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622797


침묵하는 윤석열과 유력 언론... '스트레이트'의 의문

[하성태의 사이드뷰]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 예고한 MBC <스트레이트>

하성태(woodyh) 20.03.16 18:46 최종업데이트 20.03.16 18:46 


 9일자 MBC <스트레이트> 방송

▲ 9일자 MBC <스트레이트> 방송 ⓒ MBC 스트레이트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씨가 재판에서 직접 인정을 했거든요. 이 잔고증명서들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했고 또 위조증명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걸 인정했어요. 그리고 위조 잔고증명서(를) 한마디로 위조한 분, 그분이 누군지 특정이 됐고 어떻게 사용했는지 정황들이 다 나왔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10일 MBC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오늘은>에 출연한 MBC 이용주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관심 때문일까. 지난 9일 방송된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편은 자체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8.0%)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날 MBC가 제기한 '윤석열 장모 의혹'은 크게 세 줄기였다. 첫째, 350억 은행잔고증명서 위조사건. 둘째, 의료재단 영리법인 관련 의혹. 셋째, 부동산사업자 정대택씨 등 투자자들과 최씨의 분쟁과정에서 나온 각종 의혹과 송사, 그리고 이어진 정씨의 고소고발 사건 등이었다. 


방송 직후, 의혹은 윤 총장이 이 사건을 인지했느냐, 인지했다면 그 시점은 언제인가, 또 그렇다면 검찰은 왜 수사에 나서지 않느냐로 번졌다. 이에 대해 최씨를 직접 만난 바 있는 이승주 기자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저희가 장모 최씨를 찾아가서 만났을 때 직접 했던 이야기도 자기가 사위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사기 피해를 당했고 어쩌고저쩌고 내용을 설명했다는 거예요. 그 부분에서 사위 이야기가, (상대방이) 당할 짓을 했기 때문에 빌미를 줬기 때문에 당한 거다. 장모 최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총장도 최소한 그 사실 자체, 사안 자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결론이 나올 수 있죠."


하지만 윤 총장은 물론 대검찰청 역시 별다른 반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10일 MBC <뉴스데스크>는 윤 총장의 침묵을 이렇게 보도했다.


"대검찰청은 당초 MBC <스트레이트>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 만큼,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방송의 의혹 제기 이후에도 검찰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MBC와의 통화에서 '당시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다면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2편 내놓은 MBC <스트레이트>, 후속 보도 이어가는 <뉴스타파>


"3월 9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보도한 윤석열 총장과 그와 관련된 주변인들의 의혹이 매우 중대한 비위로 보도되었습니다.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직위에 있는 자가 이런 비위 의혹에 있다는 건 검찰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국민에게 정의 실현은 허울이라는 자괴감을 심어 줍니다. 따라서 보도된 모든 의혹이 해소 될 수 있도록 법무부의 감찰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지난 12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요청합니다>란 제목의 청원 내용이다. 이렇게 침묵하는 윤석열 총장이나 검찰과 달리, 장모 최씨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아가는 중이다. 이 청원에는 4일 만인 16일, 7만 7천이 동의했다.


그래서였을까. <스트레이트>가 16일 '장모님과 검사 사위' 2편을 방영한다. <스트레이트>는 이날 방송 내용이 "윤석열 총장 장모 관련 의혹 총정리"와 "윤석열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역할 조명"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지난 3월 9일 <스트레이트> 82회는 '장모님과 검사 사위' 편을 방송했다. 방송 이후 의혹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여론은 뜨거웠지만 정작 검찰은 차가웠다. 검찰은 '특혜는 없었다'는 짧은 입장만 내놨고, 윤석열 검찰총장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스트레이트>는 2편에서 검찰이 장모 관련 사건을 과연 공정하게 처리한 것이 맞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들며 꼼꼼히 되짚어 볼 예정이다. 특히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모친의 여러 의혹들에 어떻게 얽혀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역시 <윤석열 장모 사건... 김건희씨도 깊숙이 개입> 기사를 통해 "윤 총장 장모 최씨 관련 사건들에 윤 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도 깊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스트레이트>가 '장모님과 검사 사위' 1편에서 제기한 "의혹의 도촌동 땅 매매 과정 전반에 김건희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구체적인 정황과 증언을 확보한 것이다.


"김건희씨는 이른바 '정대택 사건'에서 윤 총장 장모에게 유리한 결정적 위증을 한 법무사에게 (해당 법무사는 나중에 뇌물을 받고 위증했다고 양심선언했다) 자기 명의의 아파트를 넘겨주었을 뿐 아니라, 1억 원을 직접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이른바 '잔고 증명서 위조 사건'에서도 김건희씨는 윤총장 장모 최씨의 동업자 안씨에게 접대비 명목으로 천 5백만 원을 건넸다.


또 문제의 가짜 잔고증명서를 만든 장본인은 당시 김건희씨 회사의 감사로 재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대택 사건'은 김건희씨가 윤석열 총장과 결혼하기 전, '잔고 증명서 위조 사건'은 결혼 뒤에 발생했다." (<뉴스타파>, <윤석열 장모 사건..김건희 씨도 깊숙이 개입> 보도 중)


침묵하는 윤석열 총장과 유력 언론


<스트레이트>와 <뉴스타파>의 연이은 보도 이후, 별다른 후속 취재는 둘째 치더라도, 해당 의혹에 대해 언급조차 않는 유력 언론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타 언론사의 '특종'이나 '단독보도'라도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한 사안인만큼 후속이나 인용보도를 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었다. <경향신문> 편집국장 출신인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오늘 저녁 MBC가 윤석열(과 그 가족) 검찰청장에 얽힌 사기 의혹사건에 관한 특종 2탄을 날린다고 한다. 뉴스타파와 MBC가 연일 윤석열 일가의 '파렴치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데 다른 모든 언론들은 굳게 침묵하고 있는데 대해 비판의 소리가 드높다(중략).


만일 뉴스타파나 MBC 보도가 맞다면 조폭을 능가하는 검사동일체라는 철혈 조직논리로 똘똘 뭉친 무소불위의 막강한 검찰권력이 한 소속 검사 가족의 사기극을 덮고, 오히려 그 사기 피해자를 핍박하는데 총동원됐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인데 이것이 과연 전 언론이 묵살할 만큼 사소한 이야기인가."


16일 강 이사장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검용언론 기자님들 전상서' 중 일부다. 강 이사장은 이 장문의 글에서 1970년대 초반 미 닉슨 행정부에 치명타를 가한 <뉴욕타임스>의 '펜타곤 페이퍼' 특종에 뒤이어 후속 보도를 이어간 경쟁사 <워싱턴포스트>의 분투를 예로 들었다. 국민적 관심 사안을 후속보도하지 않는 다수 언론과 언론 후배들을 향한 쓴소리였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역시 해당 보도 직후인 13일 페이스북 글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많은 기자들이 (정대택씨 사건을) 취재를 했다. KBS, MBC, CBS, 경향신문, 세계일보의 기자들이 그를 만났다.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 신문고 뉴스 등 몇몇 언론들은 기사를 쓰기도 했지만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기사가 나와도 검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떠올린 단어는 '시스템 에러'다. 한 시민이, 힘 있는 검사들이 연관된 사건에서 말로 못할만큼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그리고 증거를 가지고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우리 사회는 16년 동안 이 일을 바로잡지 못했다. 얄궃게도 그의 소송 상대인 최 모씨의 사위가 검찰 총장이 되고 나서야 나를 포함한 기자들이 그의 사건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잘못한 사람들이 그에 합당한 사회적 평가와 처벌을 받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정대택씨의 사건이 보여주는 '시스템 에러'를 고치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다."


심인보 기자는 16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왜 윤석열 장모 얽힌 투자사건 법적 분쟁은 상대방만 처벌 받을까"라고 물었다. 이어 진행자가 "추가로 계속 취재하시나요?"라고 묻자 "네,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인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란 표현에서 전해지는 무게감은 <스트레이트> '장모님과 검사 사위'편에서 MBC 조승원 기자가 한 클로징 멘트의 그것과 분명 닮아 있었다.


"대한민국의 검사가 2000명이 넘습니다. 검찰총장의 친인척 의혹 조사해야 한다는 검사가 있다면 저희한테 연락 주십시오. 그동안 취재한 자료 다 넘겨드리겠습니다. 아울러 추가 제보도 기다리겠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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