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 뒤 ISD '재협상'? MB제안 실효성 없는 '꼼수'
발효 뒤 美행정부 '재협상' 불가능, FTA협정문 '협의'를 '재협상'으로 호도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1-11-15 19:32:33 l 수정 2011-11-15 19:45:44

협의
한미FTA 협정문 22.7조  ⓒ외교통상부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한미FTA 발효 뒤 3개월 안에 미국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여야에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이 전혀 없는 제안이다. 

미국 측이 이미 ISD폐기 불가 방침을 밝힌데다, 협정문을 개정해 ISD를 폐기하려면 미국 의회가 이미 통과된 한미FTA이행법안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이날 '재협상' 발언은 '협의'를 말한 것으로 FTA 발효 뒤 '협의'는 한미FTA협정문에 이미 명기돼 있다. ISD폐기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여야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국회가 FTA를 비준 동의하면서 한미 양국 정부에 ISD를 재협상하도록 권고하면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책임지고 미국과 재협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ISD폐기 불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9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민주당이 ISD 재협상 약속을 받아오라고 하는데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얘기로는 미국이 '노'(No)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같은날 국회 답변을 통해 "ISD 존폐를 놓고 재협상을 하는 것은 우리 정부로서도 어렵고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FTA 발효 뒤 ISD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행정부가 협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6~2007년 한미FTA협상 과정에서 미국 행정부는 무역협상권한을 가진 의회가 무역대표부(USTR)에 협상권을 일시적으로 위임하고 의회는 행정부가 가져온 협상 결과에 대해 찬반 여부를 결정하는 무역촉진권한(TPA)에 따라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TPA는 이미 지난 2007년 6월 만료돼 행정부는 현재 무역협상 권한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재협상에서 미국이 자국 자동차 관세철폐를 완화하는 '성과'를 얻고 의약품 허가-특허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양보를 했을 때도 협정문 본문은 두고, 별도의 문서(stand alone document)에 협상 결과를 명시하고 이를 한미FTA 이행법안과 함께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ISD는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미 한미FTA이행법안이 지난달 미국 의회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미국 행정부는 협상 개시 권한도 없을 뿐더러 별도의 문서 형태의 추가협상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미FTA 발효 전에 한국 정부가 미국 행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미국 의회가 이를 수용해 행정부의 재협상을 허용한 뒤, 양국이 재협상에서 ISD를 삭제키로 합의하면, 미국 의회가 기존 한미FTA이행법안 폐기하고 새 이행법안을 제출해야 ISD폐기가 가능한데, 이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런 까닭에 미국 측은 이미 한국 측에 ISD폐기가 불가능하고 '협의'는 해볼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와관련 지난달 31일 외교통상부는 한.미 통상장관이 의장을 맡는 한미FTA 공동위원회 산하에 '서비스.투자 위원회' 설치에 합의했으며, 여기에서 ISD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ISD폐기가 불가능한데다, 앞서 밝힌 대로 미국 행정부는 협정문 개정 권한이 없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재협상'을 제안하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 대통령이 언급한 '재협상'은 이미 한미FTA협정문에 나와 있는 '협의'를 말한 것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한미FTA협정문을 보면 발효 후에 어느 한쪽이 '협의'를 요구하면 응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한쪽이 중요사안에 대해 '협의'를 요청하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협의할 수 있다. 당연한 것으로 협정문을 건드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미FTA
한미FTA 협정문 제22장 '제도 규정 및 분쟁해결' ⓒ외교통상부  

실제 한미FTA협정문 22.7조 '협의' 조항에는 "어느 한 쪽 당사국은 다른 쪽 당사국에게 서면통보를 전달함으로써 다른 쪽 당사국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모든 분쟁은 양국간 '합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돼 있다. 

또한 '협의'가 이루어질 한미FTA 공동위원회는 한미FTA협정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기구이지, 미국과 ISD폐기와 같은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다. 실제 외교통상부는 지난달 한미 공동위원회 서비스.투자위원회에서 다룰 사안에 대해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ISD) 제도 운영의 투명성 제고 방안",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를 위해 미 행정부의 지속적 관심과 협조 요청"이라고만 돼 있다. 

이해영 교수는 "한국에서 ISD가 쟁점이 되는 동안 양국간 논의를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쪽에서는 '협의'를 할 수 있다는 수준밖에 안 나온 것"이라며 "대선을 앞둔 미국이 임기가 끝나가는 한국 대통령을 상대로 ISD폐기에 왜 합의해 주겠느냐. 하나 마나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대통령이 이미 한미FTA 협정문에 들어가 있는 내용을 제안이라며 꺼냈는데 전혀 실효성 없는 제안"이라며 "민주당을 설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근 기자taegun@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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