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재첩 떼죽음... "17년 만에 처음 본다"
[현장-여주 강천보] 물고기 수 감소-조류 급증... "4대강사업 후 유속 느려져 생긴 일"
13.03.27 12:07 l 최종 업데이트 13.03.27 12:26 l 박소희(sost)

▲  3월 26일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에서 채취한 재첩들 대부분이 속이 비어있거나 입을 벌린 채 죽어 있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공사로 강천보가 들어서면서 유속이 느려져 뻘층이 쌓였고, 이것이 재첩이 살고 있는 모래 위를 덮어 재첩이 대량 폐사했다고 주장했다. ⓒ 박소희

이명박 정부의 이른 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남한강 물 흐름이 느려져 재첩이 대량 폐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른 4대강 지역보다 그나마 양호한 상태로 평가받던 남한강에서조차 특정 생물종이 한꺼번에 죽는 현상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거 봐요, 다 죽었네. 1년 미만 정도 자란 것부터 3년쯤 된 것도 있는데..."

27일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흥암리 나루터.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4대강 사업으로 들어선, 강천보 위쪽 강바닥에서 채취한 재첩을 취재진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의 손에 담긴 재첩 대부분은 빈 껍질이거나 속살을 드러낸 채 죽어 있었다.

이날 4대강조사위원회(아래 4대강 조사위)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아래 4대강 범대위)는 <오마이뉴스> 등 언론사들과 함께 강천보 주변을 찾았다. 올 들어 재첩이 계속 죽은 채로 발견되고 있고, 물고기 수도 급감했다는 주민들의 제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재첩 같은 어패류는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다. 물고기가 조개에 알을 낳는 경우도 많기에, 재첩의 죽음은 남한강 생태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경보다.

뻘층 아래 죽은 재첩들... 유속 느려져 모래·자갈·오염물 쌓인 탓

30분가량 수중 촬영을 마치고 나온 윤순태 감독은 "뻘(개흙·갯바닥이나 늪 바닥에 있는 거무스름하고 미끈미끈한 고운 흙)층의 두께만 5~8cm에 달했다"며 "(강바닥을) 손으로 짚어보니까 뻘 반, 재첩 껍질 반이었다"고 말했다. 

움직이는 물고기는 작은 돌고기 하나뿐이었고, 물이 탁해져 시야 확보도 어려웠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시야 1~2m는 확보했는데, 오늘은 20~30cm정도라 강바닥에 바짝 붙어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4대강 조사위에서 활동하는 이현정 박사(유역관리 전공)는 강물이 탁해지고 재첩이 대량 폐사한 원인은 "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천보가 세워지면서 남한강 유속이 느려졌고, 이로 인해 강물에 떠다니는 오염물이 늘고 모래나 흙, 자갈 등이 하류로 떠내려가지 못한 채 그대로 쌓여버렸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수중 촬영 결과) 뻘층 아래 죽은 재첩들이 있었다"며 "재첩이 서식하는 모래 위를 뻘이 덮으면서 숨을 쉴 수 없게 돼 죽은 듯하다"고 말했다. 

강물 위로 둥둥 떠다니는 허연 부유물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 박사는 "부착조류라고 하는, 아래로 가라앉은 오염물질이 떠오르는 '전도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전도 현상은 계절이 바뀔 때, 호소(湖沼·내륙에 있는 호수와 늪)에서 흔히 발생하지만 물이 흐르는 하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재첩 폐사, 청태 등은 17년 만에 처음... 올 들어 조업 거의 못해"

▲  3월 26일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 강천보 현장. 한 어민이 이날 아침 쳐둔 그물을 걷어 올리자 청태(남조류)가 가득했다. 어민들은 4대강 사업 후 조류가 늘어 조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17년째 이 지역에서 어업에 종사해온 A씨는 "17년 동안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어민들은 재첩 폐사, 물고기 수 급감만 아니라 청태(남조류로 인한 녹조현상)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A씨가 이날 오전 7시에 쳤다가 오후 2시에 걷은 그물에도 청태가 가득했다. 그는 "어제(26일)는 일이 있어 오늘 아침에 그물을 쳤는데, 평소처럼 저녁에 그물을 치고 아침에 걷으면 청태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그물 하나에 5만 원씩 하지만, 어민들은 청태가 워낙 심한 탓에 손질할 엄두도 못 내고 그냥 버린다고 했다. A씨는 "올 들어 2월에 첫 조업을 할 때부터 계속 이런 상황이라 거의 일을 못하고 있다"며 "군청 뒤쪽 선착장에도 (조업을 할 수 없는) 어민들이 그물을 다 쌓아 놨다"고 얘기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팀장은 "이런 현상이 강천보만 아니라 이포보·여주보 등 남한강에 세워진 보 주변에서 전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의 치명적인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이 흐르도록 수문을 개방하거나 보 철거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4대강 조사위와 범대위는 재첩 폐사 등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이날 남한강 바닥에서 저질토도 채취했다. 이 저질토는 전문기관에 성분 분석을 맡길 예정이다. 결과는 2주 정도 후에 나온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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