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921


가로세로연구소가 엄지 척한 김어준의 ‘더 플랜’

선거 때 부정선거 의혹 부풀린 진영 스피커들… 3년전 음모론 함구한 언론, 지금은 팩트체크 열심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승인 2020.05.05 14:18


“이 영화를 보시면, 저도 사실 김어준 싫어해서 굳이 볼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까 소름이 끼쳤다. 김어준이 투표 조작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엄청나게 공부를 많이 했다. 이 다큐멘터리에 세계적 컴퓨터·통계 전문가들이 나오는데 그들 말은 컴퓨터를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4월17일 가로세로연구소 방송 중 김용호 기자 발언)


4·15 총선 직후 보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용호 기자가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끌어다 쓴 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방송인 김어준씨의 영화 ‘더 플랜’이었다.


김 기자는 ‘더 플랜’에 등장하는 전문가를 인용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선관위 컴퓨터는 인터넷 연결이 안 되어 있어서 해커 침입이 불가능하다’라고 하지만 진짜 노련한 해커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침입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김어준씨가 주장하던 논리다.


▲ 4·15 총선 직후 보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끌어다 쓴 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방송인 김어준씨의 영화 ‘더 플랜’이었다. 사진=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화면 갈무리.

▲ 4·15 총선 직후 보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끌어다 쓴 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방송인 김어준씨의 영화 ‘더 플랜’이었다. 사진=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화면 갈무리.


▲ 보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끌어다 쓴 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방송인 김어준씨의 영화 ‘더 플랜’이었다. 사진=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화면 갈무리.

▲ 보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끌어다 쓴 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방송인 김어준씨의 영화 ‘더 플랜’이었다. 사진=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화면 갈무리.


총선 후 이른바 ‘보수진영’이 사전투표 조작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스팔트 보수’를 대변하는 유튜버들도 사전투표 조작 의혹에 대한 견해 차이로 두 동강 났다. 주간조선은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참패 이후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서 묘한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이를 촉발시킨 것은 ‘사전투표 조작 의혹’”이라며 “사전투표 조작 의혹에 동조하지 않는 유튜브 채널은 ‘같은 편’이었던 이들로부터 공격받는 처지가 됐다”고 분석했다.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의 가로세로연구소는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겠다면서 지난달 29일 “재검표 수개표 공탁금이 5000만원일 경우, 40개 선거구라면 20억원이 된다.(중략) 이 경우 최소 24억원 이상이 예상된다. 가로세로연구소 통장 계좌로 힘 모아달라”며 수십억 원 모금에 나선 상황이다.


흥미롭게도 영화 ‘더 플랜’도 시민 펀딩으로 제작됐다. 김어준씨는 2017년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 제작에 “4억 정도 들었다. 4억이면 굉장히 싸게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진영이 제기하는 음모론 양상은 2017년 때와 대동소이하다. 선거 결과에 승복 못한 진영의 대표 스피커가 의혹을 제기하면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세몰이 선동에 나선다. 그러다가 자금까지 대주는 촌극이 주연만 바뀐 채 반복되고 있다. 진영의 유불리나 자사 수익에 급급해, 주판알을 굴리다 제 역할 못한 레거시 미디어들 모습도 닮았다.


▲ 지난 2017년 4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은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꺾은 2012년 대선의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제작한 영화다. 사진=영화 ‘더 플랜’ 화면 갈무리.

▲ 지난 2017년 4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은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꺾은 2012년 대선의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제작한 영화다. 사진=영화 ‘더 플랜’ 화면 갈무리.


더 플랜은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꺾은 2012년 대선에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전국 개표소에서 투표지 분류기가 인식하지 못한 미분류표 가운데 박 후보 표가 문 후보 표보다 1.5배(K값) 많은 양상이 전국 선거구에서 나타났다는 것으로, 누군가 개표 분류기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고선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게 김씨 주장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꺾은 2017년 19대 대선 미분류표를 보면, 문 후보 표가 홍 후보 표보다 1.6배 많았다. 뉴스타파가 더 플랜을 검증한 결과이기도 했다. 더 플랜에 따르면 19대 대선도 부정선거여야 했지만 이에 대해 김씨는 침묵하고 있다. 선관위는 영화 개봉 후 18대 대선 투표지를 공개적으로 재검표하자고 했다. 답은 없었다. 선관위 측은 “19대 대선이 끝나고 100일이 지났음에도 더 플랜 측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어 법 절차에 따라 18대 선거 서류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신망 높은 언론인들도 18대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믿음을 줬다. 2017년 당시 MBC 해직기자였던 박성제 MBC 사장은 그해 4월 페이스북에 “팩트를 꼼꼼하고 정확히 해석해 낸 다음 은폐된 규칙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가설을 세운 뒤 시뮬레이션을 통해 그 가설을 증명해 냈다”고 평가한 뒤 “일단 이번 대선 개표를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야당 후보와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더 플랜’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해 6월 뉴스타파의 더 플랜 검증 보도가 나오자 “뉴스타파 기자들이 이번 대선 K값을 분석했다. 어떠한 편견도 배제하고 ‘더 플랜’의 주장을 검증했다”고 밝히며 앞선 주장보다 신중한 태도로 선회했다.


▲ 뉴스타파는 2017년 영화 더 플랜을 검증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 뉴스타파는 2017년 영화 더 플랜을 검증했다.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노종면 YTN 기자도 2017년 6월 당시 ‘국민TV’ 앵커로서 “뉴스타파 판단이 맞다고 해도 더 플랜의 노력과 기여를 협소하게 평가할 일은 아니다. 역시 음모론이었다는 평가는 더욱 위험하다”며 “더 플랜은 음모론이 아닌 합리적 의심에서 출발했고 나름의 분석을 거쳐 가설을 제시했다. 현재 사용되는 분류기의 기계적 오류, 보안 취약성 등은 조작 여부와 무관하게 중요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 유튜브 ‘김어준의 파파이스’는 부정선거 의혹 제기 플랫폼이었다. 김씨는 2017년 4월 파파이스 방송에서 “최순실이 큰 활약을 해서 대선이 7개월 앞당겨지는 바람에 극장 개봉보다 먼저 파파이스에서 온라인 개봉을 한다. 대선 전 아니면 의미가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행자인 김보협 한겨레 기자는 이 방송에서 “선관위가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최소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선관위는 선거 공정성을 위한 기구다. 선거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고 특히 개표 과정이 문제가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면 선관위는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최승호 전 MBC PD(현 뉴스타파 PD·전 MBC 사장)는 2017년 영화 개봉 후 “저 같으면 미분류표 비율에서 생긴 의문을 들고 중앙선관위에 가서 확인을 해봤을 것”이라며 “만약 선관위가 거절했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각 선거구에서 유권자 연령 비율과 미분류표의 박근혜 지지표 점유율에서 일정한 관계가 있는지 확인해봤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문의 상당 부분은 선관위를 제대로 취재했다면 해소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비판이다. 더 플랜의 반론 취재가 부실하다는 뜻이다.


▲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신분인 정청래 전 의원은 “더플랜 많이 보면 대선 승리한다”, “더플랜 대박 나면 대선 압승한다”고 주장하며 관객몰이에 앞장섰다. 김진애 전 의원(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투표 잘하고 국민은 속는다면? 선관위는 들으라! 수개표 절대 필요하다! 수상쩍은 소프트웨어 쓰지 말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신분인 정청래 전 의원은 “더플랜 많이 보면 대선 승리한다”, “더플랜 대박 나면 대선 압승한다”고 주장하며 관객몰이에 앞장섰다. 김진애 전 의원(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투표 잘하고 국민은 속는다면? 선관위는 들으라! 수개표 절대 필요하다! 수상쩍은 소프트웨어 쓰지 말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정치권 인사들도 법석을 떨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신분인 정청래 전 의원은 “더플랜 많이 보면 대선 승리한다”, “더플랜 대박 나면 대선 압승한다”고 주장하며 관객몰이에 앞장섰고, 김진애 전 의원(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투표 잘하고 국민은 속는다면? 선관위는 들으라! 수개표 절대 필요하다! 수상쩍은 소프트웨어 쓰지 말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음모론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강희국 인천시선관위 행정과장은 더 플랜 개봉 후인 2017년 5월 중부일보에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조금 길지만 그대로 인용했다.


“‘더 플랜’도 이와 유사하다. 투표지 분류기는 보안자문위원회의 검증을 거친 다중 보안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지 분류기에만 의존하여 개표 결과를 확정 짓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순서로 심사·집계부에서 개표사무원이 수작업으로 재확인하고 이 과정을 정당·후보자의 개표참관인이 자유롭게 참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정당추천위원이 포함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검열을 거쳐 확정된다. 이후에도 투표지라는 실물이 남아 있으므로 개표 결과에 이의가 있는 정당·후보자는 소송을 통해 다시 한 번 검증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개표의 공정성을 결정적으로 증명하는 이 부분에 대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가볍게 설명하고 단순 해킹 장면 시연이나 일부 개표 참관인 등의 증언을 통해 불안감을 조성한다. 그리고는 일명 ‘K값’을 제시하면서 투표 결과 통계 수치가 해킹 조작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영화 상영 후에도 지난 대선 결과를 공개 검증해보자는 선관위의 제안은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본인들이 제기한 K값 의혹을 해명하라고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이렇게 그들이 만든 ‘프레임’에 말려든 결과 많은 사람들이 K값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개표의 공정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 인양 착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강 과장은 “투표지 분류기와 관련한 개표 부정 의혹 제기가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불신을 키워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기관의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들었다”며 “선거가 잘 끝났다고 이대로 잊어버릴 것인가?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앞으로 또 있을지 모르는 음모론에 대해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더 플랜과 진보진영의 과오를 잊고, 음모론을 경계하지 않은 결과가 이번 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은 아닐는지.


더 플랜을 검증했던 뉴스타파 최기훈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뉴스타파의 더 플랜 검증 보도는 많은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며 “MLB파크, 클리앙, 오늘의유머 등에서 우리 보도를 근거로 ‘18대 대선 조작은 없었다’고 주장하면 그 유저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난이 거셌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18대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진보 진영 주장을 검증하는 매체는 당시 전무했다”며 “현재 상황은 반대가 됐다. 지금은 지상파 방송과 YTN, JTBC 등 여러 언론이 4·15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 검증에 나섰다. 더 플랜 측 주장에 함구하던 매체들이 지금은 검증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인데, 다들 팩트체크를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나까지 굳이 발을 담그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다만 18대 대선에 조작이 있었다고 주장한 분들은 지금 상황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테면 김어준씨는 (극우 진영에) 노하우를 전수한 것인데 이를 비판하려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해야 한다. 다음 대선에서 패배한 진영이 다시 선거 부정을 제기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선거부정 의혹은 진보진영의 죄과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통계 전문가들은 진보의 음모론이든 보수의 음모론이든 어느 쪽도 두둔하거나 호응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어준씨는 지난달 지상파 방송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보수진영의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화면 갈무리.

▲ 김어준씨는 지난달 지상파 방송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보수진영의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어준씨는 지난달 21일 지상파 방송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보수진영의 총선 사전투표 조작 의혹에 “전문가로서 여유 있게 들여다봤는데 본인들(보수 유튜버)이 무슨 주장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 개표 시스템도 잘 숙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표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면 말하지 마라”고 나무랐다.


사흘 뒤 같은 방송에서도 “저도 (사전투표 조작 관련 보수진영 토론회를) 잠깐 봤는데, 실제 선거 행정, 규정, 현장, 시스템 전반에 대해 서로 모른 채 서로 주장을 하더라. 자신들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 채 이야기하는 상황은 무의미하다. 조금 듣다가 들을 이유가 없어서 껐다. (투표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실제 개표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전혀 내용을 모르고 있다. 이 이야기는 더 이상 보도 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4·15 총선 사전투표 의혹에 선을 긋던 조선일보는 지난 4일 “미래통합당도 선거 불복의 위험이 따르지만 국민적 의혹을 풀어준다는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인터뷰를 전면에 실었다. 박 교수는 “중앙선관위는 이렇게 확산되는 의혹을 불식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박빙 선거구 3곳을 재검표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역시 극성 지지층을 외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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