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처참하게 망가진 금강, 복원하자
아름다움 간직했던 금강 4대강, 삽질에 처참히 무너졌다
13.04.26 15:16 l 최종 업데이트 13.04.26 15:16 l 김종술(e-2580)

▲  예전 금강은 비단강이라 불릴 정도로 여울과 모래톱이 발달했었다. 수많은 생명을 품고 살았던 금강은 녹조사체만 가득한 하수처리장이 되었다. ⓒ 김종술

우리나라 금강은 깨끗하고 맛 좋은 물을 언제든 마실 수 있는 곳이었다. 또 언제든 찾아가면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게 반겼다. 해가 넘어가도록 팬티만 입고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들이 지금까지 내가 간직한 강의 모습이다. 

금강은 전북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신무산(897m) 능선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진안, 금산, 영동, 옥천, 보은, 청원을 흐르며 북으로 흐르다가 대전광역시 세종시에서 남서로 방향을 바꾼다. 이어 공주, 부여, 익산, 서천, 군산을 거치면서 작은 지류가 모여 서해로 흘러든다. 길이는 397.8km, 유역 면적 9,912,15㎡로 남한 땅에서 한강 낙동강 다음으로 넓은 유역을 가진 우리나라 5대강 중의 하나다.

금강은 비단처럼 곱고 아름답다는 뜻의 '비단강'으로도 불렸으며, 백제 때에는 백제에서 제일 큰 강이란 뜻의 '백마강'으로도 불렸다. 금강은 작은 여울에서 큰 폭으로 살아 숨 쉬듯 꿈틀거리며 휘돌아 흐르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었다.

착공과 동시에 기름이 유출되어 수많은 생명이 죽어갔다

▲  "물고기와 자라에 고라니까지 죽어버린 금강의 훗날이 무섭고 두렵다"는 시민들의 우려가 다시 떠오른다. ⓒ 김종술

▲  충남 부여군 장하리에서 폐사 상태로 발견된 대형 메기(길이 136.5cm). 유진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이 이 메기를 들고 있다. ⓒ 김종술

▲  지난해 10월 22일 충남 부여군 부여대교 좌안. 죽은 물고기가 널려 있다. ⓒ 김종술

2009년 6월 12일 '금강살리기 행복지구 생태하천조성사업'이란 명목으로 세종시 세종보 인근에서 착공식을 했다. 그후 금강의 모습은 처참하게 찢기고 파헤쳐지지 시작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서 4억5000만㎥의 모래를 파냈다. 금강 사업지구의 준설량도 4767만㎥나 된다. 그 과정에 준설선에서는 기름이 유출되어 눈을 뜰 수 없는 악취와 기름 냄새로 진동하면서 환경부는 서둘러서 유화제를 뿌려 증거를 없앴다. 이에 기름과 뒤섞인 오염원이 바닥에 가라앉아 감추어 졌다. 

그 외에도 갑자기 물을 빼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물고기와 어패류 등이 죽었다. 수시로 곳곳에서 물고기 구출작전이 펼쳐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화려한 착공식을 했던 정부는 수차례 준공을 미루다가 국민도 모르게 준공식을 마쳤다. 4대강 사업으로 첫 삽에 희생물이었던 세종보는 준공과 동시에 보를 넘은 물이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석은 날아가고, 세굴이 지속되자 연이어 보강하기에 바빴다. (관련기사: 4번이나 준공일 미룬 '금강 공주보', 무슨 일이? )

또한 보의 핵심 중 하나인 전도식 가동보는 토사가 끼면서 수문을 내리고 다시 올리기 위해서는 잠수부가 물 속에 들어가 청소하고 나서야 작동을 하는 고물 덩어리로 전략했다. 정부는 세종보가 가동보의 실린더실 유압배관에 토사가 쌓여 제 기능을 못하자 시공사(대우건설)를 앞세워 기존에 강관으로 되어 있는 부분을 유연 관으로 교체하고 고무링까지 다 바꾸면서 구조적 시스템까지 바뀌어 놓고도 '고장은 아니다'고 발뺌하고 있다. (관련기사: 4대강 세종보 멈췄지만 고장은 아니라고?)

백제보도 준공과 동시에 어김없이 세굴이 발생했다. 그리고 보 좌안 측면이 침식되면서 자전거도로가 공중에 떠 위협을 받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전국최대의 방울토마토의 주산지인 부여군 세도면은 180만 평의 드넓은 하천부지는 비닐하우스 물결로 장관을 이루던 곳인데 대형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듯 폐허가 되었다. 농민들은 강변에서 내쫓겼다. 또, 4대강 공사에 투입된 대형차량이 흙과 모래를 날리면서 비산먼지로가 하우스를 덮어 햇빛 투과량이 줄어들어 작물이 말라죽어 가는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 주면서 힘없는 농민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관련기사: 환경청 "100ℓ 기름유출량은 추정치... 수사 착수")

지난해 10월 백제보 인근에서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물고기 떼죽음의 재앙이 일어났다. 환경부가 초동 대체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키웠고, 10일간 65km 전역으로 지속하면서 환경부 추산 5만 4000마리, 시민단체 추산 60만 마리가 죽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사람 키만 한 토종(1m 36.5cm) 메기까지 죽어나갔다. 강물은 가라앉아 썩은 물고기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물빛은 젓갈국물로 변해 악취와 냄새로 공항상태에 빠져들었다.(관련기사: 금강서 136cm 초대형 메기도 죽었다)

현장을 방문했던 전문가들은 '보의 영향으로 느려진 유속에 산소결핍에 의한 질식사'로 의견을 내놓았지만, 물고기 떼죽음을 조사해야 하는 환경부는 수거에만 매달리고 원인 규명은 뒷전이었다. 뒤늦게 충남도가 원인 규명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도 미궁 속에 빠져있다. 

또한, 4대강 사업에 목적으로 자전거 길 1187km를 새로 조성했다. 금강도 대청댐에서 금강하굿둑까지 133km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철저한 조사도 없이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는 비가 오면 도로가 잠기면서 목숨을 걸고 건너야 하는 죽음에 도로로 변해 버렸다. 실제로 야간에 자전거를 타던 이용객이 물이 빠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관련기사: 4대강 자전거도로, 목숨 걸고 건너라?)

과도한 준설에 피난 짐을 꾸리고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  충남 부여군 준설토 적치장과 주택이 불과 2미터 거리로 미루어 주민이 겪는 고통은 짐작할 수 있다. ⓒ 김종술

▲  충남 부여군 마루에 앉아서 보이는 4대강 준설토 적치장 소음과 먼지로 피부병까지 왔다는 할머니. ⓒ 김종술

금강은 4대강 사업 이후에 많은 변화가 오고 있다. 농민의 일터로 평생직장이었던 농지는 사람 키 높이의 잡초 공원으로 변하고, 수많은 나무가 산을 떠나 강으로 옮겨 왔다. 농민들이 뿌리는 농약으로 오염이 가중된다는 정부는 옮겨온 나무를 살리기 위해 농약을 뿌렸다. 하지만 나무는 적응하지 못하고 30~40% 정도가 죽어갔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우범지대로 변해 버렸다. (관련기사: 사람 발길 끊긴 금강... "관리 안 되면 우범지역 될 것") 

▲  충남 공주시 곰나루 4대강 사업이 착공되기 직전의 모습 ⓒ 김미수

▲  충남 공주시 곰나루 4대강 사업이 착공되기 직전의 모습 ⓒ 김미수

이제는 되돌려야 한다. 구불구불 흘러서 침식되고 퇴적되는 예전의 강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런 물길이야말로 흐르면서 에너지가 분산되어 홍수와 파괴력을 줄일 수 있다. 물고기와 모든 수서생물이 제각기 먹이를 찾고 산란할 정소를 찾아 물을 맑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게 자연이기 때문이다. 

상처를 내버려두면 썩어서 곪기 마련이다. 터트리고 치유해야 세 살이 돋듯, 금강을 예전처럼 여울과 황금빛 모래밭인 모습으로 되찾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복원해야, 후세에게 지탄을 받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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