표할 의욕이 난다, 내 한 표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전했다. 

[1신: 14일 오후 2시]

▲  제18대 대통령선거 부재자투표 마지막날인 14일 오후 겨울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작구청 지하 1층에 마련된 투표소앞에 20~30대 젊은이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 권우성

18대 대통령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4일 서울 동작구 제1부재자투표소인 동작구청에는 투표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약 1000여 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 

이날 오후 1시 40분 현재 구청 입구는 우산을 쓰고 들어오는 시민들로 가득 찼고, 투표소가 마련된 구청 지하1층 소회의실부터 1층 로비까지 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은 주로 20~30대 젊은 층이다. 특히 노량진 학원가에서 온 수험생들이 다수를 이뤘다. 이들 대부분은 두툼한 점퍼에 배낭을 멘 옷차림으로 투표소에 왔다. 무리를 지어온 수험생 중에는 "XX는 새벽에 하고 갔대"라며 다른 동료의 투표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었다. 몇몇 수험생은 팔 한 쪽에 '행정학' '교육학' 등의 책을 들고 투표를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기자가 다가가면 "수업 있어요"라며 재빨리 투표소를 빠져나가는 유권자도 있었다.

시험 준비로 바쁜데도 부자재투표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만난 유권자들은 "투표는 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숭실대 학생인 정영민(90)씨는 "어제 한 과목 기말시험이 끝나서 오늘 잠깐 투표하러 왔다"며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다들 이번에 부재자투표를 신청했다, 정권교체 같은 쟁점이 학생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되니까 다들 관심을 가지고 투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표소 앞에서 친구들과 인증샷을 찍던 안성우(32)씨는 "워낙 이번 대선이 이슈이다 보니 공무원시험 학원가에서도 부재자투표를 다들 신청하는 분위기"라며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돼 꼭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부재자투표 첫날인 13일, 동작구청에서는 총 4700여 명이 투표

▲ 겨울비에도 끊이지 않는 부재자 투표 행렬 제18대 대통령선거 부재자 투표 마지막날인 14일 오전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동작구청에 설치된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든 봉투와 우산을 함께 든 젊은 유권자들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현장에서 투표를 돕고 있던 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오늘은 한산한 편이다, 어제는 쉴 틈 없이 인파가 붐볐다"고 설명했다. 부재자투표 첫날인 13일 동작구청에서는 총 4700여 명이 투표했다. 당시 지하 1층 투표장부터 구청 현관 밖까지 부재자투표를 하러 온 유권자들로 150m 가량의 행렬이 만들어지지도 했다.

이같은 부재자투표의 열기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면서 유권자들의 관심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여야 두 후보 간의 경쟁이 치열해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며 "부재자투표뿐만 아니라 19일 대선 때도 투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이날 노량진의 한 임용고시학원에서 오전 수업을 마친 정현정(25)씨는 서둘러 투표를 마친 뒤, "임용고시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시험 전형이 수시로 바뀌는 데 불만이 많다"며 "교육부 관료들이 책상에만 앉아서 정책을 낸다, 그래도 정치인 욕을 할 땐 하더라도 제 할 일은 하고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같이 시험 준비하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투표는 무조건 해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투표해야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투표 열기만큼 후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고 정씨는 전했다. 그는 "'최악을 피해 차선인 후보를 뽑느냐 마느냐'가 최대 쟁점이다"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또 "문재인 후보가 한 임용고시생의 정책 제안을 받아들인 게 임용고시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며 "그 정도로 다들 이번 대선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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