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참여 기업들 떨고 있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알 수 없는 ‘사업성’
[일요신문] [제1090호] 2013년04월01일 09시17분

▲ 4대강 살리기 사업 제19공구 경남 의령군 낙서면에서 2010년 6월 10일 준설 공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바야흐로 ‘4대강 사업’ 관련 업체들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시작됐다. 지난 3월 11일 열린 새 정부의 첫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예산 낭비와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후 해당 부처와 사정당국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떨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미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이 4대강 관련 수사·조사·감사를 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국토부), 환경부 등 정부 차원에서도 재조사와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까지 예고돼 있다. 관련 기업들이 조마조마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인사 참사 등 어려움을 겪는 박근혜 정부가 분위기를 쇄신하고 지난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타깃으로 삼은 듯하다. 사업에 참여한 대형 업체들은 요즘 언제 사정 칼날이 날아올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정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3월 27일 공정위가 두산건설, 한진중공업, 삼환기업 등을 상대로 담합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한 것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적지 않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겉으로는 “조사가 들어오면 성실히 임하면 된다”고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돈도 안 되는 것 억지로 떠맡았다가 뒤통수 맞는 격”이라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4대강 사업 관련 수사는 이미 지난 정권 말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하기 시작했으며 감사원은 올 초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며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총체적 부실이라는 표현은 언론의 확대해석”이라며 결과 발표를 부인한 양건 감사원장은 오히려 임기가 2년이나 남았음에도 4대강 사업 감사와 관련해 교체설이 나돌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공식 들어서고 난 후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의혹과 비리를 규명하려는 정부와 사정당국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11일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회의 때 박 대통령의 ‘철저 점검’ 지시 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공정위다. 공정위는 지난 27일 4대강 사업 2차 턴키공사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사 5곳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실시한 1차 턴키공사 담합 조사에 이은 후속 조사지만 박 대통령의 ‘지시’ 후라는 점과 국토부, 환경부 등 관련 부처가 거들고 나서고 있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시점이 묘하다. 공정위는 지난해 1차 조사에서는 6개 건설사에 담합 혐의로 총 1115억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한 바 있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와 공정위의 담합 조사에 이어 국세청도 곧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취임식을 한 김덕중 신임 국세청장은 재벌과 대기업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일 것을 암시했다. 그 대상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가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4대강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비록 ‘지난 정부와 차별화’라는 정치적 판단에서 비롯했을지언정 새 정부의 기조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와 맞물리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 강도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은 “돈은 돈대로 깨지고 욕만 먹게 생겼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낙동강정비사업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하천정비 등의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아직까지 큰 영향이 없지만 공구·수주영업과 관련해서는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고 귀띔했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은 애초에 건설사 입장에서 할 게 못됐다”며 “대통령이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참여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4대강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4대강 사업을 진행한 건설사들의 공사 실행률이 평균 105%로 나올 만큼 오히려 4대강 공사에 참여해 손해를 봤다”며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인력이 현장에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았으니 위안을 삼는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전면적으로 손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관측하는 사람도 있다. 여야가 바뀌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취임 첫해에 DJ정부의 ‘대북송금사건’ 특검을 실시한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박 대통령의 경우 4대강 사업을 예전부터 탐탁지 않게 생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철저한 검증’을 지시한 터다. 

관계부처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4대강 사업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필요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윤성규 환경부 장관 역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를 재평가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을 배임, 조세포탈, 담합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발표된 수치와 달리 건설사들이 ‘대박 장사’를 했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없지 않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액면상으로는 절대 남는 장사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것만큼 대박도 없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을 간추려보면 △준설 등 공사 △보 건설 △정비사업이 된다. 보 건설과 정비사업은 눈에 보이는 너무 빤한 사업이어서 그다지 돈이 안 된다. 

핵심은 준설공사다. 이 관계자는 “강바닥을 원래 10미터를 파야 하는데 5미터를 팠는지, 3미터를 팠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나중에 지적받는다 해도 ‘그때는 그랬는데 이후 토사 등이 밀려와서 그렇게 됐다’고 하면 그뿐”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 같은 방식이라면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챙겼을 뿐 아니라 사정당국으로서도 밝혀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한 세무 전문가는 “그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을 마련했다면 국세청뿐 아니라 검찰도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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