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인가 ‘죽이기’인가
언론과 권력 (88)
김종철 (언론인)  |  cckim999@naver.com  승인 2013.04.24  14:56:29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해묵은 격언이 있다. 한국의 역사를 통틀어 보아도 맞는 말이다. 권력이 완벽하게 순수해질 수는 없으므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도덕성과 정직성을 잃었는가이다. 이명박 정권을 평가하는 데서 핵심적인 잣대가 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4대강 사업’이다. 정권과 일체를 이루고 있는 보수언론의 도덕성과 정직성을 가늠하는 데서 필수적인 지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언론과는 달리 ‘4대 강’의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한 진보언론(인터넷 매체를 포함)의 기능과 존재 이유를 짚어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의 주요한 공약 가운데 ‘경부운하(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들어 있었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경제성과 수질 오염, 막대한 공사비 등을 들어 ‘대운하 건설’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당시 나온 반론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들어보겠다.
 
심상정(민주노동당 한미FTA 저지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들의 ‘정책비전대회’가 열리는 날 ‘경부운하를 둘러싼 이명박의 7대 거짓말’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대국민 사기극을 중단해야 한다. 경부운하는 불가능한 공약(空約)이다. 온갖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고 있지만 지나친 과장이거나 근거 없는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심상정은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일곱 가지를 들었다.
 
(1) 경부운하, 바닷길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 거칠 것 없는 넓은 바다를 달리는 것과 19개나 되는 갑문을 통과하면서 구불구불한 운하를 따라 산을 넘어가는 것, 어느 쪽이 더 빠를까.
 
(2) 물류비용 절감 효과, 터무니없이 과장됐다: 연안해운과 비교해도 운송시간이 더 긴데 어떻게 운송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게다가 연안해운보다 선박의 크기도 훨씬 작을 수밖에 없다.
 
(3) 부산항 물동량이 줄어드는데 무엇을 실어 나를 것인가
 
(4) 4년 만에 다 지을 수 있나: 171km 길이의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는 완공까지 32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 전 시장은 550km의 경부운하를 50개 공사구간으로 나누어 4년 만에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5) 모래 팔아서 건설비용 못 댄다: 이 전 시장은 17조 원의 건설비용 가운데 8조3,432억 원을 골재 판매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하 건설 과정에서 채취하는 골재를 1㎡에 1만 원씩 8억 3432㎡를 팔겠다는 계산인데 우리나라의 연간 모래 수요가 1억 ㎡도 안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6) 우리나라는 운하를 만들 환경이 아니다.
 
(7) 내륙 운하, 외국에서도 실패한 모델이다. (오마이뉴스, 2007년 5월 29일 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운하 공약을 강하게 비판하자 한나라당 대선후보 이명은 ‘공개 토론을 통해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360여 단체로 구성된 ‘2007 대선 시민연대’가 공개 토론을 하자고 나서자 그는 거부한다고 답했다. 그것도 휴대전화 메시지로. ‘10년 전부터 100여 명의 전문가와 함께 준비했다는 계획에 대한 논쟁을 사양한 것’이다. (<프레시안> 2007년 9월 13일 자)
 
2008년 2월 25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한동안 ‘경부대운하’라는 말은 사라진 듯했다. 그러나 5월 1일 청와대 대변인 이동관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지난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대운하 문제가 타당성을 둘러싼 객관적 이성적 토론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운하를 선호하는 정당과 지지자들은 무조건 찬성하고, 반대론자들은 무조건 반대하는 정치적 논란으로 번졌다. 그런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일단 유보한 것이다. (···) 기본적으로 사업을 민자(民資)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민간 사업자들이 사업계획서를 내 ‘이렇게 한번 해 보겠다’는 제안을 하면 타당성, 적합성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문가와 시민단체, 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국민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동아일보, 2008년 5월 2일 자)
 
5월 23일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을 놀라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첨단환경연구실에 근무하는 연구원 김이태가 충격적인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한반도 물길 잇기와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 계획입니다. 저는 본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소위 ‘보안각서’라는 것을 써서 서약했습니다. 제가 이 얘기를 올리는 자체가 보안각서 위반이기 때문에 많은 불이익과 법적 조치, 국가 연구 개발 사업 자격이 박탈될 것입니다. 

하지만, 소심한 저도 도저히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불이익을 감수할 준비를 하고요. 최악의 경우 실업자가 되겠지요. 

그 첫째 이유는 국토의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제대로 된 전문가분 들이라면 운하 건설에 따른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국토해양부 TF팀에게 매일매일 반대 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를 받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 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습니다. (···)

이명박 정부는 영혼 없는 과학자가 되라고 몰아치는 것 같습니다. (·····)

국가 군사작전도 아닌 한반도 물길 잇기가 왜 특급 비밀이 되어야 합니까? (‘다음 아고라’, 2008년 5월 2일 자)
 
2008년 12월 15일, 이명박 주재로 열린 제3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14조 원을 들이겠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 사업은 ‘지방 살리기’를 위해 정부가 45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다. 
 
‘녹색 뉴딜’이라는 이름이 붙은 ‘4대강 정비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2012년까지 모두 14조 원을 들여 낡은 제방을 고치고 하천 생태계를 복원하며 중소 규모의 댐들을 건설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었다. 이 밖에도 4대 강에 친환경 보를 설치하고 하천 주변에 자전거 길을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새해 사흘 전인 2008년 12월 29일 경북 안동의 낙동강과 전남 무안의 영산강에서 국무총리 한승수가 참석한 가운데 4대강 정비 사업의 기공식이 열렸다. 생태하천 조성사업에 대한 사전 환경성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정부가 국토의 지형과 환경을 크게 바꿀 대규모 사업을 시작해버린 것이다. 한승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꼭 해야 할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했으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대운하 위장 사업’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유선진당 부대변인 이명수는 정부의 독단적인 기공식을 비판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녹색성장을 하겠다고 외쳐온 정부가 스스로 환경성 검토 절차를 밟기 전에 기공식을 하겠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굳이 기공식을 2~3개월씩이나 앞당겨 추운 12월 말에 강행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가.”
 
‘2008년 12월 29일’은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돌아올 수 없는 강’으로 만들어버린 날이 되었다. 그날 이후 이명박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세력과 보수언론을 한 편으로, 국정의 민주적 운영과 환경 보전을 주장하는 야당, 진보적 시민단체, 종교계, 환경운동가들을 다른 한 편으로 기나긴 공방전이 펼쳐지게 된다. 여기서는 ‘4대강 정비 사업’이 실질적으로 대운하 공사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진실 찾기’의 과정을 언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 보도와 논평을 하는 데 앞장선 매체는 <한겨레> <경향신문>과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민중의 소리> <뷰스앤뉴스> <레디앙> 등이었다. 그리고 정치 포털 <서프라이즈>에는 기명과 익명의 필자들이 ‘4대강 살리기’의 모순과 허구를 밝히는 글들을 많이 올렸다.
 
정부가 4대강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한겨레>는 “국가정책까지 토목공사 하듯 ‘빨리빨리’-MB, 절차 생략 ‘속도전’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2009년 11월 18일 자)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절차와 합의보다 ‘빨리빨리’를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의 ‘속도전’ 식 일 처리 방식이 격렬한 갈등을 부르면서 주요 정책들의 혼선과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은 시행령 개정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지 않은 채 이달 초 첫 삽을 떴다. 야당이 반발하며 4대 강 사업의 예산 심의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낙동강에 불도저를 댔다. (·····) 이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촛불’ 같은 국민적 저항에 부닥쳐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계획들을 진척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조급증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장성익(<환경과 생명> 주간)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이명박 정권의 본질과 행태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기어이 4대 강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 자연을 거역한 채 애오라지 성장과 개발의 깃발 아래 야만스런 폭주를 계속하고 있는 토건 주의 권력이 자행하는 파괴적 폭력이 아닐 수 없다. 민주적 절차의 까뭉개기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생태계 유린, 지역 공동체와 주민 삶의 파괴, 국가 예산의 왜곡 등을 비롯해 이미 수많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터다. 하지만, 무엇보다 섬뜩한 것은 인간의 욕심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자연을 마음대로 개조하고 변형하고 착취해도 아무 상관 없다는 놀라울 정도의 무감각 혹은 무지다. 생태계의 골간인 강에 인공의 조작을 가해 그 흐름을 바꾸거나 막거나 뒤틀고, 강바닥을 파내고, 온갖 인공의 구조물들을 잔뜩 만들고, 그런 강에 배가 최대한 많이 오가는 것 따위를 더 발전한 것, 더 진보한 것으로 여기는 전도된 가치관이 진실로 근원적인 문제다. (‘내 안의 4대 강’, 한겨레, 2009년 10월 31일 자)
 
국토해양부는 낙동강지구에서 불도저를 가동하기 5개월 전인 6월 1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 재정전략회의에서 애초 14조 원이라고 발표했던 4대 강 사업 예산을 18조 6,00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민자가 아니라 국비로 진행하는 사업의 예산을 4조 원이 훨씬 넘게 증액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보고는 나중에 현실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속도전’에 대해 여당 안에서까지 거센 비판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지낸 한나라당 의원 이한구는 12월 1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슨 사업을 그렇게 준비를 철저히 안 하고 법적 절차도 제대로 안 밟는 인상을 주면서 자꾸 속도만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4대 강 사업의 주요한 경제적 효과로 제시한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관해 ‘토목사업이라는 게 주로 장비로 하기 때문에 옛날처럼 고용 창출 효과가 별로 없다’고 반박했다. (<경향신문> 12월 11일 자)
 
2009년 12월 들어 정부는 4대 강 사업에 22조2,000억 원이 들리라고 발표했다. 반년 동안 사업비가 8조 원이나 불어난 셈이었다. 민주당은 35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4대 강 공사가 ‘군사작전’처럼 진행되면서 환경 파괴와 오염을 알리는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 실상을 이렇게 전했다.
 
최근 4대 강 사업 공사가 한창인 낙동강 퇴적토에서 발암물질인 비소가 미국환경보호청(EPA) 기준치보다 더 높게 검출되었다는 신문 보도를 보면서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천 문제 전문가로 구성된 학술단체인 대한하천학회가 조사, 분석한 결과라고 하니 믿을 만하지 못하다고 무시해버리기도 어렵다. 또한, 고도성장 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마구잡이로 내다 버렸던 시절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런 분석 결과가 나온 것이 그리 놀랍지 않다. (·····)

4대 강 사업의 잠재적 위험에 대해 정부와 보수언론은 모른 척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의 부자연스러운 표정에서 4대 강 사업의 ‘불편한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를 읽어낼 수 있다.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진정으로 용기가 있다면 이 불편한 진실을 낱낱이 파헤쳐야 마땅한 일이 아닐까? 어떻게 하든 곧 드러날 진실이라면 아무리 감추려고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 그 진실이 무엇이든 정면으로 도전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을 찾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오직 그것만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말해주고 싶다. (4대 강의 불편한 진실‘, 서프라이즈, 2010년 2월 5일 자)
 
이명박 정권은 야당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 진보적 언론과 환경운동단체들의 끈질긴 비판과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공사를 계속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대운하 사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무총리 김황식은 2010년 11월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때 ‘대운하 사업을 위해서는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이 가장 핵심인데 그와 관련된 어떠한 계획도 없고 실행 중인 것도 없다’고 말했다. 
 
‘4대 강 정비사업’이 시작된 지 두 해 가까이 국민들은 그것이 대운하와 연관된 것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일을 해낸 주역은 MBC의 <피디수첩> 팀(팀장 최승호)이었다.
 
피디수첩 팀은 4대 강 사업과 관련된 공직자들이나 전문가들을 장기간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대운하 사업임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린 프로그램(‘4대강 수심 6m의 비밀’)을 2010년 8월 초순에 완성했다.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피디수첩 팀이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가 명백한 허위사실인 데도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남부지법 민사 51부(재판장 부장판사 양재영)는 “기록만으로는 방송 예정인 프로그램의 내용이 명백히 진실이 아니고 방송의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MBC 사장 김재철은 임원회의를 열고 제작진이 경영진의 ‘사전 시사’ 요구를 거부한 것이 ‘사규 위반’이라는 이유로 방송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8월 17일 밤에 전파를 탈 예정이었던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은 방송되지 못했다.
 
MBC 노동조합은 "사장의 부당한 개입으로 방송이 보류됐다"면서 물리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피디수첩 제작진은 "회사 쪽이 한 주 뒤에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않으면 다른 프로그램 방송을 거부하겠다"고 사장에게 통보했다. 
 
진통 끝에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은 결국 한 주 뒤인 8월 25일에 방영되었다. 그 내용은 ‘4대 강 살리기’가 대운하 사업과 무관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완전히 뒤엎었다. 정부 안에 구성된 ‘비밀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강에 유람선을 띄우고 주변을 개발하겠다던 대운하 사업의 ‘변형’이 바로 그 사업임이 드러났다.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추려면 문제의 지역을 관리해야 하는데도 사업 주체가 중점적으로 정비하는 곳은 홍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대규모 도심지역이었다. 그 지역은 200여 년 동안 홍수 피해에 대한 예방이 되어 있어서 보를 건설하고 물 관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4대 강의 수심을 6m까지 깊게 만들려는 것은 ‘강 살리기’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는 2010년 ‘10·24 자유언론실천 선언’ 36주년을 맞아 피디수첩 팀의 최승호 PD에게 제22회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수여했다. 그를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는 이렇다. 
 
“최승호 PD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사실상 운하 사업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밝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방송내용을 훼손하려는 저의를 갖고 있었음이 분명한 경영진의 압력을 물리침으로써 자유언론의 원칙을 지켜냈다.”
 
<피디수첩>의 제작진과는 달리 ‘혼자 몸’으로 4대강 사업 현장을 샅샅이 살피면서 이명박 정부의 ‘강 살리기’가 거짓임을 고발한 개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형 매체 종사자들보다 풍부한 자료와 답사 기록을 바탕으로 ‘재야 언론인’ 구실을 충실히 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최병성(목사, 환경운동가, 생태교육가)이었다. 그가 2010년 3월에 펴낸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강은 살아 있다>라는 책에는 ‘파괴되는 금수강산’을 카메라에 담은 섬뜩한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다. 그의 고발은 이렇게 시작된다.
 
‘4대강 살리기’란 이름으로 전 국토를 유린하는 광란의 삽질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4대강엔 포클레인 바퀴 아래 죽어가는 생명의 신음이 흐릅니다. 강변 정화라는 이름으로 쫓겨나는 농민들의 탄식이 흐릅니다. 수자원 확보라는 핑계로 댐과 저수지 건설로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산골 주민의 절규가 강물이 되어 흐릅니다. 지금 4대강엔 죽음의 행진곡이 가득할 뿐입니다. (·····)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강을 죽이는 참 몹쓸 사업입니다. 국민이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아는 날, 4대강의 광기는 멈출 것입니다. 4대강의 생명들이 우리가 도와주기를 기다립니다. 우리는 유람선만 떠다니는 죽음의 수로를 원치 않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여울에 발을 담그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명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생명을 노래하는 맑은 여울의 속살거림이 언제나 우리 곁에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15~17쪽)
 
이명박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세계적 하천 전문가인 독일의 한스 베른하르트(칼스루헤 공대 교수)는 “한 번 미친 짓을 하면 계속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2011년 8월 한국을 방문해서 4대강 공사 현장을 둘러본 그는 18일 민주당 고위정책회의에 초청받은 자리에서 아래와 같은 요지의 성명을 낭독했다고 <뷰스앤뉴스> 8월 18일 자가 보도했다.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4대강 사업의 모델이 독일의 마인-다뉴브 운하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마인-다뉴브 운하 건설은 독일 역사에서 가장 비경제적이고 어리석은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강들은 많은 구간에서 아름다운 경관과 자연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여러분은 이처럼 자연적인 강들을 어떻게 복원하려는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독일이 이미 경험했듯이 보 건설과 준설은 강을 파괴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2011년 10월 23일 이명박 정부는 한강의 이포보를 비롯한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승촌보, 낙동강의 강정고령보에서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를 열었다. 공사가 끝나지 않은 데가 많고, 정부 스스로 현재 공정이 93%라고 밝혔는데도 ‘준공 기념식’을 가진 것이다. 이명박은 오후 늦은 시간 이포보에 ‘부부동반’으로 나타나서 “대한민국의 4대강은 생태계를 더욱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강으로 다시 태어났다. 국민 여러분에게 이렇게 안전하고 행복한 생명의 강으로 돌려 드리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고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명박 정권이 군사작전 식으로 밀어붙인 ‘4대 강 사업’에 대해 실천적·이론적으로 가장 성실하게 맞선 정치인은 김진애였다. 그는 2012년 5월 29일 국회의원직을 떠나면서 마지막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자료 폐기를 막으라”고 민주당에 부탁했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이명박 정권의 권력 남용, 정책 실패에 대해서 19대 국회는 낱낱이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그 중 이명박 정권의 최대 국책사업이자 가장 문제가 된 4대 강 사업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으로 절대적으로 청문회가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4대 강 사업이 워낙 방대하고, 수년에 걸친 자료들이 공개되어 있지 않으며, 4대 강 사업의 홍수·수질·침수 문제는 아직 검증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민을 불안하게 한 4대 강 16개 보의 안전 문제와 강바닥 세굴 현상, 교량 안전 문제에 대해서 정부의 일방적인 조사만 있었기 때문이다. (프레스바이플, 2012년 5월 30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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