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물이용부담금 중앙정부의 쌈짓돈 아니다 / 유광상
등록 : 2013.05.22 18:59

유광상 서울시의회 도시안전위원장

한강 하류지역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주민들은 물을 1톤 쓸 때마다 170원의 물이용부담금을 내고 있다. 1년에 4500억원 정도가 되고,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이 각각 1800억원, 인천시민이 500억원 이상을 해마다 납부하고 있다. 한강뿐만 아니라 낙동강 등 4대강에서 모두 이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성되는 4대강 수계관리기금은 국토교통부의 하천관리예산이나 환경부의 수질관리예산과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다.

4대강 수계관리기금은 하류지역 주민들이 상수원지역에서 규제를 받고 있는 상류 주민들에게 상생의 정신에 입각하여 보상하고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다. 당연히 상류의 지자체와 하류의 지자체가 상의를 해서 용도를 결정하고, 제대로 썼는지를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이 기금이 중앙정부의 예산처럼 사용되고 있다. 돈을 내는 주민들은 그 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결정할 권리도 없고, 어떻게 쓰고 있는지 제대로 알 수도 없게 되었으며, 심지어 국가가 지출하여야 할 사업도 기금으로 충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4대강 수계관리기금은 언제부턴가 환경부의 쌈짓돈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하천을 관리하는 다른 정부부처에서도 틈만 나면 이 기금을 하천관리예산으로 돌려써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거의 모든 예산을 중앙부처가 관할하면서 지방자치단체를 예속시키고 있는데, 상·하류의 지자체가 상의해서 쓰기로 하고, 세금과 별도로 내고 있는 물이용부담금조차 중앙정부가 자기 부처의 사업을 위한 예비금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 4대강 수계관리기금은 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 별도로 사무국을 두고, 거기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합의해서 쓰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을 효율적으로 한다는 명목으로 환경부 산하기관에서 사무국을 맡으면서 모든 실무는 환경부가 주도하게 되었고, 의사결정 구조에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기관들이 포함되면서 기금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지자체는 소외되었다. 주인은 밀려나고 객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와 시민단체들은 물이용부담금이 불합리하게 사용되는 것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사무국을 독립시킬 것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마치 서울시가 물이용부담금 납부를 안 하겠다거나, 지자체 사이의 갈등인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 그러고는 서울시의 주장은 장기적으로 연구하여 검토하거나 개선하겠다고 한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역이기주의나 지자체 사이의 갈등인 것처럼 홍보하여 계속 밥그릇을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지난해만 해도 한강수계관리위원회에서 의결한 예산을 사무국에서 마음대로 조정하여, 이를 개선하려는 지자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시에서 물이용부담금 납입을 정지한 것은 이러한 전횡을 더는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민의 주장은 단순하다. 사무국을 독립시켜 상·하류 지자체가 공동으로 쓰임새를 정해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것과 국가 사업에는 국비를 투입하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번 사태를 상·하류 지자체 사이의 갈등이나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지 말고, 조정하고 감독하는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사무국이 독립하고 국가 사업에 국비가 투입되는 구조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서울시의 물이용부담금 납입은 없을 것이다. 물이용부담금은 중앙정부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이 아니다. 수도권 시민들이 물 한잔 마실 때마다 부담하고 있는 소중한 돈이다.

유광상 서울시의회 도시안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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