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둔치 2題, 만발한 노란 유채꽃…철새들은 배곯았다?
2013-04-22 [11:04:47] | 수정시간: 2013-04-22 [11:04:47] | 4면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서 19~21일까지 제2회 부산 낙동강변 유채꽃축제가 열렸다. 11만 평을 노란색으로 물들인 유채꽃은 시민들이 보기에는 즐거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노랗게 만개한 유채꽃을 환경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철새들이 마음껏 유채꽃의 싹을 먹지 못하고 배를 곯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부산시에서는 유채경관단지와 철새들의 먹이 제공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철새들이 겨울철 싹이 올라올 때 유채꽃들을 먹는다면 유채꽃축제에서 지금과 같은 유채꽃들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청둥오리 등 겨울 철새 
유채 싹 먹으며 성장 
"겨울철 출입 통제를"

4대강 유역 정비구역으로 되면서 많은 체육 시설과 공원이 생겼지만 그만큼 많은 새들의 서식지인 습지가 사라졌다. 새들의 서식지인 습지가 사라진 만큼 새들의 먹이터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대저생태공원 안에 있는 유채경관단지다.

문제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겨울 철새들은 보통 유채 싹을 먹으며 성장하는데 이들이 싹을 먹게 되면 11만 평을 수놓을 유채밭은 보기 힘들게 된다.

겨울철 대저생태공원 인근에 서식하는 오리 등은 7천 마리가량이다. 이들이 넉넉하게 먹고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하루에 마리당 500~600g가량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유채경관단지는 당연히 많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철새가 싹을 먹은 유채꽃은 올해의 모습처럼 노랗게 만개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낙동강관리본부는지난해 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그물을 치고 꽹과리로 새를 쫓기도 했다.

올해는 인위적으로 새들의 접근을 막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새들이 유채꽃의 싹을 먹지 못한 것으로 환경단체들은 보고 있다. 김 국장은 "철새들이 마음 편히 먹게 하기 위해서 겨울철에는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해 새들의 먹이터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해야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유채꽃 축제를 통해 새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즐길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보리를 1만 2천 평가량 심어 겨울 철새를 배려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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