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이명박 - MB정권 5년 막후스토리 [15] 4대강 사업 후폭풍
“뭐 부실?”…감사원 발표에 노발대발
[일요신문][제1090호] 2013년04월03일 08시52분
 
▲ 김진애 민주당 4대강사업국민심판특위 위원장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011년 12월 5일 4대강 사업 부실 공사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했다. 일요신문 DB
“21세기에 그런 (대)운하를 파서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2007년 박근혜) “경제적 효과가 어떨지…잘못 판단한 것이라면 엄청난 재앙이 될 정책”(2007년 문재인) “운하를 파서 환경을 파괴하고 낡은 시대로 돌아가는 것”(2007년 정동영) “국민 혈세를 토목 건설업자에게 퍼주기 위한 사업”(2009년 유시민) “4대강은 누가 봐도 위장된 운하사업이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2010년 손학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후 당시 유력 정치인들의 4대강 관련 발언은 이랬다. 여당 내 야당이었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조차도 4대강 반대론자였다. “대한민국은 지금 4대강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있을 정도”라며 국론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당시 한나라당은 친박근혜계를 빼면 모두 4대강을 적극적으로 옹호했으니, 당 대 당, 당 내부를 막론하고 정쟁이 멈출 줄 몰랐다.

“한반도 대운하는 물류난 해결은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 모티브를 제공할 것”(2008년 김문수) “4대강 사업을 직접 보면 필요성을 인식하게 될 것”(2010년 정몽준) “경인운하와 4대강 정비사업을 환영한다. 한강도 정비될 것”(2008년 오세훈). 하나의 사업을 두고 이렇게 시각차가 컸다. 

국민 혈세가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는 의혹은 지금도 유효하다. 건설업체 배만 불렸다는 이야기는 꾸준하다. 

3월 16일 대법원은 4대강 사업의 주요 공사구간 사업비 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즉, 건설사들 사이에 담합이 있었는지, 공사비를 부풀렸는지, 남는 돈은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까보라’는 ‘법적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곧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사업비 원가는 국토관리청과 건설업체만 알 수 있었고, 알고 있었다. 각종 시민단체의 정보공개 청구도 거부된 상태였다. 검찰이 4대강 사업에 참여한 17개 건설사를 담합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대법원의 판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4대강만큼은 짚고 넘어가자는 입장으로 보인다. 3월 11일 새 정부의 첫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의 ‘4대강 수질개선을 위한 총인시설 (담합)입찰 관련 감사요구안’을 거론하며 “예산 낭비와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전 정부의 정체성과 같았던 초대형 프로젝트 사업에 대해 잘못이 있는지 바닥에서부터 따져보라고 지시한 셈이다. 

지난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낙동강 40공구 공사를 담당한 하도급업체들이 노동자들에게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액수를 부풀린 대금을 지급하고 나서 차액을 돌려받는 식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도 했다. 22조 원이 넘게 투입된 ‘혈세 먹는 하마’ 프로젝트였다 보니 실제 투입된 인력과 장비가 대거 부풀려졌다는 주장과 제보가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이들에 따르면 이런 ‘공사비 과다계상’은 설계시공을 일괄입찰방식(턴키방식)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의 전 과정을 건설업체가 일괄적으로 책임지다보니 ‘건설사 마음대로’ 돈을 책정해 떼먹기도 하고 돌려받기도 했다는 뜻이다. 4대강 정비 사업 중 사업비 규모가 큰 곳은 대부분 턴키방식이었다. 4대강 사업의 턴키방식의 평균낙찰률이 90%를 넘은 것도 입찰 업체 사이에 담합이 있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2007년 이명박이 대운하 공약을 내놓았을 때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거대 기업들은 쾌재를 불렀다. ‘단군 이래 최대’라는 토목사업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에 맞춰 파이를 서로 차지하겠다며 현대건설 대림 대우 GS건설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그리고 SK건설 포스코 롯데건설 금호산업 현대산업개발이 다른 컨소시엄을 만들었고, 한화 두산 쌍용 동부 계룡건설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 경남기업 삼환기업도 자그들끼리 힘을 합쳐 컨소시엄을 꾸렸다. 그리고 이들 기업이 4대강 사업의 지분을 나눴고,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운영위원회까지 구성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경쟁에서 떨어져 강 건너 불구경하기보다는 4대강 지분을 공평하게 서로 나눠 먹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경쟁입찰로 포장한 들러리 입찰”이라는 지적이 꾸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지송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사업 참가 건설사에 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4대강 사업은 (건설사 입장에서) 절대 돈이 안 남는 공사인데도 이 업체들이 욕먹고 처벌받고 하니 건설사들은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을 것이다. 4대강 공사를 안 했으면 지금 가뭄으로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돈 안 되는 사업에 거대 기업 19곳이 벌떼같이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최근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낭패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강을 정비하는 사업은 시범 지역부터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야 했다는 ‘자백성’ 발언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임기 5년 내 해치운다는 생각으로 일괄적으로 공사를 시작한 것이 잘못이지, 공사에 뛰어든 기업은 잘못이 없다는 푸념도 들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꾸준히 조사하고,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해 자세히 살펴보면서 해나가야 했을 사업이었다는 뒤늦은 지적이 잇따른다.

▲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2011년 10월 22일 경기도 여주군에서 열린 4대강 새물결맞이 기념행사에 앞서 행사 관계자들과 함께 한강 이포보 공도교를 도보로 건넌 후 손을 흔들며 완공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명박도 새 정부의 ‘4대강 손보기’를 예견한 듯 보인다. 이명박이 만약에 대비해 공무원, 건설사 임직원, 언론 등에 4대강 사업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훈·포장 등을 무더기로 포상했기 때문이다. 1000명이 넘는 이들이 4대강 사업으로 지위와 훈장을 챙겼다. 일부는 4대강 사업이 완료되기도 전에 포상부터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통령 포상을 받게 되면 추후에 징계를 받더라도 한 단계 낮은 조치를 받게 된다. 곧 아플 터이니 예방접종부터 시킨 셈이다.  

국토부와 수자원공사, 지방자치단체는 박근혜 정부의 ‘처분’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특히 지자체는 하천변 시설물 관리를 떠맡은 상태다. 매년 부담해야 할 예산이 갈수록 커질 것이기 때문에 끙끙 앓고 있다. 4대강에 8조 원을 투입한 수자원공사는 당장 내년부터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매년 2000억~3000억 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말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한 달가량 남았던 지난 1월, 감사원은 4대강 정비 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16개 보 가운데 11개 보에 대한 근본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보 내구성 부족, 수문 안전성 부족, 수질관리 기준 부실, 음용수의 안전성 저하, 불합리한 준설 계획, 과다한 유지관리 비용 등도 지적당했다. 부족과 부실투성이다. 

감사원 발표는 곧 관련 부처 간의 삿대질로 비화했다. 발표 이튿날인 1월 18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 결과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4대강 사업은 현 정부 최대의 국책사업인 만큼 철저한 관리와 점검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가뭄과 네 차례의 태풍에도 피해를 크게 줄이는 등 큰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 권 장관의 주장이다. 이어 1월 23일에는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총리실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해 다시 한번 철저한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은 마무리됐지만 4대강 검증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이명박의 4대강은 많은 숙제를 남겼다. 계획 수립에서 완공까지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제에 일조하면서 환경도 생각한다 했다.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잡겠다고도 했다. 매년 2000억 원이 넘는 유지비가 투입되어야 하는 22조 2000억 원이 기 투입된 사업이다. 올해 4대강 지류, 지천 사업이 시작되면 30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그래서 천문학적 혈세가 더 투입되기 전에 국제적으로 공인된 장비를 이용해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처리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완공된 사업을 벌써 ‘철거하느냐 유지하느냐’를 따져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 건설에 따른 효과나 부작용을 파악하려면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얼마 정도의 기간에는 천문학적 유지비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에서 벌어진 대북송금 의혹 특검을 받아들여 여권의 분열과 김대중 정부 인사들의 사법처리를 불러왔다. 4대강을 두고 ‘제2의 대북송금 특검’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명박은 올해 1월 19일, 감사원 감사 발표 직후 “전체 사업 중에서 (문제가 된 곳은) 아주 부분적인데 그것만 다 모아 놓았다. 어떻게 그런 걸로 총체적 부실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대로했다고 한다. 1월 15일 국무회의에서는 “(4대강 사업에 관심이 있다는) 태국 물사업과 관련해 일부 NGO가 한국 기업의 수주를 반대하는 활동을 벌인다고 한다. 매우 반국가적이고 비애국적인 행동이다. 관계 부처에서 체크해서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명박은 수질 살리기를 큰 목표로 정했다. 환경부는 아예 ‘수영이 가능한 좋은 물’(하천 2급수) 기준에 도달하는 권역을 76%에서 86%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4대강에 보가 설치되면서 물이 고여 있게 됐고, 그 탓에 조류가 증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2012년 여름, 4대강에는 ‘녹조라떼’라 이름 붙여진 진한 녹색의 강이 방송과 신문에 보도됐다. 하천의 부영양화 경향이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이는 감사원도 지적했다. 녹조라떼가 상수원 오염까지 일으키지 않도록 수질예보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기서 언론인
 

잠깐 - 여당이 국토해양위원장을 야당에 준 까닭은?

19대 국회 초반, 새누리당은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여당 몫, 야당 몫으로 나눌 때 국토해양위원장을 야당에게 줬다. 건설예산 등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을 주무르는 이 알짜배기 위원장을 내놓은 이유는 여야의 셈법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으로선 대선 정국에서 4대강 사업을 물고 늘어지면서 여당 후보와 이명박의 ‘공동책임론’ 내지는 ‘절반의 책임론’을 추궁할 수 있고, 새누리당으로선 야권이 4대강 때리기에 나설 때 ‘청와대와의 거리두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여당의 전략은 성공한 셈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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