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 회장 위험하다
듀폰에 350만 달러 자산 양도 판결…4대강 사업 로비 의혹도
기사입력시간 [1229호] 2013.05.08  (수)  조현주 기자 | cho@sisapress.com  

코오롱그룹이 총체적인 위기에 몰렸다. 글로벌 기업 듀폰과 벌인 1조원대의 아라미드 섬유 소송에서 패소한 것과 관련해 미국 법원으로부터 자산 양도 판결을 받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계열사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로비를 벌인 정황까지 드러났다.

미국 뉴저지 법원은 지난 4월22일 코오롱인더스트리USA에 350만 달러(약 40억원) 규모의 매출 채권을 듀폰에 양도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11년 11월 미 연방법원이 ‘슈퍼 섬유’로 불리는 아라미드에 대한 코오롱의 영업 비밀 침해가 인정된다며 듀폰에 9억2000만 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라고 한 1심 판결에 근거한 것이다. 듀폰은 지난해 9월 아라미드 섬유 소송 1심 결과를 내세워 미국 뉴저지 법원에 코오롱인더스트리USA를 상대로 매출 채권 양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번에도 유리한 결정을 받아낸 것이다.

이번 판결은 코오롱이 ‘1조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가운데 나온 결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아라미드 소송 1차전에서 승소한 듀폰이 코오롱에 대한 압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오롱의 시가총액(2013년 5월2일 현재 3123억원) 3배가 넘는 1조원대의 배상 집행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소재 코오롱 본사 건물과 이웅열 코오롱 회장. ⓒ 시사저널 박은숙 ⓒ 뉴시스 제공 

코오롱워터텍은 4대강 사업 ‘10억 로비’ 의혹

여기에 ‘불성실 공시’ 논란까지 일고 있다. 상장 기업인 코오롱이 경영상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양도 판결에 대해 현재까지도 정확한 공시를 안 한 탓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코오롱측은 반박에 나섰다. 코오롱측 관계자는 “이미 1조원 소송과 관련해 공시를 했는데, 고작 40억원대의 양도 판결을 숨겨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판결 금액 자체가 (자기자본의 5% 미만이라) 공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사안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양도 판결이 향후 항소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따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코오롱측은 이에 대해 “(항소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특별히 예측하는 바 없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미국 관련법은 항소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1심 판결을 근거로 매출 채권 등 재산에 대한 양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것이 항소심 결과에 특별히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오롱은 지난 4월1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듀폰과의 향후 소송에 대해 ‘현재 정해진 재판 일정은 없으나 1심 판결 취소를 위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향후 항소 법원에서의 판결 결과 등은 예측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코오롱과 듀폰의 아라미드 섬유 특허 소송이 시작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라미드 섬유는 불에 타거나 녹지 않는 튼튼한 첨단 섬유로, 듀폰은 1973년 ‘케블라’라는 브랜드로 아라미드 섬유 상용화에 성공했다. 후발 주자인 코오롱은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제품을 내놓았는데, 듀폰은 2009년 코오롱이 ‘케블라’ 관련 핵심 기술과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 듀폰과의 소송으로 시끄러운 마당에 국내에서도 문제가 발행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4대강 사업 비리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코오롱그룹 계열사가 관련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입수해 4월17일 공개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워터텍㈜은 4대강 사업 추진 시기인 2009년부터 3년간 4대강 수질 개선 사업인 ‘총인 처리 시설 설치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10억원대의 현금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인 처리 시설은 하천 오염의 주요 원인인 총인이 강으로 유입되는 것을 줄여주는 설비다. 문건에서는 코오롱워터텍이 총인 처리 사업 심의위원들과 지자체 관계자 등에게 휴가비, 명절 사례비, 준공 대가 등의 명목으로 현금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7개 지방조달청 등에도 현금이 전달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문건에는 코오롱워터텍이 진주 총인 프로젝트, 경산 총인 프로젝트, 춘천 총인 프로젝트 등을 포함해 총 43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로비를 벌인 것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전북경찰청 수사과는 지난해 7월부터 총인 시설 관련 비리를 수사해왔고, 이 과정에서 코오롱워터텍의 비리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이번에 문건이 공개됨에 따라 코오롱워터텍에 대한 수사 강도가 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남경찰서 또한 총인 사업 비리를 캐기 위해 수사에 나섰다. 경남서 관계자는 “경남 지역에서도 비리 정황이 포착돼 (코오롱워터텍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면서 “하지만 우원식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의 진위가 가려지지 않았고 제보자를 확인할 수 없어 진행이 더디다”고 밝혔다.

코오롱워터텍은 2001년 세워진 수(水)처리 공법 기자재 전문 제조업체로 원래 이름은 미래환경기술이었다. 2009년 코오롱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3년 전까지 매출 100억원대 수준이었으나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분을 늘린 2011년을 기점으로 2011년 335억원, 2012년 471억원으로 매출액이 크게 늘어났다. 이 회장은 2011년 코오롱워터텍에 대한 지분을 65%에서 80%로 늘렸다.

4대강 사업 로비 내역이 담긴 코오롱 내부 문건. ⓒ 민주통합당 우원식 의원실 제공 

새 정부의 칼끝 피해갈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자본금 10억원대의 회사가 10억원의 현금 로비를 벌인 점이나 이웅열 회장이 코오롱워터텍 지분 80%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들어 불똥이 오너에게 튈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코오롱그룹측은 “코오롱워터텍과 관련한 4대강 비리 의혹은 진위 여부가 밝혀진 사안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웅열 회장이 코오롱워터텍의 4대강 비리 의혹과 관련해 따로 지침을 내린 바가 없다”고 말했다.

‘1조원의 듀폰발 악재’에 이어 4대강 비리 의혹까지. 국내외에서 터지는 잇단 대형 악재로 이웅열 회장의 심기는 갈수록 불편해지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MB(이명박) 정부의 각종 비리 의혹 사건들이 사정기관과 정치권의 도마에 오르고 있어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 사장 출신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MB 정부의 대표적 특혜 기업으로 꼽혔다. 이로 인해 이웅열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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