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 이음새에선 물이 '줄줄', 감자밭엔 물이 '흥건'
[현장] 칠곡보에서 연리들까지... 상수원에서 공기부양정 띄우고 '뱃놀이'?
13.04.22 10:51 l 최종 업데이트 13.04.22 10:51 l 조정훈(tghome)

정부가 조만간 4대강 사업에 대해 전면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앞서 그동안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4대강조사위원회,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19일부터 3박 4일 동안 낙동강 현장조사에 나섰다. <오마이뉴스>는 조사단과 동행하며 낙동강 전 구간의 생태환경의 변화상, 농지 침수피해, 지천에서 속출하는 역행침식, 보 구조물 안전성, 재퇴적과 수질 문제 등을 짚어볼 예정이다. [편집자말]

▲  낙동강 칠곡보 하류 40미터 부근에 물받이공 보호시트 작업을 하고 있다. ⓒ 조정훈

낙동강 조사단이 칠곡보를 찾은 21일 오전, 칠곡보 하류에는 물받이공을 보호하기 위한 쉬트파일을 박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 1월 감사원은 칠곡보의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에 세굴 및 침하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물받이공 끝부분에 추가적인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파일을 박고 있다"며 "물받이공이 유실된 것은 아니고 만약을 위해 추가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강정보와 달성보가 이같은 방법으로 보강공사를 한 적이 있다"며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이 완전히 유실된 것은 아닌지, 보 밑부분에 파이핑 현상으로 모래가 쓸려내려가 파일을 박고 콘크리트로 메우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칠곡보를 찾은 한 주민은 "보가 안전하다고 하기에 한 번 와봤더니 아직도 공사 중이다"라며 "준공한 지 얼마 됐다고 보수공사냐. 언론에서 위험하다던데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다.

[칠곡보] 철판 이음새에서 물이 새고, 감자 밭엔 물이 '흥건'

▲  칠곡보 우측 고정보 중간 부분에 물이 새어나오고 있다. 칠곡보 관리책임자는 원인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 조정훈

▲  낙동강 칠곡보 상류 무림배수장 배수문 앞에 죽은 물이끼가 널려 있는 것을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이 들어보이고 있다. ⓒ 조정훈

이곳의 고정보 이음새마다 철판을 붙여놓았다. 하지만 오른쪽 고정보 중간에 있는 철판 밑 수면 아래에서 물방울이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상당량의 물이 새는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고정보의 이음새가 어긋나 부등침하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의 고정보에서 누수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 고정보 위로 물을 흘려보내고 있어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4대강 보를 조사하려면 물을 다 빼내고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의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보를 준공한 후 물을 가두면서 상류의 저지대 농경지의 지하수위가 상승했다. 농민들은 농사를 망칠까 봐 우려하고 있지만 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나 국토부는 아직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조사단이 칠곡보 상류의 덕산들을 찾았을 때 감자밭에서는 거의 싹이 트지 않았고 밭고랑에는 물이 흥건히 괴어 있었다. 주민들은 지하수위가 상승하면서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서 축사에 있는 소들이 감기를 앓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어린 소들이 죽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달성보 상류의 노곡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북 고령군 다산면 노곡들에서 메론 농사를 짓는 서상범씨는 "달성보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곳에도 지하 수위가 높아져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수공에서 파이프를 박아 지하수위를 관찰했는데 지표면에서 80cm 밑에 물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국장은 "보의 상류에 물을 담수하면서 저지대의 농경지에 대해 농지리모델링을 했어야 하는데 보를 만들면서 이런 부분은 간과한 측면이 많다"고 비판했다. 

정 국장은 "특히 노곡들의 경우 임차농이 많은데 리모델링하는 2년 동안 수입이 없어 어쩔수 없이 원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보 공사를 하면서 전혀 고려하지 않아 많은 농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강정보의 관리수위는 19.5m이지만 현재는 19.1m를 유지하고 있다"며 "저지대 농경지의 지하수위를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보] 상수원에서 공기부양정 띄우고 뱃놀이?

▲  강정보의 공기부양정. 수자원공사는 홍보를 위해 21일부터 공기부양정을 띄워 승선체험행사를 한다고 밝혔다. ⓒ 조정훈
강정보에서는 공기부양정을 이용해 승선체험 행사를 벌인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낙동강 자전거 종주자와 지역 지체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을 대상으로 21일부터 6주 동안 '강정고령보-문산취수장-수중나무숲-성주대교-고령취수장-고령2지구-인공습지'를 도는 시범운항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자원공사는 시범운항을 통해 4대강 사업을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조사단이 강정보를 찾았을 때 수자원공사가 낙동강을 운항하기 위해 공기부양정 1척을 준비해 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수근 국장은 "대구시민 70%가 사용하는 낙동강 상수원에서 배를 띄우고 물놀이를 즐긴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수자원공사가 대구시민을 무시하는 것 같아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달성보 하류 오른쪽 제방 옹벽에도 균열과 침하가 일어나고 있었다. 실리콘을 이용해 옹벽과 옹벽의 이음부분 틈새를 막아놓았지만 5cm 정도 벌어져 있고 한쪽 옹벽은 앞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  낙동강 강정보 하류에 만들어놓은 낙락섬. ⓒ 조정훈

▲  낙동강 달성보 우측 수력발전소가 있는 콘크리트 블럭에 틈새가 벌어져 있다. ⓒ 조정훈

특히 소수력발전소가 위치한 곳의 날개벽은 완전히 틈새가 벌어져 있어 곧 붕괴될 것처럼 위험해 보였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정수근 국장은 "옹벽의 틈새가 벌어지고 소수력발전소의 날개벽 틈새가 벌어지는 등의 사태로 보아 바닥이 침하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세굴현상으로 인한 필연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달성보] 하류 제방 유실... 도로까지 무너질지도

▲  낙동강 달성보에서 하류쪽으로 약 2km떨어진 왼쪽 5번국도 옆 제방이 측방침식으로 깎여나갔다. ⓒ 조정훈

달성보 하류 약 2km 지점에서는 측방침식으로 인해 좌측 제방이 상당히 무너져 있었다. 이곳은 5번국도가 인접해 있어 계속해서 침식이 진행될 경우 도로가 유실될 위험마저 보인는 곳이다.

정수근 국장은 "지난 2010년부터 침식이 진행됐다"며 "달성보에 담수를 하면서 강의 폭이 넓어져 도로쪽으로 침식이 더욱 빨라졌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올 여름에 많은 비가 온다면 도로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사단은 이날 낙동강의 지류인 현풍천과 차천, 회천의 역행침식 진행과정을 둘러보고 보 담수로 인해 지하 수위가 상승해 수박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령군 우곡면 객기리의 연리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단은 낙동강조사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합천보의 좌우안 파이핑 현상과 재퇴적 문제, 황강의 역행침식, 함안보의 세굴현상과 수질 문제, 본포교의 수질, 청도천의 역행침식 등을 조사한다. 특히 이날은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도 함께 조사에 동행할 예정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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