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806055019334


[르포]마스크 안쓰고, 음식 나눠먹고..카페발 코로나 확산하나

한승곤 입력 2020.08.06. 05:50 수정 2020.08.06. 08:43 


강남 커피전문점발(發) 코로나 집단감염 우려 확산

마스크 없이 음료 마시고, 다닥다닥 앉아 대화

전문가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역지침, 규제 필요"


5일 오후1시께 서울 중구의 한 카페. 시민들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5일 오후1시께 서울 중구의 한 카페. 시민들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강주희 인턴기자] "카페서 마스크 착용, 솔직히 불편하고 번거롭죠."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자 4일 방역당국은 카페·음식점에서 지켜야 할 방역수칙을 발표했다. 커피나 음료를 마실 때 외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발표 다음날인 5일 오후 중구 일대 카페를 방문하며 지침 여부 이행 등을 확인한 결과 커피전문점을 찾은 손님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보건당국 권고를 준수하지 않고 있었다. 전문가는 집단시설에서의 명확한 방역지침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점심시간을 맞아 카페를 찾은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음료를 마시지 않고 있을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지침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또한, 디저트를 하나의 접시에 두고 나눠 먹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부 손님은 테이블 하나를 두고 가까이 마주 앉아있기도 했다. 자칫 잘못하면 음식물 섭취 시 발생하는 비밀(침방울)로 인해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 보였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정부의 강화된 지침을 지키기는 번거롭다고 입을 모았다.


점심시간을 맞아 카페에 들렀다는 시민 A(58) 씨는 "대화하면서 커피 마시려고 카페를 오는 건데 마스크를 쓰고 음료를 마실 때만 벗으라니, 불편하고 번거로워서 사실 잘 지켜질까 싶다"면서 "최근 날씨도 더워지고 습해서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도 늘고, 경각심이 많이 느슨해진 것도 맞지만, 먹고 마실 때는 사실 마스크를 쓰고 있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5일 오후1시께 서울 중구의 한 카페. 대부분의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사진=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5일 오후1시께 서울 중구의 한 카페. 대부분의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사진=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또 다른 카페 이용객인 50대 중반 남성 B씨는 "코로나19가 카페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불안하긴 하다"면서도 "그렇다고 카페를 이용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민들도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런데 쉬러 오는 곳에서조차도 마스크를 쓰고, 또 벗고 너무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카페를 이용하는 대다수 시민들은 마스크를 벗고 있었으며,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거리두기도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60대 주부 박모 씨는 "평소에도 카페는 불안해서 잘 오지 않는다. 가끔 누구를 만나야 해서 방문하기는 하는데, 그럴 때마다 카페 외부에 좌석이 있으면 이용하고, 아니면 테이크아웃을 해서 나오곤 한다"면서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할 땐 불안하면서도 그냥 참는다. 옆자리에 마스크를 안 한 사람이 있어도 대화를 하거나 뭘 먹고 있는 사람에게 가서 `마스크 좀 해달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카페를 아예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마스크를 안 하고 있을 땐 되도록 대화를 자제하는 에티켓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방역지침이 잘 지켜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중구 인근에서 한 카페를 운영하는 제모(38)씨는 "방역 지침이 강화돼 손님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한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좋지만 그게 잘 지켜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사실 그게 귀찮기 때문에 손님들 입장에서는 카페를 안 들어오고 그냥 나가지 않을까. 방역을 강화한다고 해도 사실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구하면 껄끄러운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사하는 처지에서는 제지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5일 오후 12시28분께 서울 중구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5일 오후 12시28분께 서울 중구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전문가는 카페, 식당 등 집단 시설에서의 명확한 방역지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전문가들은 생활 방역으로 넘어올 때부터 카페, 식당 등 시설에서의 방역지침을 명확하게 정하고 규제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라면서 "하지만 여전히 뚜렷한 지침은 나오고 있지 않고 있고, 지켜지기 어려운 지침도 많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사람들이 음식이나 음료를 먹기 위해 방문하는 곳에서 마스크만 쓰라고 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모순"이라면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어도 감염병으로부터 최대한 안전한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 좌석 배치, 테이블 간격 등을 규제한다든지,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일 낮 12시를 기준으로 서울 강남구 '할리스커피 선릉역점' 관련 집단 감염자가 총 1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할리스커피 선릉역점 확진자가 5명, 서초구 양재동 '양재족발보쌈' 확진자가 7명, 식당 운영자 가족 1명으로 파악됐다. 할리스커피 선릉역점을 방문했던 첫 확진자가 양재족발보쌈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두 사례는 강남 커피전문점 사례로 분류하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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