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댐건설 왜 말썽 빚나 했더니… ‘수자원 조사’ 기초 허술
등록 : 2013.03.25 19:49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경북 칠곡군 약목면 관호리 낙동강에 들어선 칠곡보의 모습. 이 보 건설을 포함한 4대강 사업 계획은 하천 유량, 하상변동, 하천수 사용량 등 이수·치수 사업의 기초인 수자원 조사 자료가 부실한 가운데 수립된 사실이 입법조사처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한겨레> 자료사진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
“조사주체 달라 일관성 부족 전문성 부족해 정확도 결여”
하천유량 관측지점 턱없이 부족, 하상변동 조사도 대부분 부실
“전문기관이 체계적 조사 필요” 

댐 건설, 하천바닥 준설 등의 이수·치수 사업은 일단 시행되면 환경과 생태계에 돌이키기 어려운 변화를 초래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와 수해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신중한 계획이 요구된다. 이런 계획을 세울 때 기초가 되는 것이 다양한 수자원 조사 자료다. 수자원 조사 자료가 부실하면 사업 규모가 적정 수준보다 작게 산정될 수도 있지만, 크게 산정돼 예산 낭비와 과도한 환경파괴를 낳을 가능성이 더 높다. 수자원 조사가 중립적 기관이 아니라 주로 이수·치수 사업을 시행하는 부처와 관련 기관이 중심이 돼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이수·치수 사업 계획은 얼마나 충실하고 신뢰할 만한 수자원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수립되고 있을까? 하천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이런 궁금증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나름의 답변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웹사이트에 공개한 ‘국가 수자원 조사 선진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자연·인위적 요인에 따른 하천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자원 조사를 통해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야 하지만, 조사를 위한 조직·예산·기술적 한계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획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수자원 조사의 수행 주체가 다원화돼 있어 기관·부처별로 일관성과 정확도가 결여된 자료를 생성·활용할 가능성이 높으며, 전문인력 부족으로 자료의 품질관리에도 여러 문제점이 있다. 신뢰성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수자원 조사 관측망을 재평가해 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유량조사사업단 조사원들이 지난해 봄 한 하천에서 유량조사를 하기 위해 보트를 타고 하천 단면을 측량하고 있다. 이기하 교수 제공

입법조사처의 이런 지적은 현재의 국가 최상위 수자원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계획, 최근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사이에 논란을 빚고 있는 댐건설장기계획 등이 허술한 기초 위에 세워져 있다고 지적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입법조사처의 분석 결과, 지금까지의 수자원 조사 가운데서도 특히 하천 유량, 하상변동, 하천수 사용량 등에 대한 조사는 매우 부실하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천의 유량 자료는 수위 자료와 함께 하천의 홍수량과 하천에 들어서는 시설물의 규모 산정에 활용되는 중요한 자료다. 국토해양부는 2007년 국가유량측정망 연구사업을 통해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를 위해서는 334개 지점에서 유량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법조사처 보고서를 보면, 실제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가 인력을 동원해 유량조사를 하고 있는 지점은 2012년 현재 그 절반도 안 되는 160여곳이다. 수위관측 지점도 2011년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235곳까지 포함해 804곳(140㎢에 1곳)에 불과하다. 우리와 기후와 지형 조건이 비슷한 일본의 수위관측 지점 밀도(6060곳·62㎢에 1곳)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규모 준설과 같은 하천 정비사업의 시행 여부와 규모 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하상의 변화도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하천기본계획에 따른 조사는 하천의 단면만을 대상으로 할 뿐, 하상재료 조사나 골재 채취에 의한 하상변동 조사는 빠져 있다. 그 결과 4대강 가운데 한강을 제외한 낙동강·금강·영산강에서는 아예 지속적인 하상변동 조사가 진행된 사례조차 없는 사실이 입법조사처 조사로 드러났다.

하상변동 조사의 기초 정보로 활용되는 유사량(흙모래의 이동량) 측정은 정기적 측정 지점이 6곳에 불과하다. 국토해양부가 2011년 ‘국가 수문관측망 구축 보고서’에서 하천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138개의 유사량 측정지점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견줘 보면, 유사량 조사가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기하 경북대 건설방재공학부 교수는 “선진국들은 전담 조직이 수자원 조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품질 관리를 통해 정확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조사 목적에 따라 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이 다양해 표준화에 한계가 있고 조사 자료의 품질 편차가 심해 기관 간 자료 활용에도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수자원 조사는 부실한 수자원 계획 수립으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수자원 조사 대상 정보와 조사 지점을 확대하고 전문 조직을 신설해 표준화된 방식으로 체계적인 조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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