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수구역특별법이 국토 망치나
세계적 철새도래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추진
수자원공사 ‘8조원’ 빚 보전 위해 난개발 허용
2013년 05월 03일 13:49  환경일보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공사설계 오류, 수질 악화, 공사업체 간 입찰 담합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회와 정부의 검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4대강 사업 이후 난개발을 방지한다며 만든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수구역특별법)’의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친수구역특별법을 놓고 ‘제2단계 4대강 사업’이라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국토부 ‘난개발 막는 특별법’
 
국토부와 국토연구원은 ‘국가하천을 기준으로 주변지역의 12.6%가 이미 개발된 상태이기 때문에 4대강 사업 이후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으려면 친수구역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국토연구원 이동우 지역연구본부장은 “하천 주변지역에서 추진되는 일정 규모 이상 개발사업이 하천친화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친수구역특별법을 유지해야 한다”라며 “하천 주변지역 개발에 따른 개발이익을 환수해 하천공사 및 하천 유지·보수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광주, 대전, 대구 등 광역시의 하천주변을 중심으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과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별다른 견제 없이 대거 입지가 가능한 것이 현실이며 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지표면의 증가로 홍수와 수질오염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천주변의 개발사업에 대해 친구수역특별법을 통해 하천에 미치는 영향을 엄격하게 따져 난개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거짓으로 치장된 난개발사업”
 
현재 친수구역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은 ‘부산 에코델타시티’와 ‘구리 월드디자인시티’를 비롯해 대전 갑천, 부여 규암, 나주 노안 등 5곳이다.
 
부산시가 국토부에 친수구역 지정을 제안해 추진되고 있는 부산 에코델타시티의 경우 ‘에코’라는 이름과는 정반대로 ‘반(反) 생태도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에코델타시티가 들어설 곳은 본래 80%가 전답이었으나 여기에 주택 3만호를 건설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2만7500채가 아파트다. 국가하천인 서낙동강, 맥도강, 평강천 주변의 논밭을 없애고 그 위에 용적률을 1300%까지 높여 고층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부산시 개발에 대한 상위계획인 ‘2020년 부산권 광역도시계획’에는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은 저층, 저밀도의 자연친화적 환경조성’이라는 조항이 있다. 상위계획을 따른다면 고층 건물은 결코 들어설 수 없지만 기존의 모든 법을 뛰어넘는 ‘특별법’에 근거해 고층아파트 건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대 윤일성 교수는 “생태지역을 파헤쳐 거짓말로 뒤범벅된 난개발 도시, 가짜 생태도시를 만드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설사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짓는다고 해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 부동산거품이 꺼지고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는 판국에 대단위 주택단지를 짓겠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실제로 부산지역 부동산 전문가들과 부산경실련은 사업성이 없다는 경고를 하고 있으며 서부지역 미분양아파트마저 처리가 안 될 정도로 현재 부산의 주택시장은 포화상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에코델타시티에는 강서선과 사상-가덕선 등 경전철(LPT) 2개 노선이 계획돼 있어 교통수요를 부풀려 세금을 낭비한 용인 경전철과 부산·김해 경전철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에코시티는 反생태도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는 친수구역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이 법에 따라 사업을 할 경우에는 실제로 사업성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일성 교수에 따르면 택지개발사업의 총사업비는 5조4천억원이며 수자원공사가 4조3500억원, 부산시와 부산신도시공사가 20%인 1조100억원을 조달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수자원공사는 3조2600억원, 부산시의 7100억원을 외부에서 ‘빚’을 끌어다 메울 계획이다. 이미 4대강 사업으로 8조원의 부채를 떠안은 수자원공사가 또 ‘빚’을 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부산 에코도시는 수자원공사와 건설업체들을 위한 토건사업”이라며 “토건세력의 이익을 위한 가짜 생태도시를 만들 것이 아니라 부산의 발전과 부산시민의 이익을 위한 진짜 생태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에코델타시티는 친수구역특별법이 아니라면 애초부터 계획 자체가 수립될 수 없었다. 낙동강 하구 델타지역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낙동강 하구처럼 많은 종류의 새들이 찾는 곳은 우리나라에 없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조류도 많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조류도 찾아올 정도다.
 
그러나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에 생태도시를 만들겠고 나선 부산시와 수자원공사는 조류실태조사를 포함한 생태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실제로 환경부 역시 이곳에 대해 철새 이동경로 상에 있으며 종 다양성이 높고 개체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인근 농경지와 더불어 철새의 먹이터와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어 철새 보호를 위해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철새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새 이동경로 및 서식공간 확보 등 철새보호대책을 마련할 것과 함께 수질 2등급으로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구리시가 잠실 상수원보호구역과 불과 550m 떨어진 곳에 대규모 상업단지를 만들겠다고 나선 ‘구리 월드디자인시티’ 역시 친환경이나 하천친화적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이곳은 암사취수장으로부터 1.5㎞, 구의취수장에서는 3.9㎞ 거리에 있어 상수원 보호를 위한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지만 172만1000㎡(52만평) 규모에 주거, 상업 및 디자인 전시시설 등이 조성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해 ‘서울시 허락을 받아오면’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1000만 서울시민의 수돗물 공급원이 오염되는 사업을 박원순 시장이 절대로 허락할 리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말이다.
 
이처럼 환경부가 지난 정부 시절과 달리 강하게 나가는 것은 취임 초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윤성규 환경부장관 역시 인사청문회 때부터 ‘수변구역에 대한 개발 사업 시 환경영향평가를 더 꼼꼼히 하겠다’라고 밝혔고 환경부는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있다.
 
“수공 빚 갚아주기 사업”
 
친수구역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난개발을 조장한다며 야당은 장외투쟁까지 불사하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정권의 필요성에 의해 결국 여당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됐다. 민주통합당 이미경 의원은 “친수구역특별법은 4대강 사업으로 생긴 수자원공사의 8조원 빚을 보전해주기 위한 법”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개발이익을 환수해 하천관리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 역시 허울뿐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친수구역특별법 시행령에서는 적정수익률 10%를 초과하는 개발이익은 준공시점에 환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땅값 상승분에 관한 것일 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거나 골프장, 호텔 등을 운영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익은 징수 대상이 아녀서 대부분 이익을 사업권자가 독점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단국대 조명래 교수는 “친수구역 개발이 과연 특별법 중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특별한가?”라고 지적한다. 친수구역특별법은 일반적인 특별법과 다르게 군사시설과 관련해서도 특례를 허용할 정도로 막강한 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난개발을 막는데 친수구역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한가도 논쟁거리다. 기존의 국토계획법이나 하천관련법, 상수원보호구역 등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하천친화적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명래 교수는 “너무 많은 특별법의 남용이 궁극적으로 국가제도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위축시키고 있다”라며 “이제는 특별법에서 일반법으로 돌아가 국토를 지속가능하게 계획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의 복원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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