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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앉은뱅이 술’ 한산소곡주
최종 편집: 2005년 03월 23일 16:17:13

한산소곡주는 백제시대부터 건지산 맑은 물로 빚어내는 명주(銘酒) 중의 명주다. 기록에 남아 있는 우리나라 전통민속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술로 역사만큼이나 맛과 향이 뛰어나다. 백제시대부터 면면히 흘러온 제조비법은 지금은 충남 서천군 한산면 나씨 집안에서 전수해 장인정신으로 특유의 향과 맛을 이어가고 있다.



# 최고(最古)의 명주, 맛도 최고(最高)

옛 백제왕실에서 즐겨 마시던 소곡주는 백제 멸망후 망국의 한을 달래기 위해 백제 유민이 한산지역에서 다시 빚어 마신 게 유래가 됐다. 삼국사기 백제본기를 살펴보면 ‘다안왕(多晏王) 11년(318)에 추곡의 흉작으로 민가에서 제조하는 소곡주를 전면 금지하였다’고 기록돼 있고 ‘무왕 37년(635) 3월 왕이 조정 신하들과 백마강 부근에서 소곡주를 마시어 그 흥이 극치에 달했다’고 적혀 있다. 조선 초기에는 왕실은 물론 민가에 가장 많이 알려진 술로 기록돼 있다. 술에 얽힌 재미난 얘기도 많다. 조선시대 때 한양에 과거보러 가던 선비가 한산지방을 지나다 목이 말라 인근 주막에 들러 미나리부침을 안주로 소곡주 한잔을 마셨다. 그 맛이 너무 좋아 두잔째부터 취흥이 돋은 선비는 시를 읊고 즐기다 시간을 보내 결국 과거를 치르지 못했다. 여기에서 술맛에 취하면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른다 하여 ‘앉은뱅이 술’이란 별명을 얻게 됐다.

# 독특한 들국화 향…고혈압 방지효과도

한산소곡주는 저온에서 100일간 발효숙성시켜 제조한 곡주로 독특한 감칠맛과 깊고 그윽한 향이 으뜸이다. 피를 맑게 해주고 말초혈관을 확장, 혈관운동 중추를 억제하는 혈압강하 작용이 있어 고혈압 방지효과가 뛰어나다. 인공 첨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뒤끝이 깨끗하고 숙취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산소곡주를 빚을 때 사용되는 재료는 찹쌀·메주콩·누룩·들국화 등으로 신토불이 재료만을 엄선해 사용한다. 특히 들국화는 그윽한 향과 강한 살균력으로 잡미를 없애 순수 곡주 그대로의 감칠맛을 낸다. 한산소곡주는 술을 내리는 정성에 따라 그 맛에 차이가 나는데 양력으로 12월, 음력으로 10월에 술을 내려 그 이듬해 1월까지 100일 동안 익힌 술을 으뜸으로 친다.

# 세계인의 명주 꿈꾼다

최근들어 청와대 만찬 등 각종 주요행사에 소개되면서 한산소곡주는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농림부 주최 ‘2004 한국전통식품 베스트5 선발대회’에서 우리 고유 전통주류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할 만큼 한산소곡주 명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동안 대형 유통매장 등을 중심으로 탄탄한 판매망을 구축한 한산소곡주는 이제부터 세계시장을 향해 눈을 돌리고 있다.

# 미나리부침·육회 등과 찰떡궁합

한산소곡주와 궁합이 맞는 안주로는 단연 미나리부침이다. 과거를 보러 가다 술맛에 취해 주저앉은 선비가 먹던 안주도 바로 미나리부침이었다. 미나리는 향긋한 맛이 일품인 계절채소로 비타민 A·C의 보고로 불릴 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 특히 한방에서는 신경통·류머티즘·혈압강하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고혈압 방지효과가 있는 한산소곡주와 닮은 꼴이다. 요즘에는 미나리부침 외에 육회, 아구찜 등이 애주가로부터 손꼽히는 안주다.


〈서천|글 정혁수기자 overall@kyunghyang.com〉
〈사진 박재찬기자 jcphotos@kyunghyang.com〉


[전통주 기행]“100일 산고 겪고 내놓습니다”

한산소곡주의 맛과 향이 인기를 끌면서 크고 작은 생산공장이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 대표기업은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위치한 ‘한산소곡주’(대표 나장연·www.sogokju.co.kr)이다.


“가업으로 이어온 한산소곡주 빚는 것을 지켜보며 컸으니 이 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죠. 마침 주류제조면허가 정식으로 떨어져 대량생산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우리것을 지켜야 한다는 오기도 발동했죠. 서울에서 대학을 마치고는 고향으로 내려와 본격적인 생산·판매에 나섰습니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오던 한산소곡주 제조비법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1979년 나씨의 할머니인 김영신씨가 충남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받으면서부터다. 시어머니 곁에서 함께 소곡주를 빚어온 며느리 우희열씨도 이때 자연스럽게 후계자로 지정됐다.

한산소곡주는 누룩 만들기에서 시작해 100일 동안의 발효 숙성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하지만 제조법이 있다 해도 숙성시간, 혼합비율 등 미세한 차이에도 술맛이 크게 달라져 이곳에서 만들어내는 맛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다.

나씨는 “한산소곡주가 그 명성에 맞게 맛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고유의 제조비법을 고집하고 철저한 품질관리, 장인정신으로 술을 빚기 때문”이라며 “우리 술이 세계시장에 나가 각국의 명주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41)951-0290

〈서천|정혁수기자 overall@kyunghyang.com〉


[전통주 기행]酒人의 정성으로 빚는 술

우리의 전통주는 술빚기에 있어 일정한 공식이나 절대적인 재료의 배합비율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마다 가문마다 술 빚는 이의 솜씨에 따라 재료의 가감과 발효기간·술 빚는 시기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 맛과 향기도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한산소곡주는 백제시대부터 이 지방의 토속주로 빚어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한번도 끊기지 않고 1,500여년간 그 맥을 이어왔다는 데서 전통주 제조법의 뿌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전통주 제조법에 있어 주재료인 쌀을 죽이나 떡(설기, 무리떡)으로 빚는 술이 가장 오래된 방법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다른 전통주는 그 역사가 짧아 전통주의 근간을 살피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한산소곡주는 그간 맥이 끊기지 않고 전승됐고 지금까지도 그 전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한산소곡주는 발효제인 누룩을 적게 쓰는 술이라는 데 특징이 있는데 누룩 양이 적은 경우 발효가 쉽지 않아 자칫 실패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다른 술에 비해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더욱이 100일간 저온 숙성시키는 저온 장기발효주라는 점에서 한산소곡주는 술빚기에 따른 주인(酒人)의 정성이 어떠한 전통주보다 필요한 술이다.

그러나 일단 술이 익으면 그 맛과 향이 뛰어나 누구라도 한 번 맛본 사람은 결코 그 맛을 잊지 못한다. 한산소곡주와 관련하여 ‘앉은뱅이 술’이나 ‘망주’ 등의 일화에서 한산소곡주의 진가를 가늠할 수 있다. 오랜 발효기간으로 주독 해소가 뛰어나 건강에도 좋고 뛰어난 감칠맛과 곡주 특유의 방향(芳香)은 소위 ‘전통주는 누룩냄새(곡자향·麴子香)가 나야 한다’거나 그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숙취(宿醉)’ 등 전통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말끔하게 씻어준다.

〈박록담/한국전통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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