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폭로 말라...구속 안시킬테니 덮자"
[이국철 비망록] 여권성향 스님 '폭로 중단' 회유 "시끄럽게 하면 검사가..."
11.11.17 21:55 ㅣ최종 업데이트 11.11.18 08:45  구영식 (ysku)

▲ 현 정권 실세와 가깝다는 혜인 스님이 폭로을 중단하라며 이국철 SLS그룹 회장을 회유했다는 내용이 담긴 비망록 ⓒ 구영식

현 정권 실세와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종교계 인사가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 MB정부 실세 스폰서 의혹 등의 폭로를 중단하라고 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국철 회장의 비망록과 녹취록에 따르면, 조계종 삼화불교 총무원장인 혜인스님이 이 회장의 폭로 직후 수차례 이 회장과 접촉해 "더 이상 폭로와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며 "구속 안 시킬테니 다 덮자"고 '폭로 중단'을 회유했다.
 
하지만 혜인스님은 지난 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회장은 잘 모르는 사람"이라며 "폭로중단을 회유했다, 청와대 인사들을 만났다 등의 주장은 이 회장이 지어낸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 회장은 현 정권 실세의 핵심 측근에게 혜인스님을 소개받고 지난해 부친의 49제를 지냈다. 혜인스님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찬성 법회에 참가하는 등 여당 성향을 가진 인사로 알려졌다.
 
"더 시끄럽게 하면 검사가 가만 있을 것 같으냐?"
 
이 회장은 "9월 20일 신재민 전 차관과 관련된 내용이 공개되자 큰 스님이 저희 집사람에게 수차례 '이 회장과 이야기 하자'고 제안해왔다"고 주장했다. 이후 10월 이 회장과 그의 부인, 혜인스님이 수차례 전화통화를 하거나 직접 만났다.
 
혜인스님이 이 회장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폭로 중단'과 '협상'이었다. 혜인스님은 이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 정부 안에서는 SLS사건, 워크아웃의 뚜껑을 열 수 없다"며 "더 이상 폭로와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더 나아가 혜인스님은 "여기서 더 시끄럽게 하면 검사가 가만 있을 것 같으냐"는 협박성 발언도 했다. 
 
이에 이 회장은 "교도소에서 평생을 보내는 일이 있어도 (SLS그룹 해체의) 진실은 밝혀야 한다"고 맞섰고, 혜인스님은 "청와대 누구와 연락하면 되는가?"라고 '협상'을 제안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4명의 청와대 인사(수석급)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혜인스님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혜인스님이 중재하려고 한 협상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연락대상'으로 지목한 4명의 청와대 인사 가운데 그와 그의 변호사에게 연락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다만 혜인스님이 청와대에 이 회장의 탄원서를 넣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혜인스님은 이 회장의 부인에게 "(청와대 인사들에게) 연락해서 글(탄원서)을 팩스로 넣어주었다"며 "그쪽에서 팩스를 받았다고 연락이 왔는데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또 혜인스님은 "국가가 나한테 (폭로중단 등을 회유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은 없다"며 "내가 순수하게 이 회장을 구명하려고 한 것"이라고 일각의 '청와대 사주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기자에게 "(이 회장이 '연락대상'으로 지목한) 청와대 인사 2명이 스님을 내세워 이 회장을 설득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혜인스님이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이 회장을 접촉해 폭로 중단을 회유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 회장에게 폭로 중단 등을 회유한 인사는 혜인스님뿐만이 아니었다. 이 회장은 "다른 쪽에서도 청와대에 기회를 주자고 해서 주었는데 결론적으로 나만 속았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회장이 "다른 쪽"이라고 언급한 인사는 현 정권 실세인 P씨와 가까운 사업가 L씨로 알려졌다. 
 
▲ 청와대에 초청받은 조계종 삼화불교 총무원장 혜인 스님(첫번째 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 ⓒ 삼화불교 홈페이지
 
현 정권 실세에 건너간 돈 30억이 아니라 60억?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현 정권 실세에게 건너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30억 원'을 둘러싸고 이 회장쪽과 혜인스님이 공방을 벌인 점이다.
 
혜인스님은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최고 실세가 돈 100억 원 갖다 준다고 해도 받지 않는다"며 "L의원 같은 경우 몇 조 원씩 주면 받을까 말까 하는 처지인데, 이 회장은 대한민국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혜인스님은 "이 회장은 (돈을) L(의원)한테 줬다고 하지 않고 문(대영로직스 대표)한테만 줬다고 했다"며 "이 회장이 문 사장에게 돈을 준 것은 100%이지만 L의원이 99% 안 받았다, 중간에서 누가 먹은 것"이라고 '배달사고' 가능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나는 L의원의 측근들을 보고 돈 준 게 아니다"라며 "나는 L의원을 보고 돈을 줬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L의원의 측근이라는 문 대표에게 건너간 돈의 액수가 30억 원이 아니라 60억 원이라는 얘기도 나와 눈길을 끈다. 
 
혜인스님은 "정권 실세가 60억 원 준다고 받을 것 같으냐?"며 "60억 원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 보면 (이 회장은) 애기"라고 말했다. 이어 혜인스님은 "돈 60억 원은 야당으로서는 큰 것이지만 정권을 잡은 사람들한테는 절대 안 크다"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 한나라당 인사도 '60억 원'을 언급했다. 그는 "문 대표가 뭐라고 이 회장이 60억 원이나 줬겠나"라며 "(L의원의 측근인) 박아무개씨를 앞에 내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씨가 L의원의 대리인인지 자기가 설치고 다닌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이국철 비망록 사태'의 파장을 우려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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