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한다던 남양유업, 뒤에선 대리점주 압박
등록 : 2013.05.14 08:10수정 : 2013.05.14 08:10

“모임 참석 말라” 전화 등 공세
협의회 “압박 제보 쏟아져”

남양유업이 대리점주들에게 ‘대리점협의회’ 모임에 참석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양유업이 막말·욕설을 통한 물량 밀어내기 파문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뒤에도 여전히 ‘갑의 횡포’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서울지역의 한 남양유업 대리점주는 13일 <한겨레>에 “12일 오전 한 본사 지점의 주임이 전화를 걸어와 ‘대리점주들이 오늘 참여연대에 모인다고 들었다. 알아서 행동하라’며 참석하지 말 것을 압박했다”고 말했다. 또 남양유업 각 지점의 지점장과 주임 등은 대리점주들의 모임이 끝난 12일 저녁, 모임에 참석한 대리점주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집으로 찾아가 협의회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대리점협의회 쪽이 전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들이 만들었던 피해자협의회가 대리점협의회로 확대 출범하는 것을 방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은 1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대리점협의회를 공식 출범하고 본사와의 교섭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애초 120여명의 대리점주가 참석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로는 40여명밖에 모이지 않았다.

대리점협의회 쪽은 “상당수 대리점주들이 본사의 압력을 받고 참석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김대형 대리점협의회 간사는 “남양유업 지점장 등이 12일 대리점주들을 찾아와 ‘대리점협의회에 가입하면 본사와 싸움만 하게 된다. 영업하는 데 불편이 있을 수 있다’고 압박하고 돌아갔다는 대리점주들의 제보가 많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이 과정에서 대리점주들에게 ‘상생협의회’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고, 여러 대리점주들이 전했다.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에서 상생기금 500억원 조성 약속을 밝혔을 뿐 상생협의회 설치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리점협의회 쪽은 “남양유업이 상생협의회라는 있지도 않은 조직을 내세워 대리점협의회를 무력화하고 향후 교섭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리점주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집을 찾아가는 등의 일체의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본사에서 꾸리고 있는 상생협의회라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리점협의회는 12일 출범식에서 전산 조작을 통한 불법 밀어내기, 유통기한 임박 상품 보내기, 파견사원 임금 떠넘기기, 각종 떡값 요구, 대리점주 인격 무시 행위 등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창섭 협의회 회장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우리와 직접 만나 사과하고, 구체적 협의를 진행하기 전까지는 ‘9일 대국민 사과’를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대리점협의회 회원 11명은 13일 홍원식 회장 등 남양유업 관계자 30여명을 사전자기록 변작죄(전자기록을 조작하는 범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고소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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