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자원공사를 어찌할 것인가? / 염형철
등록 : 2013.03.20 19:31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물 사용량이 꾸준히 늘어 하루 1인당 490리터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1996년 수자원 장기종합계획). 2011년이면 18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이므로 수십 개의 댐을 지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1997년 385리터로 정점을 찍었던 물 사용량은 지금 320리터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물 부족의 원인을 ‘물 쓰듯’ 하는 국민과 ‘싼 수도요금 탓’이라고 했지만, 정작 사용량 절감에 기여한 것들은 ‘줄줄 새는 수도관거의 정비’와 ‘절수 기기들의 보급’이었다. 당시도 그랬지만 지금도, 한국인들의 물 사용량은 이웃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의 나라들에 비해 많지 않다.

정부는 물 부족이 거짓임이 드러났는데도, 물 공급 시설의 건설은 멈추지 않았다. 통계가 보여주는 진실을 외면한 채, 상수도 시설의 가동률이 50%를 밑돌 때까지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나중엔 이러한 과잉 개발을 ‘기후변화 대책’이라고 핑계를 댔다. 오죽하면 4대강 사업에서는 ‘비상용수’라며 13억톤을 개발했는데, 이는 수백 년에 한 번 발생하는 가뭄에 쓰는 용도다. 서울시민이 1년간 쓰고도 남는 양을 이렇게 허술한 목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정부가 요즘 선호하는 댐 건설의 근거는 하천 하류의 생태를 보호하기 위해 흘려보낼 물을 확보하는 것이다(하천용수). 하류의 물고기를 살리자고 상류의 환경을 파괴하겠다는 이상한 논리다. 또 기후변화에 대응해 홍수 조절량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역시 억지스럽다. 이상기후가 국지적인 집중호우를 특징으로 하는 데 반해, 댐은 대유역의 홍수관리 수단이기 때문이다. 댐을 많이 지어봐야 인명피해의 요인인 산사태나 계곡의 급류를 통제할 수 없고, 재산피해의 원인인 도시의 침수를 관리할 수도 없다.

현재 한국의 물 정책, 하천 정책은 뒤죽박죽이다. 정책의 목적이 안정적인 물 공급이나 건강한 생태계의 관리가 아니라, 온갖 이유를 붙여 개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 개발과 댐 건설을 목표로 하는 하천법과 댐건설법이 제도로 존재하고, 이를 실행하는 국토부 수자원국과 수자원공사라는 기구가 활동하는 상황에서 이는 불가피하다. 물론 이러한 제도와 구조가 효율적인 시대도 있었다. 국가의 자원이 빈곤한 상황에서 거대한 토목(댐, 광역상수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야 했던 1980년대까지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그들의 대표 사업인 시화호 건설, 동강댐, 4대강 사업 등은 모두 불필요한 것이었고, 국고를 탕진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들이었다. 이는 목적을 달성하고 난 조직이 해체되지 않았을 때, 사회에 어떠한 피해를 주는지를 충분히 보여준 사례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는 최근에도 14개 댐 계획을 발표했다. 4대강 사업으로 8조원의 빚을 쌓았고, 경인운하를 비롯해 쓸데없는 시설들을 잔뜩 끌어안고 있는 수자원공사 현황을 고려한다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수공은 지난해에도 광역상수도 요금을 인상했는데, 또다시 상당한 폭의 요금 인상을 위해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수공의 비효율과 낭비가 남의 일이거나 과거형이 아니라는 뜻이다.

강을 건너고 나면 뗏목을 버려야지, 지고 갈 수 없다. 한국이 생태사회·복지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과도한 토목공사와 결별해야 하며, 그 첫 번째 조처는 국토부 수자원국과 수공에 대한 수술일 것이다. 물의 소중함을 알고 현명하게 이용하자는 취지로 지정된 물의 날을 맞아, 한국 물정책의 걸림돌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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