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액의 최고 177% 공사비로 지급… 비자금 조성 흔한 수법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입력 : 2013-04-15 06:00:02ㅣ수정 : 2013-04-15 06:00:02

4대강·경인아라뱃길 공사서 6건 중 4건은 100% 넘게 받아
업계 “하도급률 90%도 드물어”

건설업계에서 비자금 조성에는 주로 하도급 업체에 주는 돈을 부풀리는 수법이 이용된다. 4대강 공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빈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검찰 조사로 드러난 대우건설의 비자금 조성이 대표적인 예다.

대우건설은 4대강 사업 낙동강 칠곡보 공사를 하면서 하도급 업체에 지급할 금액을 과대계상한 뒤 실제 공사비와의 차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마련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근무하지도 않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서류상 임금을 지급하고 공사장 인근 주유소 주인과 짜고 허위 매출전표를 끊는 등의 수법을 썼다. 원도급 업체가 인건비 등을 부풀려 공사를 발주하면 하도급 업체가 돈을 남겨 거꾸로 상위업체에 상납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4대강사업조사 특별위원회는 지난 2월 “4대강 사업 전 구간에 걸쳐 광범위한 공사 부풀리기 등 설계 변경을 통해 국토부 발주 공구에서만 500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가 증액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원청업체와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그 대가로 공사대금 부풀리기 등의 방법으로 설계 변경을 해 준 관련 공무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그만큼 4대강 사업 공사비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고 비자금 조성의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태아건설은 4대강 공사를 하면서 하도급 계약을 맺은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로부터 높은 수준의 공사비를 받았다. 관련 법에서 적정한 하도급률을 82% 정도로 규정하고 있고 나머지 18% 정도는 원도급 업체의 이윤과 비용 등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유독 태아건설과 4대강 공사 하도급 계약을 맺은 업체들은 대부분 상당한 손실을 감수했다. 

전문건설협회의 하도급률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하도급률이 90%를 넘어서는 경우는 10%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원도급 업체의 낙찰금액을 넘어서는, 즉 하도급률이 100%를 넘어서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이야기다. 

원도급 업체인 대형 건설사들은 4대강 공사비 수준이 극히 낮아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태아건설에 4대강 공사를 맡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적자를 볼 정도로 4대강 사업비가 낮게 책정되다보니 일부 하도급 업체들에 100% 넘는 하도급률로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원도급 업체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도급 업체에는 적정 공사비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하도급 계약도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한 것이므로 문제가 없고, 정해진 공사기간 내에 반드시 끝내야 했기 때문에 공사비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미경 의원은 “대우건설이 4대강 공사를 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건설사에서도 뒷거래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